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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김황식 총리의 마지막 꿈

최준호
경제부문 기자
올 상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경북 경주의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지하에는 ‘보물’이 잠자고 있다. 초대형 기와를 굽던 신라시대 가마터군이다. 2010년 10월 터 파기 기초 공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국내에서 둘째 규모의 가마터였다. 공사 주체인 원자력연구원은 당황했다. 발굴 비용도 문제지만 발굴에 따른 공사 지연이 불가피해져서다. 문화재 관련 법에 따라 지표조사와 시굴이 이어졌으나 결국 초대형 가마터는 그대로 덮였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지하에 옛 로마성벽을 그대로 전시하듯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매년 1000여 건의 매장문화재 발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원형 보존이나 이전 복원돼 ‘목숨’을 유지하는 문화재는 20~30건에 불과하다. 발굴 조사의 90% 이상이 이런저런 공사현장에서 일어나는 데다 발굴 비용은 고스란히 사업시행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돈 들고 시간 걸리니 웬만하면 덮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저명한 근현대 시인의 생가가 대책 없이 헐려버렸다는 소식은 이제 뉴스 축에도 못 낀다.



 마침 지난 11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나온 ‘문화유산의 효율적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제도 정비 방안’은 그런 측면에서 봄바람 같은 소식이다. 경주·익산·부여·공주 4대 고도(古都)를 우선 대상으로 지정해 매장 문화재 발굴을 위한 지표조사에 국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게 골자다. 이르면 내년부터 1차 지표조사에 한해 비용을 보태준다고 한다. 지표조사는 물론 시굴 비용까지 대주는 일본과 프랑스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지만 그래도 반갑다. 가칭 ‘예비문화재’ 제도도 올해 안으로 도입된다. 50년이 안 된 근현대 유물 중 보존가치 있는 유물에 대해 보존·관리한다는 내용이다. 그간 박목월·현진건 생가 등이 50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등록 문화재 대상에서 제외돼 철거됐다.



 그런데 이번 총리실의 문화재 보존 방안은 세간의 큰 관심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이를 둘러싼 정치권 뉴스가 연일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총리는 회의에서 “관계 부처가 서로 긴밀히 협력해 개선 방안이 조기에 실질적인 효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인 김 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사실상 마지막 작업에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떠나가는 총리가 하는 일 치고는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리에게 귀감이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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