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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차 女모델 "누드 하면서 힘든점은…"

권은진 서울아트모델 회장
누드 크로키의 중심엔 누드 모델이 있다. 누드 모델 회사인 서울아트모델 권은진(39) 회장을 만났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기품 있는 자세가 눈에 띄는 권 회장은 12년 경력의 누드 모델 출신이기도 하다.



‘쭉쭉빵빵’ 아니라도 된다, 체력·지구력·승부근성 필요
권은진 서울아트모델 회장
요즘엔 생계형 지원자 많아

 - 누드 모델의 조건은.



 “소위 ‘쭉쭉빵빵’한 체형이 아니어도 된다. 중요한 건 벗는다는 행위에 대한 자신감이다. 예술적 표현을 위해 벗는 것과 성적 호기심을 위해 보여주는 건 다르다.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얼음 계곡에서도 나신으로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지구력, 강한 승부근성이 필요하다. 옷을 벗는 데서 끝나면 그냥 알몸일 뿐이다. 작가가 모델에게 포즈를 요구하는 일은 드물다. 모델 스스로 포즈를 연구해야 한다. 누드 모델은 몸으로 예술가와 소통하며 작품에 영감과 소재를 주는 사람이다.”



 - 누드 모델이 늘어나는 추세인가.



 “최근 불황의 여파인지 생계형 지원자가 많이 늘었다. 보디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여성 지원자는 오히려 스스럼없이 누드를 보여주는 반면 남성 지원자들은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다. 이유? 글쎄, 남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웃음). 수요도 많이 늘었다.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와 학원이 늘어나면서다. 인체의 무게중심과 포즈를 누드 크로키나 드로잉을 통해 익혀 캐릭터 동작 등에 반영하려는 거다. 최근엔 오페라·연극·영화·CF·TV 등의 누드 대역 수요도 늘고 있다. 미대생뿐 아니라 건축학과 학생들도 미적 감각을 키우기 위해 누드 크로키를 한다.”



 - 좋은 누드 모델이 되려면.



 “초보일수록 자세가 뻣뻣하다. 동작과 동작 사이에 연결감이 없다. 가운을 벗고 입을 때와 쉬는 시간에도 모델의 품위와 신비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예술과 외설의 견해 차이로 갈등이 생기면 화가 에곤 실레의 드로잉 작품을 보여준다. 적나라한 노출과 도발적인 성적 표현을 담고 있지만 당당한 예술작품 아닌가.”



 - 현역 누드 모델이다. 어떤 계기로 누드 모델이 됐나.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로 활동을 하고 있다. 우연히 사막 위에 서 있는 누드 모델 사진을 보고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누드 사진의 거목 정운봉 선생님을 찾아갔다. 첫 작품으로 강원도 골짜기에서 비를 흠뻑 맞으며 포즈를 잡는데 순간 희열을 느꼈다. 그때부터 누드 모델의 길에 들어섰다. 사회적 편견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다 보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뭉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누드모델회사를 만들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 스케줄 관리와 홍보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연봉제를 처음 도입해 모델들의 안정된 수입구조도 만들었다.”



 - 누드 모델로 활동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



 “정신적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8시간 동안 미소를 지으며 광고를 찍다가 얼굴 근육에 마비가 온 적도 있다. 또 서해의 무인도인 갈매기섬에서 촬영하는데 산란기에 접어든 수천 마리의 괭이갈매기 떼가 제 주변에 모여들고 모자까지 낚아채 갔을 땐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깊은 숲속이나 동굴, 절벽·바닷가·무인도 등에 누드로 서 있으며 제 피부로 전달되는 미세한 바람결을 느낄 때면 자연의 일부가 되어 태초의 원시성을 맞이하는 기분이 든다.”



 - 누드 모델이라서 좋은 점은.



 “행위예술 도중 페인트가 한가득 내 몸에 뿌려진 적이 있었다. 렌즈 앞에서 포즈만 취하는 게 아니라 작가의 퍼포먼스 속에서 내 누드가 함께 어우러지는 일체감은 특별했다. 누드 크로키는 짧은 순간마다 다른 포즈를 보여줘야 한다. 최고의 포즈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면 작가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빠져드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만든 포즈의 완성도가 정점인 순간, 찰칵찰칵 셔터 소리나 사각사각 연필 소리만 들릴 때 나도 작가와 함께 무아의 세계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이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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