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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사람은 다시 목을…' 중죄 취급 한다면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전두엽 기능 약화되면 자살 충동 커져
자살 원인과 예방법: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

유명인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야구스타 조성민씨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을 듣고 있다. 왜 이렇게 자살이 횡행하는 것일까.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사진) 교수에게 원인과 예방법 등을 들었다.



-왜 이렇게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경제적 수준은 올라갔지만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은 더 심해졌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경쟁을 부추기고 1등만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되다 보니 국민들이 정신적으로 성숙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천천히 경제성장을 한 나라는 정신적 성숙도도 같이 올라간다. 상대적 박탈감은 우울증으로,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이유는 핵가족화다. 예전에는 여러 가족이 함께 살면서 대화할 환경이 조성됐다. 그런데 지금은 1인 가구가 대세가 됐다. 우울하고, 낙담에 빠져도 살갑게 얘기할 사람이 없는 거다.”



-인터넷이나 스마트 기기 보급과도 관련이 있나.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모든 일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일 회사에 와서 시키면 될 일을 저녁 늦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메일로 공지한다. 예전에는 일과 일 사이에 여유를 두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일이든 관계든 빨리 대답하고 빨리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왜 꼭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선 삶을 더 쉽게 포기하게 된다.”



-유명인이 죽는 것과도 관련이 있나.

“우리나라는 유독 죽은 자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다. 비난을 받던 유명인도 죽으면 모든 게 덮어진다. 서구와는 다른 모습이다. 서양에선 옛날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다시 목을 자르는 등 자살을 중죄로 취급했다. 유명인이 죽고 나서 애도하고, 추모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다 보니 일반인들도 비슷한 기대를 하게 될 수 있다. 죽고 나면 자신의 진실을 알아주겠지, 슬퍼해 주겠지 하는 심리다. 또 유명한 사람도 죽었는데 자신이라고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심리도 작용할 것이다. 사회 캠페인을 통해 자살이 미화되지 않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자살자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던데.

“자살자의 95% 정도가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다. 그중 80%는 우울증, 10%는 조현병(정신분열증), 5%가 알코올의존증, 나머지 기타 순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뇌의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가 떨어진다.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 기능도 저하되면서 격한 감정에 휩싸인다. 충동적으로 자살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도 전두엽 기능이 저하돼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 조현병은 죽으라는 환청·망상 등에 의해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상 우리나라는 성인 10명 중 1명꼴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만큼 자살 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자살을 앞둔 사람들이 사전에 어떤 징후를 보이나.

“첫 번째는 주위를 정리하는 듯한 모습이다. 갑자기 고마웠다거나, 생전 하지 않던 안부 전화나 문자를 보낸다. 또 한동안 우울한 모습을 보였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통달한 듯한 미소를 짓고 다닌다든지 하는 행동양상의 변화를 보인다. 가까운 사람 한두 명에게는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꼭 남긴다. 알코올에 중독됐거나 약물 중독자도 고위험군이다.”



-자살을 막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자살은 계획적이기보다는 충동에 의한 것이 많다. 그래서 남자 자살자 수가 여자보다 많다. 자살을 막으려면 징후를 보이는 사람 곁에 있는 친구나 가족이 끊임 없이 말을 걸어야 한다. 하루 한 번 1시간씩 억지로라도 고민을 털어놓는 시간을 만든다. 얘기를 나누다 보면 충동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의 문제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살 방지를 위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일단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운동이 정말 도움이 된다. 운동은 근육 발달뿐 아니라 뇌의 호르몬 분비도 증가시킨다. 몸의 탄력성이 올라가면 뇌의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분비가 증가돼 스트레스로 깨진 호르몬 분비 시스템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중증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을 추천한다. 식단으로는 오메가3와 생야채류 섭취를 권한다. 뇌혈관을 깨끗하게 해주기 때문에 이 역시 신경호르몬 분비에 도움을 준다.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남을 도와줄 때 우리 몸에선 세로토닌이 생성된다. 주기적인 봉사활동은 전두엽 기능을 향상시켜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도 필요할 텐데.

“우울증으로 가정과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 약을 기피하는 사람이 있는데, 오히려 초기에 복용했을 땐 치료기간을 단축하고, 재발을 막는 효과가 크다. 우울증 약은 세로토닌 분비량을 늘려주고 충동 완화작용을 하기 때문에 자살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와 함께 행동요법이나 심리상담을 받기를 권한다. 옛날에는 졸림, 멍해지는 증상 등 약의 부작용이 많았지만 새로 나온 약들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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