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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MB, 독한 맘으로 사면 안 해야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이명박(MB) 대통령은 72년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형님·멘토·친구·처사촌 4인에 대한 사면 문제다. 이 결정은 한국 사회의 수준, MB정권에 대한 평가, 그리고 퇴임 후 MB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MB가 국가지도자인지 아니면 장삼이사(張三李四) 필부인지도 정해질 것이다.

 ‘인간 이명박’의 고심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형님 이상득은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MB가 대통령이 되는 걸 결정적으로 도왔다. 형님 친구 최시중은 MB가 오랫동안 마음을 의지했던 또 하나의 형님이다. 친구 천신일은 가족끼리 어울리는 대학 동기이며 대선 때 MB에게 특별당비 30억원을 빌려주었을 정도로 가깝다. 부인 김윤옥 여사를 생각하면 MB는 처 사촌오빠 김재홍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MB가 개인적인 정서에 치우쳐선 안 된다. 정치인이나 측근을 사면하는 건 오랜 관행이라고 MB는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을 끊는 게 역사 발전이다. 노태우는 군사반란 동지이자 오랜 친구인 전두환을 백담사로 귀양 보냈다. 김영삼은 하나회를 척결해 ‘권력 군인’이란 관행을 잘라버렸다. 김대중은 박정희 기념사업으로 ‘정적(政敵) 죽이기’란 관행에서 탈출했다. 노무현은 대기업으로부터 대선자금을 우려내는 관행을 파괴했다. 이런 결단들은 MB의 사면 문제보다 결코 쉽지 않다.

 사면에 항복하면 MB는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 2010년 8·15 연설에서 MB는 ‘공정한 사회’를 새로 들고 나왔다. 수개월 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이 카드로 정국을 돌파하려 한 것이다. MB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는 며칠 전 “옛날에도 임금이 바뀌면 옥문을 열었다”고 했다. 왕조시대 얘기를 이용해 MB가 사면으로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방향이 틀렸다. 왕조시대엔 주로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풀어주었다. 반면 MB 정권의 옥문은 친인척과 측근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게 MB가 주창한 공정 사회인가.

 혹자는 4인이 모두 70 넘은 고령이라며 사면을 옹호하기도 한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심장수술을 받았다며 건강 문제를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노쇠한 노인들이 버티기에 1인실 감방이 매우 비좁다는 동정론도 있다. 그러나 그들만 노약하고 그들만 갑갑하나. 한국 사회에선 70세 이상 중 빈곤층이 40%가 넘는다. 가난한 노인 중 상당수가 쪽방에서 약봉지를 생명줄처럼 잡고 산다.

 서민층 노인 대부분은 평생 돈다발은 거의 구경도 못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명절을 살았지만 평생 100만원 떡값 한번 받아보질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형님은 장롱에 7억원 돈다발이 있었다. 형님 친구는 100억원 가까운 재산가인데도 권력을 이용해 개발업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 대통령 친구는 일급 여행사를 거느린 재력가인데도 위세를 이용해 수십억원을 또 챙겼다. 생계를 위해 물건을 훔친 노인들은 감옥에 있고 상위 0.1% 재력·권력가 노인들은 풀려나려 한다. MB의 ‘공정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려 한다.

 2008년 MB가 취임할 때 국민은 분명히 요구했다. 전임자들 실패가 너무도 생생하므로 형님은 출마하지 말고 측근들은 조심하라고 국민은 요청했다. 그건 요청이 아니라 차라리 절규였다.

 MB 정권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신들만 절규를 못 들었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국민에게 또다시 배신감을 안긴 잘못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 MB는 이·최·천·김 4인을 감옥에 그대로 두고 정권을 인계해야 한다. 4인은 MB 실패의 생생한 증거로 인계돼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 권력의 친인척과 측근들에게 서슬 퍼런 경고장이 돼야 한다.

 MB는 퇴임 후 녹색성장 지원이나 사회봉사 같은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면을 택하면 MB는 그런 일에 제약을 받을 것이다. 사익(私益)을 위해 권력을 행사한 대통령, 공정하지 못한 대통령, 지도자가 아니라 필부 같은 대통령을 국민이 과연 존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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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