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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꿈’ 다른 해석, 진보紙 낙하산 인사로 폭발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남방주말’ 파업 사태로 본 중국 언론 자유화

꿈(夢)이 문제였다. 새해 초 중국 사회를 강타한 광둥(廣東)성의 주간신문 남방주말(南方周末)에 대한 검열과 기자들의 파업 항의 사태는 ‘중국의 꿈(中國夢)’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으로 인해 촉발됐다. 이 꿈은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이 지난해 11월 말 제시한 ‘중국의 꿈’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바로 중국의 나아갈 길이 어디냐를 둘러싼 싸움이다. 이번 사태가 던지고 있는 파장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지난 3일 중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신문이란 평을 듣는 남방주말의 신년기획 제목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 꿈에 다가가 있다”는 것이었다. 한데 기사의 전문이 이상했다. 역사 상식에도 어긋나고 맞춤법도 틀리는 등 상식 밖이었다. 예를 들어 ‘2000년 전 우(禹)의 치수(治水)’ 운운한 대목은 아이들도 웃을 일이었다. 2000년 전이면 한(漢)나라 시대다. 우(禹)를 언급하려면 4000년 전쯤으로 했어야 한다. 또 ‘무리가 마음을 합치면 성과 같이 큰 세력이 된다’는 뜻의 성어는 ‘중지성성(衆志成城)’인데 이를 ‘중지성성(衆志成誠)’으로 썼다. 성(城)이 성(誠)으로 잘못 쓰였다. 문맥도 매끄럽지 않아 단순 실수로 간주하기엔 이상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의문은 그날 밤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서다.



자료: 둬웨이·多維



시진핑, 법치 확립과 특권 배제 ‘강조’

원래 남방주말이 준비한 신년기획의 제목은 ‘중국의 꿈(中國夢), 헌정의 꿈(憲政夢)’이었다. 새해 특집을 준비하면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지난해 11월 29일 언급한 ‘중국의 꿈’에 착안했다. 그날 시진핑은 새로운 정치국 상무위원(7명) 전원을 대동하고 베이징의 국가박물관으로 가 ‘부흥의 길’을 주제로 열린 전람회를 참관했다. 시진핑은 그 자리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중국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중국의 꿈’은 중국 내 모든 곳에서 회자되는 구호가 됐다.



지난 8일 인민일보 해외판을 장식한 글의 제목 또한 ‘차이나 드림의 맛’이다. 인민일보는 이 글에서 ‘중국의 꿈’을 이루려면 두 가지 맛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해수(海水)의 맛이다. 중화의 부흥을 위해선 파란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향후 해양 권익을 지키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한수(汗水)의 맛이다. 땀 흘려 노력하자는 이야기다.

남방주말은 중국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매체답게 ‘중국의 꿈’을 이루려면 헌정부터 제대로 실시돼야 한다는 기획을 준비했다. 황제 시대의 인치(人治)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 법치(法治)가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법치를 강조한 시진핑의 발언에 고무된 측면도 있었다. 시진핑은 지난해 12월 4일 헌법공포시행 30주년 기념회에 참석해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헌법이나 법률을 초월한 특권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었다.



그러나 광둥성 선전부의 생각은 달랐다. 중국에서 공산당은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존재다. 당이 설립되고(1921년) 국가가 탄생했다(1949년). 당은 국가 위에 존재하기에 인민해방군도 당군(黨軍)이지 국군(國軍)이 아닌 셈이다. 평소 요주의 대상인 남방주말의 기획 의도가 헌정(憲政)을 강조함으로써 당의 통치(黨治)에 도전하려는 것으로 봤다. 결국 기사가 광둥성 선전부에 의해 바뀌고 말았다. 제목은 시진핑이 언급한 바 있는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말을 곧바로 떠올리게끔 하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 꿈에 다가가 있다’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전문은 광둥성 선전부의 퉈전(?震) 부장이 직접 썼다고 알려지고 있다.

 

省 선전부 부부장이 남방주말 당서기로

중국에서 선전부의 기사 개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청년보가 최근 말했듯이 중국의 언론은 중국공산당의 선전도구다. 당이 언론매체를 관리하는 건 철석 같은 원칙이기도 하다. 신문의 역할이란 당의 정책·방침을 전달해 대중의 인식을 통일시키는 데 있다. 물론 사회의 잘잘못을 감독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당의 지도하에서 가능한 것이다. 한마디로 신문은 당의 대변인이다. 이 점은 남방일보 기자들도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당의 관리가 지나쳤다. 지난해 5월 중순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남방주말의 당위원회 서기이자 사장이던 양싱펑(楊興鋒)의 서기 자리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엔 낙하산 인사가 뒤따랐다. 신화사 출신으로 광둥성 선전부 부부장이던 양젠(楊健)이 남방주말 당서기가 됐다. 창사 후 처음 있는 낙하산 인사였다. 이어 광둥성 선전부 부장으로 신화사 부사장 출신의 퉈전이 내려왔다. 인사 배경과 관련해선 제18차 당대회를 앞두고 말 많은 남방주말 길들이기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검열이 강화된 건 불문가지. 남방그룹 산하 매체 중 내부 검열인 심독(審讀) 대상은 남방주말과 남방도시보 등 둘이었는데 그게 다섯 개 매체로 늘었다.



남방주말의 경우 지난 한 해에만 1034건의 기사가 검열을 받았다. 매주 신문을 내는 데 무려 20건의 기사가 검열을 받은 셈이다.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치던 남방주말의 필봉이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베이징을 강타한 폭우로 예상 외의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을 때도 남방주말 보도는 평이하기 짝이 없었다. 남방주말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돌기 시작했다. 물론 이때도 8개 면을 준비했던 게 광둥성 선전부의 지시에 따라 4개 면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한다. 기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으로 누적돼 온 것이다.



그러나 성 선전부에 대항해 파업으로 맞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결정적 계기 역시 시진핑의 발언에서 나왔다. 지난해 12월 4일 시진핑은 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든 당원의 업무태도 개선을 요구하는 ‘신8항주의(新八項注意)’를 발표했다. 회의 간소화, 경호업무 개선 등의 내용으로 시진핑 자신은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이후 광둥성 방문 때 ‘총서기 행차에 길을 막지 않는’ 모범을 보여 큰 찬사를 받았다. 바로 이 8개 주의사항 가운데 하나가 신문 보도 개선이었다. 이에 따라 인민일보는 올해 1월 1일을 기해 앞으론 ‘참말을 하고(說眞話) 실정을 쓰겠다(寫實情)’고 천명했다가 ‘그럼 이전에는 거짓말만 했느냐’는 핀잔을 받기도 했을 정도다. 이렇게 언론의 적극적인 역할을 시진핑 총서기가 주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 선전부는 구태의연한 관리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남방주말의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게 바로 베이징의 신경보(新京報) 등이 남방주말 사태를 비난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사설을 게재하라는 당 선전부의 지시에 반발한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선전부 사전 검열을 ‘의견 개진’으로 완화

남방주말 사태는 기자들이 파업 이틀 만에 업무에 복귀함으로써 일단 수습됐다.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가 직접 개입해 성 선전부의 사전 검열을 의견 개진으로 바꾸고, 파업 기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대신 총편집이 물러나는 선에서 정리했다. 검열 제도가 완화된 건 언론의 승리다. 그러나 중국 언론의 봄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검열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고 검열 방법이 시대 변화에 맞춰 개선돼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조정되는 정도인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촉발한 ‘중국의 꿈’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잘 따져봐야 한다. 중국에선 새로운 지도자가 된 이는 보통 새로운 구호를 내세운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방법을 찾는 건 모두의 노력이다. 이에 따라 지방은 지방대로, 부처는 부처대로 방안을 내놓고 경쟁한다. 그러다 좋은 방안을 찾으면 그것이 대표적인 모델이 된다. 농촌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을 가능케 했던 농가청부생산책임제 같은 것이 그런 예다.



시진핑이 내건 ‘중국의 꿈’인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현재 중국에는 두 개의 흐름이 있다. 이 두 흐름은 남방주말과 광둥성 선전부장 퉈전에 의해 극명하게 대표된다. 하나는 남방주말처럼 헌정질서부터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선 자연히 인권이 강조된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한다. 이게 바로 남방주말이 중국 보수세력으로부터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는 서방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배경이다. 다른 하나의 흐름은 퉈전이 ‘무리가 마음을 합치면 성과 같이 큰 세력이 된다’고 말한 것처럼 개인보다 집단을 강조하는 사고다. 개인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사회, 나아가 국가의 목표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집단을 중시하며, 이게 바로 서구의 보편적 가치와는 다른 중국 특색의 가치라고 이야기한다. 시진핑은 이 두 흐름 중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시진핑은 최근 “국가가 좋아야 민족도 좋고, 모두에게 좋다”고 말한 바 있다. 개인보다는 집단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과는 다른 언론의 봄을 추구할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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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주말 1984년 창간돼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주간신문. 창간 취지는 ‘여기서 중국을 읽고 이해한다’이다. 120만 부의 주요 독자층은 지식인이며 대표적인 진보신문으로 자리 잡았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새로운 질병임을 처음으로 보도했으며, 2009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중 때 중국 언론 중 유일하게 인터뷰를 했으나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는 바람에 기사 게재가 전면 불허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중국 내 극좌파 세력은 2011년 11월 남방주말의 논조에 항의해 이 신문에 대한 화형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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