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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좋아진 중국산, 값 싸지는 일본산 … 역샌드위치 한국

자동차에 들어가는 조향 장치를 만드는 M사는 1990년대 중반 중국 베이징에 진출했다. 진출 초기만 해도 이 회사는 부품을 전부 한국에서 공수해갔다. 그러다 2005년부터 품질이 엇비슷하고 가격도 싼 데다 조달 여건도 훨씬 좋은 중국산으로 부품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이 회사 제품에 들어간 부품의 80% 이상은 중국산이다. M사 관계자는 “품질도 비슷하고 납품 조건은 훨씬 좋은 중국 부품을 외면하기가 이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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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휠을 만드는 경기도 김포의 A사는 지난해 문을 닫았다. 밀려드는 중국 제품에 끝내 백기를 든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휠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력과 디자인을 모두 따라잡은 중국 기업들이 이젠 글로벌 기업들이 주 고객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 공습으로 인한 국내 소재·부품업계 피해가 심상치 않다.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산 완제품이 한국 제품을 밀어내는 ‘세계의 공장’ 스타일의 차이나 쇼크에 이어 턱밑까지 따라잡은 중국의 기술 공습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나마 경쟁 우위에 있던 국내 기업·산업 분야까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 제패를 노리는 중국의 야심 찬 산업 정책이 몰고 온 후폭풍이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 정책 지원은 물론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 방식을 통해 산업 전반의 기술력을 무섭게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10년 새 한국·미국·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부품·소재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2001년 세계 부품 시장에서 4%에 그쳤던 중국의 비중은 두 자릿수(11%, 2010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한국의 부품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3.4%에서 4.6%로 소폭 느는 데 그쳤다. ‘차이나 인사이드’가 몰고 온 피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 비율은 2006년 40%에서 2011년 20%대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한국 기업이 중국산 중간재를 쓰는 비중은 2005년 40%에서 2010년에는 60%를 넘어섰다.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 연구위원은 “중국 중간재 산업은 거대 내수시장을 배경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원가경쟁력까지 높이고 있다”며 “M사와 거래가 끊긴 부품업계처럼 생존까지 위협받는 국내 소재·부품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산업계의 기술 도약은 국내 기업의 신산업 진출도 가로막고 있다.

 반도체·태양전지에 들어가는 폴리실리콘 분야는 중국 업체들이 2008년 선진국 기업의 기술을 이전받아 불과 4년 만에 전 세계 공급량의 3분의 1을 휩쓸고 있다. 초기 1㎏당 70달러를 넘던 생산비용도 최근 20~40달러까지 떨어뜨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철행 기업정책팀장은 “중국발 공급과잉 현상이 생기면서 한국 업체들은 폴리실리콘업 진출을 꿈꾸기조차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본격 나타나는 원화 강세 현상은 중국과의 경쟁을 더욱 버겁게 만들고 있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부품업체의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7% 선에서 최근 원화 강세로 5%대로 떨어졌다”며 “원화가 더 절상되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일본과 첨단 기술력을 갖춘 중국에 끼어 고전하는 이른바 ‘역(逆) 샌드위치’ 조짐이 본격화했다고 우려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기업의 첨단 중간재 생산 및 개발센터를 한국에 유치해 세계의 공급기지로 육성하는 등 특단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소재·장비 같은 중간재 가운데 중국산의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 그간 중국은 해외에서 수입한 중간재를 조립해 최종재를 만드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를 열어왔다. 그러나 첨단 기술을 속속 갖추면서 글로벌 소재·부품 시장도 공격적으로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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