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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아름다운 예술, 가격파괴

강신장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경제·경영 트렌드 ‘2불 4고 복 받자’ ④ 고비용

요즘 세상은 밥 먹고 살기가 정말 힘들어졌다. 비록 필자는 밥 걱정 없이 살고 있지만 얼마 전 정끝별 시인의 ‘밥이 쓰다’라는 시를 읽어보니 새삼 가슴이 무척 쓰다. ‘(전략) 늘어가는 빚 걱정을 하며 먹는 밥이 쓰다/ 밥이 쓰다/ 달아도 시원찮을 이 나이에 벌써/ 밥이 쓰다/ (중략)찌개 그릇에 고개를 떨구고 혼자 먹는 밥이 쓰다/ 쓴 밥을 몸에 좋은 약이라 생각하며/ 꼭 꼭 씹어 삼키는 밥이 쓰다/밥이 쓰다/ 세상을 덜 쓰면서 살라고/ 떼꿍한 눈이 머리를 쓰다듬는 저녁/ 목메인 밥이 쓰다’.



이렇게 힘든 우리의 삶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품질은 지키되 초월적인 가격을 창조해 내려고 피눈물나는 투쟁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노력이다. 그래서 감동을 주는 가격파괴는 감히 예술이라고 부르고 싶다. 소비자들은 이런 기업들을 기꺼이 존경할 것이고, 역사는 숭고한 기업으로 평가할 것이다. 헨리 포드(Henry Ford)가 그렇듯이 말이다.



포드가 회사를 설립한 1903년. 당시 자동차 값은 한 대에 2000달러를 훌쩍 넘었다. 하루 종일 일해도 고작 2~3달러밖에 못 벌던 서민들에겐 감히 꿈꿀 수도 없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이에 포드는 누구나 탈 수 있는 값싼 자동차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1908년 마침내 900달러대의 자동차인 ‘모델 T’를 내놓았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가만 있어도 고객은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포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더, 더” 값을 내린다. 그렇게 해서 결국 300달러대의 ‘꿈의 자동차’가 탄생했다.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는 말했다. “자동차는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포드의 이런 생각을 무엇이라 불러야 좋을까? 비즈니스 전략? 아니면 마케팅 전략? 아니다! 이것은 바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아닐까?



불황의 시대, 지금도 기적적인 가격파괴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기업들이 있다. 그 사례 중 하나는 패션기업 ‘유니클로’다. 지난해 11월, 안 그래도 싸기로 유명한 유니클로가 최고 인기 상품을 50% 세일하는 첫날, 오픈 전부터 매장 밖에서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세일 기간 내내 매장에는 발 디딜 틈도 없어 ‘유니클로 대란’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옷은 패션이 아니라 생필품’이라고 말하는 이 회사의 창업자는 1984년 창업 당시부터 가격은 놀랄 정도로 저렴하되 고품질·고기능을 추구했다. 독자적인 기획·생산·판매 프로세스를 구축함으로써 생산단가를 낮추고 유통비용을 줄이는 등 치밀한 노력 덕에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2000엔을 넘지 않는 ‘초월적인 가격파괴’를 이룩할 수 있었다. 유니클로의 가장 큰 미덕은 품질과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 옷을 입는다고 해서 결코 싸구려를 걸친 빈곤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는 점이다.



저가 화장품의 선두주자인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도 마찬가지다. 여자에게 화장품은 매일 먹는 음식, 결국 생필품이나 마찬가지지만 가격은 그리 만만치 않다. 특히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여자들을 울린다. ‘화장품 원가 공개’라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하며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여자들의 눈물을 닦아줬다. 최근에는 10만원이 넘는 값비싼 수입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 상품들을 타깃으로 공략해 가격이 4분의1에 불과한 대응 제품들을 선보여 엄청난 판매액을 올렸다.



요즘 중학생들이 티셔츠를 사러 가는 곳은 어딜까? 바로 ‘고터’다. 용돈·세뱃돈을 모아두었다가 주말이나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그들은 ‘고터’로 간다. 아이들은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를 줄여서 그렇게 부른다. ‘고터’를 가는 이유는 가격이 너무 착하기 때문이다. 1000원, 3000원, 5000원이면 개성 있는 티셔츠를 살 수 있다. 그리고 1만원이면 원하는 물건 여러 가지를 ‘득템’할 수 있다. 또 요즘 냉면을 먹으면 고기를 주는 집이 인기다. 고기를 먹으면 서비스로 냉면을 주는 것이 아니라 냉면을 먹으면 서비스로 고기를 숯불에 구워 한 접시 준다. 이렇게 냉면과 고기를 함께 주는데 가격은 5000원이다. 주머니가 얇은 대학가 학생들도 이젠 맛있는 고기를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 모든 가격파괴 속에서 필자는 감동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삶이 어려워진 지금 기업가 정신은 진정 살아 있는 인문학이다. 놀라움을 만드는 가격파괴 예술가(?)가 더욱 많이 나오길 소망해 본다.



강신장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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