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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내건 정체불명 시술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우리나라처럼 일반인들 사이에서 ‘줄기세포’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는 나라도 흔치 않다. 그런데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 연구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요즘은 실체조차 모호한 각종 줄기세포 시술이 성행하고 있다. 피부 관리를 비롯해 탈모 치료, 동안 시술, 성형 수술, 임플란트, 다이어트, 항노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들이 줄기세포라는 이름을 걸고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

요즘 의료계에서 병원 홍보에는 줄기세포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많은 환자가 줄기세포를 만병통치약 혹은 젊음을 되찾아주는 묘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에서 아직 기능이 정해지지 않은 원시세포로, 분화 과정을 통해 특정 세포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스스로 복제를 통해 증식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분비하는 수백 종류의 단백질이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복원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줄기세포는 세계적으로 많은 의학자, 과학자의 관심 대상이다. 최근 15년 사이에 엄청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면서 현대 난치병 치료의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공식 임상시험 등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판매 허가를 받아 세상에 나온 줄기세포 의약품은 단 4개뿐이다. 3개는 한국 기업이 개발해 한국에서 허가받은 제품으로 각각 관절염·심근경색·크론성 누공 치료제이고, 나머지 1개는 미국 기업이 개발해 캐나다와 뉴질랜드에서 허가받은 것으로 장기 이식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병 치료제다.

피부나 미용·성형·탈모·항노화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허가된 것이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줄기세포 시술’은 어떤 것인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아마도 이들 병원에서 ‘줄기세포 시술’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존 일반 시술에 줄기세포가 극소수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진 혈액·골수·지방 조직을 활용한 의료행위를 더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명확히 말하자면 이 같은 행위를 ‘줄기세포 시술’ 혹은 ‘줄기세포 치료’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 과정에서 단지 줄기세포가 포함된 조직을 이용한다는 것만으로 줄기세포 시술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실제 줄기세포의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환자들에게 기대하게 하는 일종의 사기이며 소비자 우롱 행위다.

붕어가 들어 있지 않은 붕어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구도 그 빵이 붕어 모양으로 생겼을 뿐 거기에 붕어가 들어 있을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기세포 시술은 다르다. 환자들은 줄기세포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병원들도 기존의 시술에 비해 더 특별한 치료 방식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현혹해 입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줄기세포로 포장하고 기존보다 비싼 치료비를 받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무분별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짝퉁 줄기세포 시술’들은 어떤 종류의 줄기세포가 몇 개나 들어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원리로 효능을 나타내는지, 안전한지 등에 관한 객관적 근거가 전혀 없다.
또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의약품은 정해진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약이 아닌 시술 개념으로 줄기세포를 사용하더라도 이 또한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즉 현재 이뤄지고 있는 각종 줄기세포 시술은 불법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무엇보다 난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를 위해서, 또 미래 국가 경제를 책임질 성장동력 산업으로서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아이템이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전 세계 환자에게 혜택을 주고, 산업적으로도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남 없이 순리적·합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줄기세포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놓고 전 세계적으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다. 현재 각국에서는 수백 개의 줄기세포 치료제들이 엄청난 경쟁 속에서 개발 중에 있다. 무분별한 ‘짝퉁 줄기세포 시술’이 환자들에게는 고통과 피해를 주고, 자칫 우리나라 줄기세포 분야의 국제 경쟁력까지 해치는 걸림돌이 될까 걱정된다.


양윤선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2000년 바이오 벤처 메디포스트를 설립해 세계 처음 동종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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