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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전문가, 朴정책 향한 충고 "한국은…"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지하경제, 흑백 논리로 재단해선 안 돼”
지하경제 분야 세계적 석학 슈나이더 교수의 충고

“지하경제 문제를 단순하게 보면 안 된다. 흑백과 선악의 논리로 편리하게 나눌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하경제 전문가인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의 말이다. 오스트리아 린츠대(요하네스 케플러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그는 지하경제(Shadow economy)의 국제비교연구로 유명하다. 슈나이더 교수는 11일 중앙SUNDAY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하경제 형성엔 세금과 규제를 피하겠다는 나름의 동기가 있고, 그 자체가 생산활동으로 시장경제에 기여한다. 세수 목적으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려면 구체적 정책수단이 필요한데 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하경제를 공식 경제로 끌어내려면 그만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세금 감면 같은 적극 유인책이 동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떠올랐지만 실행부터 효과를 내기까지 험로가 적잖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누리당 복지공약 실행을 위한 연평균 27조원의 재정을 충당하는 방안으로 무리한 증세 대신 지하경제 양성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슈나이더의 지적처럼 정책 한두 가지로 쉽게 이뤄질 일이 아니라는 반론이 만만찮다. 자칫 전시효과에 매몰될 경우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하경제는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제활동이다. 마약·매춘 같은 불법거래에서부터 조세피난처 같은 편법 절세 행위, 일용노동처럼 기록되지 않는 현금거래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하경제를 국내총생산(GDP)의 15~30%로 추정한다. 금액으로는 최대 370조원(2010년 기준)에 이르는 지하경제에 제대로 세금만 매겨도 매년 수십조원의 추가 세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슈나이더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새로운 사실과 수치를 알려줬다.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개 회원국 중 여전히 큰 편이지만 신용카드 거래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추계치인 올해의 경우 GDP의 24.3%에 해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2004년 26.5%보다 2%포인트 이상 줄어든 수치다.



국세청은 강도 높은 지하경제 양성화 시책을 12일 인수위에 보고했다. 여기에는 신종 첨단 탈세기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특정금융거래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만원 이상의 금융거래를 과세당국이 확보할 경우 세원 노출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이미 신년사에서 “현금거래를 이용한 탈세가 만연해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새누리당도 입법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해 8월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을 발의해 놨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법이 통과되면 연간 4조5000억원에서 6조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거래를 투명하고 선진화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역외거래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최근 지하경제 1호로 가짜 석유 시장을 지목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 석유만 발본색원해도 연간 5000억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안에 가짜 석유 유통 단속을 위한 시스템 구축 비용을 반영했다.



전방위적인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찮다. ‘지하경제 규모가 부풀려졌다’ ‘단속해봤자 잘 안 될 것’ ‘득보다 실이 많을 것’ 등이다. 국세청이 FIU의 금융정보를 샅샅이 살피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경제학)는 “탈세 방지와 지하경제 양성화가 함께 간다고 보는 건 오산이다. 과세를 강화하면 세금을 덜 내려고 애쓰고 지하경제는 부풀어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경제 양성화 비용과 그 편익을 비교해 규제 정책의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승녕·임미진·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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