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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민주당, 중도로 못가면 5년 후에도…"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대선 패배 진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려 온 이광재(48?사진) 전 강원지사가 12·19 대선 결과와 민주통합당의 진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전 지사는 10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대선에서 진 원인은 ?친노(친노무현)? 세력 때문이 아니라 중도를 잃은 정책으로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해서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민주당이 중도를 확보하지 못하면 5년 뒤 대선에서도 희망이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제는 노 전 대통령을 정치에서 쉬게 할 때”라면서 친노의 정치세력화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1월 ‘박연차게이트’로 지사직에서 물러난 이 전 지사는 그동안 중국 칭화(淸華)대 객원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 최고 지도부의 집체학습 강사들을 인터뷰해 『중국에게 묻다』란 책을 냈다.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패배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 데는 진 이유가 있다. 첫째, 문재인 후보는 국민들에게 선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줬지만 민주당 자체에 국민의 거부감이 있었다. 둘째, 문 후보가 정권심판론을 제기했지만 심판을 넘어 나라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는 국민에게 확연히 와닿지 않았다. 반면에 박근혜 후보는 본인의 당선이 바로 정권교체(심판)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먹혔다. 셋째는 결국 50대다. 1987년 6월항쟁 때 ?넥타이 부대?였던 50대가 막연히 보수적인 세대라곤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직장에서 쫓겨날까 초조해하고, 자식들이 한창 대학에 다니는 세대다. 민주당은 이런 분들의 흔들리는 삶에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또 “나이 드신 분들은 민주당을 안 찍는다”는 사고에서도 벗어나야 했다. 호적상 자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분들 가운데 65세 이상이 117만 명이나 된다. 이들을 보호하는 공약을 내놨으면 민주당이 지향하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에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당을 장악한 친노 세력 때문에 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선거대책위원 가운데 친노가 몇 명이나 있었나. 위원장도 없었고, 본부장급에도 거의 없었다. 그런 걸 벗어나 민주당의 실질적인 모습을 되돌아봐야 한다. 전쟁으로 말하면 중원이 중요하고, 경제로는 중산층이 중요하고, 정치로는 중도가 중요한데 민주당의 정책은 중도를 잃어버린 정책이었다.”



-친노 때문에 진 게 아니었다는 얘긴가.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이 좋았을 땐 친노를 넘어 ‘칭노(스스로 친노를 칭함)’하다가 노 전 대통령이 어려워지면 친노책임론을 제기한다. 이젠 그런 행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과거에 서울시장 선거를 이긴 건 조순·고건 같은 합리적 보수 인사들을 후보로 냈을 때다. 이번 대선에도 민주당이 뜨거운 반응을 얻은 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을 때였지 않나. 민주당이 합리적 보수까지 껴안아 안정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이길 수 있다.”



-이해찬·박지원 보기 싫어 문재인 안 찍었다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그분들은 (대선 전에) 다 물러나지 않았나. (문재인) 후보한테 전권을 줬다.”



- 그게 잘 안 먹힌 것 같다. 뒤에서 문 후보를 조종했거나 문 후보가 당선되면 복귀할 것이라고 여겨진 것 아닌가.

“부차적인 얘기다. 오히려 당에서 중도를 향한 확고한, 구체적 정책이 (없었던 게) 문제였다고 본다. 지난 총선 때 당에서 김진표 전 부총리를 공천하지 말자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김 전 부총리가 최다 득표한 걸 눈여겨 봐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친노 세력이 민주당을 움직인 건 사실 아닌가.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분들이 그랬던 것으로 보이는데, 문 후보도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서서 자기 세계를 가지려고 했던 거 아닌가. 그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설 무언가를 못 만든 게 문제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매년 200만 명이 찾는 걸 보면 보통 사람들의 친구요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을 보고 싶은 국민의 열망이 있다고 본다. 이게 해소되지 않는 한 (그런 지도자를 찾는) 국민의 바람은 지속될 것이다.”



-문 후보가 안철수 전 후보를 껴안지 못해 졌다는 비판도 많은데.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정몽준 후보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훨씬 낮았지만 먼저 양보하면서 진정성이 받아들여졌고 지지율도 높아졌다. 이번 대선에도 그런 모습을 먼저 보인 사람이 이겼을 거라 본다.”



-단일화가 제대로 안 된 데 아쉬움이 많은 것 같다.

“잘 모르겠다. 다만 아름다운 단일화가 있었더라면, (대선) 승패를 떠나 하루하루 팍팍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이 그래도 정치를 조금 더 밝은 눈으로 봤을 텐데 싶다.”



-안 전 후보가 정치를 재개할 것으로 보나.

“안 전 후보는 이번에 상처를 입었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기성 정치권에 보여줬다고 본다. 어부가 어부이길 포기하지 않는 한 태풍이 오는 걸 두려워할 순 없지 않나. 본인도 자신을 ‘정치인 안철수’로 표현했기 때문에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분은 자기 완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논리의 완결성으로 본다면, 출마해야 하지 않을까.”



-민주당은 앞으로 안 전 후보와 합작해야 하나.

“결국 우리나라는 새누리당, 민주당과 진보당의 세 축으로 정당체제가 구성되는 게 맞다. 그 점에서 열린우리당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놓고 새 정당을 만들었던 건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본다. 기득권을 버리고 진보와 합리적 보수까지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지금도 민주당은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있다. 486 운동권 아래로는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가난은 열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구제하는 거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적인 기구에서 일한 경험 많은 전문가를 민주당이 끌어들여야 한다.”



-열린우리당도 그런 전문가들을 영입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그쪽으로 옮겨가지 않았나.

“이제 한국도 미국처럼 보수 10년, 진보 10년 주기로 가는 거 아닌가 싶다.”



-5년 뒤 대선에선 진보가 집권할까.

“아니다. 중도를 갖는 쪽이 또 승자가 될 거다.”



-민주당이 중도를 갖지 못하면 5년 뒤에도 희망이 없다는 얘긴가.

“그렇다. 노선상으론 중도, 내용상으론 국민 삶의 구체적 현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마거릿 대처 총리가 집권하던 1980년대 영국에서 노동당은 대논쟁 끝에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분열을 거듭하면서 계속 지다가 97년 토니 블레어가 제3의 길이란 중도를 택하고 이겼다. 레이건·부시 공화당 정권이 이어진 미국에서도 민주당 빌 클린턴이 진보정책연구소를 만들고 중도를 택한 92년 대선에서 집권했다. 우리 민주당도 (5년 뒤 이기려면) 실질적인 중도로의 길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 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남쪽 정부’ 같은 상식 밖의 발언을 해도 민주당은 말 한마디 못했다. 그러니 중도로 간다고 해도 국민에게 먹히지 않는 것 아닌가.

“연대할 건 연대하고, 결별할 건 결별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극우와, 민주당은 극좌와 결별해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극좌와) 무리한 연결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국민들에게 ‘다른 건 다르다’고 말하는 게 낫다고 본다.”



-극좌 세력의 종북적 언행은 확실히 부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이건 분단사회의 비극인데, ‘너 좌파지?’처럼 내 맘에 안 드는 사람을 하루아침에 매장시키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극단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도 결별할 필요가 있다. 보수의 금과옥조인 애덤 스미스, 진보의 금과옥조인 마르크스는 벌써 100년 전 사람들이다. 시장맹신주의도 문제고, 계획경제나 사회주의를 생각하는 것도 시대에 뒤처지는 거라 생각한다. 둘 다 결별해야 자유로워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의 종착점은 한·미 FTA를 넘어 남북 FTA를 하는 거였다. 그리하여 대륙과 해양세력의 에너지를 모으는 대(大)싱가포르 같은 국가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한·미 FTA 재협상은 좋다. 그러나 반대하는 건 안 된다고 본다.”



-그럼 왜 지난해 민주당이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할 때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나.

“당시엔 그럴 위치가 아니었다. 그리고 제주 해군기지도 지어야 한다. 많은 타당성을 갖고 검토된 방안이다. 아쉬운 점은 주민투표 과정에서 설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제주 주민들이 해군기지를 허용해 주는 대신 국가가 제주도를 세계 최초의 화석연료 없는 친환경 섬으로 만들어 주면 좋지 않을까 제안한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바라는 것이 있나.

“박 당선인이 속히 문재인 후보를 만나야 한다. 패배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자로 껴안아야 한다. 지금 정부 부채가 450조원이고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달하는데 수익을 내는 기업은 많지 않다. 문 후보로 대표되는 48%를 껴안아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정계를 떠난 지 2년이 다 돼간다. 앞으로의 계획은.

“당분간 정치 일선과 떨어져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게 맞는 것 같다. 진보와 보수가 너무 격렬하게 대결하는 걸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우리 사회 원로에게 배우다』란 책을 내려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씨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남덕우 전 총리 등 보수 원로들과 진보 원로들을 같이 인터뷰해 벽을 넘어보려는 의도다. 이분들의 회고록을 다 읽었고, 곧 인터뷰를 시작하려 한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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