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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용기와 만용은 종이 한 장 차이

<본선 16강전> ○·박정환 9단 ●·종원징 6단


제3보(30~37)=기세는 소중하지요. 겁 먹은 기사는 승리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흑▲은 용기있는 수일까요. 박정환 9단의 30이 싸늘하게 판을 가르고 있습니다. 위태롭습니다. 흑▲이 A의 약점을 노렸지만 한 발 앞서 30으로 끊어지고 보니 흑이 먼저 ‘두점머리’ 급소를 강타당한 모습입니다. 흑이 불리한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비난이 들려옵니다.

 31로 단수했을 때 백도 이 한 점을 끌고 나가긴 힘듭니다. 그러나 32, 34로 되치는 수가 있군요. 종원징 6단은 시원스럽게 33 따냈으나(그는 이 빵때림으로 할 만하다고 본 걸까요) 36까지 되고 나서는 뭔가 크게 잘못된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35=이음). 우선 A의 약점이 깨끗해졌고 귀의 실리도 제법 통통합니다. 흑 모양은 두터움보다 자칫 중복의 느낌마저 듭니다. 그렇다고 31 대신 ‘참고도1’ 흑1로 두는 수는 없다는 중론입니다. 흑1이 부분적인 급소이긴 합니다만 백2, 4로 흘러가게 되면 B의 약점이 크게 부각돼 싸울 수 없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뭐가 잘못되었을까요.

 박영훈 9단은 흑▲의 젖힘수가 무리수였다고 말합니다. ‘참고도2’ 흑1로 곱게 뻗어야 했다는 거지요. 종원징은 아마도 실리를 쏙 빼가는 백2의 붙임이 싫었을 겁니다. 그러나 흑9를 선수한 다음 C로 받아두면 좌변 흑진도 당당하다는 거지요. 결국 용기를 내 힘껏 젖힌 흑▲은 ‘만용’이란 결론이 났습니다. 바둑에선 참으로 이 차이를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용기와 만용의 차이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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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