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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리얼리티로88만원세대와 ‘3포세대’ 끌어안다

소설가 김애란(33)은 정초 이틀 연속 수상 소식을 알렸다. 소설집 『비행운』으로 7일 제18회 한무숙 문학상을, 단편 ‘침묵의 미래’로 8일 제37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것. 이상문학상으론 역대 최연소 수상 기록을 세웠다(이전까지는 한강의 35세).



이상문학상·한무숙문학상 연거푸 받은 소설가 김애란

하긴 김애란은 상복 많은 작가이긴 했다. 200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재학 당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은 이후 이효석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 창작상 등 젊은 작가가 받을 수 있는 상이란 상은 죄다 그의 차지였으니. 데뷔 11년을 맞는 올해의 연속 수상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그동안 나이 때문에 달고 다녔던 ‘앙팡테리블’ 혹은 ‘샛별’이란 수식어를 떼고 중견들과 본격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대중적 성공을 거둔 여느 여성 작가들과 달리 김애란은 문단의 인정에 목마를 일이 크게 없었다.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라는 평론가 신형철(『몰락의 에티카』, 2008)의 표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국문과)는 『비행운』평론에서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진정한 소통의 자장(磁場)을 넓고 깊게 하고 있는 점이야말로 김애란 소설의 최대 미덕”이라고 칭찬한다. 2005년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황순원 문학상 예심에선 창작집을 내지 못해 ‘자격미달’이 된 그를 두고 심사위원들이 규정 변경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부턴 상업적 성취도 거두고 있다.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2011)은 25만 부 넘게 팔렸고 현재 영화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로증에 걸린 아이가 화자인 이 소설은 가슴 저리는 일련의 문장들이 트위터에서 ‘어록’으로 회자되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출간된 『비행운』은 6개월 만에 3만5000부가 나갔다. 문학의 침체가 이어졌던 출판시장에서 그의 이름 석자가 두드러졌던 이유다.



우찬제 교수가 말한 김애란의 ‘소통의 자장’은 소위 ‘88만원 세대’ ‘3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젊은 세대)’의 우울과 절망에 대한 천착, 이를 공감하게 하는 뛰어난 화법 등이 있기에 가능했다. 『달려라 아비』(2005),『 침이 고인다』(2007)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함은 『두근두근 내 인생』을 지나 『비행운』에 이르러 좀 더 예리해졌고 깊어졌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노량진 학원가와 신림동 고시촌, 반지하셋방과 옥탑방에 더 친숙한 루저, 즉 소외층이다. 이들은 가난하고 철없어 17세에 부모가 되거나 옛 남자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다단계 판매조직에 몸담게 되거나 철거 예정 아파트가 물에 잠겨 어머니의 시체와 같이 고립된다. 그런 김애란의 주인공들을 만나며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지는 걸 느끼지 않기란 어렵다. 특히 재벌 2세 ‘본부장님’들로 가득한 한국의 TV 드라마와 견주어볼 때 김애란의 리얼리티는 아찔할 정도다. 이것은 21세기 한국 젊은이들의 내면이 궁금한 기성세대에게 망설임 없이 그의 소설을 권하는 이유이며,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걸로 보이는 김애란만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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