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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3분의 2는 지상경제와 상호보완”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오스트리아 린츠대 교수 전화 인터뷰

“지하경제(shadow economy)가 왜 나쁩니까. 거기서 돈 버는 사람도 있고, 그 돈이 또 지상경제(official economy)에서 사용되는데요.”

세계적 지하경제 전문가의 지하경제관(觀)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지하경제는 좋은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린츠대 경제학과의 프리드리히 슈나이더(Friedrich Schneider) 교수다. 그는 1999년 이후 국가별 지하경제 규모를 추산해 비교 연구해 왔다. ‘실체를 정확히 아는 이는 없다’는 지하경제의 규모를 동일 잣대로 추정해 국가별로 비교하는 이는 그가 유일하다. 그가 지하경제 규모 추정에 사용하는 ‘복수 원인-복수 지표(MIMICㆍmultiple indicators multiple causes)’ 모델은 국내 연구진도 자주 활용한다.



슈나이더 교수는 11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하경제는 무조건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통념은 꼭 옳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자동차 수리업을 했다 해도 가치를 창출하고 돈을 번 것에는 변함이 없잖아요. 그리고 번 돈을 쓰는 과정에서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는 냅니다. 이런 식으로 지하경제의 3분의 2 정도는 지상 경제와 상호 보완적(complementary)으로 돌아갑니다. 지하경제가 무조건 지상경제 것을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건 단세포적이에요.”



세원 발굴을 위해 지하경제를 정조준한 한국 차기 정부의 방침에 대해선 “세금 문제는 지하경제의 일부일 뿐인데 지하경제 전체와 전쟁을 벌이는 듯 얘기하면 혼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지하경제는 세금 탈루나 조세 회피뿐 아니라 불법ㆍ음성적 생산 활동이나 물물교환 등을 두루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슈나이더 교수는 지하경제를 ‘국내총생산 같은 공식통계를 산출하는 데서 누락된 생산적 시장 경제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선악이 배제된 차갑고 건조한 개념 규정이다. 그는 “지하경제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흑백 논리는 곤란하고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good guy and bad guy)의 2분법도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고 세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게 슈나이더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지하경제 규모를 줄인다고 해서 그게 다 지상경제로 전환된다면야 위정자 입장에서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런다는 보장은 없고 당국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어쨌든 지하경제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지하경제가 왜 생겼는지 먼저 들여다보라”고 조언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 “지하경제의 비즈니스는 왜 일어납니까. 거기서 일하는 게 지상경제보다 더 돈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럼 지하경제를 이용하는 사람은 왜 이용합니까. 거기가 더 싸고 좋기 때문이지요. 결국 지하경제가 생기는 건 지상경제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세금이 높거나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에요. 이걸 피해서 지하경제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 겁니다.” 그의 결론. “지하경제를 정말 없애고 싶으면 규제를 줄이고(deregulate) 세금을 덜 걷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나이더 교수는 최근 자신의 논문에서 1999년 한국 정부가 도입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언급했다. “신용카드 쓰는 이들이 늘면서 한국 정부가 세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은 지하경제 양성화 방편으로 성공적이었다. 유럽 국가들이 참고할 만하다”고 평했다.

한국 정부가 추가로 도입할 만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은 어떤 게 있을까. 그는 ‘인센티브 보상제도(Incentive Oriented Measure)’를 추천했다. 지하경제 활동을 지상으로 끄집어 내는 이에게 세금 감면 등 경제적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가령 지하경제에서 활동하던 이가 소득세를 신고하면, 대신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식이다. 그는 “유럽 몇몇 나라도 인센티브 보상제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슈나이더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2013년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4.3% 정도로 추정된다. 2004년(26.5%) 이후 지속적으로 비중이 줄고 있지만 그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다. 그는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 지하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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