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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수직역 연금 근본 개혁 서둘러야

세금과 연금은 엄연히 다르다. 세금은 나라의 살림살이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돈을 국민들이 내는 것이고, 연금은 국민들이 자신의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나중에 되돌려받기 위해 내는 돈이다. 지극히 당연한 상식인데도 정치인과 정부는 세금과 연금을 똑같다고 생각한다. 마치 자신들의 ‘주머니 속 쌈짓돈’처럼 여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몰상식한 행태들이 단적인 증거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노후생활을 위해 의원연금을 만들 작정이었다.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어제 스스로 철회하긴 했지만 외국 사례를 참조하면서 내밀하게 검토했던 건 사실이었다. 의원들이라고 연금을 만들 자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만들 수 있다. 자신이 낸 돈을 적립·운용했다가 나중에 연금으로 되돌려받겠다는 걸 탓할 순 없다.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었다. 의원들이 공무원연금 운운했던 걸 보면 알 수 있다. 낸 돈보다 지출한 돈이 많아 적자가 나면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게 공무원연금이다. 당연히 의원들은 자신이 낸 돈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겠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 적자는 공무원연금처럼 세금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세금과 연금을 혼동하는 건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인수위는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중 30%가량을 국민연금에서 충당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노인빈곤은 엄청난 사회문제임에 분명하다. 기초노령연금이든 기초연금이든 새 정부가 이를 해결하겠다는 걸 나무랄 순 없다. 우리가 지적하는 건 이는 연금의 영역이 아니라 세금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해야 할 일이 아닌데 국민연금더러 충당하라고 하는 인수위의 발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 같은 허튼 짓을 해선 안 된다. 대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같은 특수직역의 연금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자다. 게다가 적자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2003년에는 548억원의 적자였지만 지난해엔 무려 1조4588억원(추정치)으로 급증했다. 이 적자는 몽땅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국민이 공무원의 노후생활에 필요한 돈을 내주고 있다는 얘기다. 2000년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까지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느라 투입된 국민 세금이 무려 8조 2600억원이나 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2020년 6조2000억원, 2030년 14조9000억원의 적자를 볼 거라는 게 정부 예상치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군인연금까지 합치면 적자 폭은 더 커진다. 2030년에는 무려 30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두 연금에 투입해야 할 판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수급 대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자신들이 낸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연금으로 타기 때문이다. 모든 조건을 똑같이 했을 때 공무원은 자신이 낸 돈의 최대 3배를 받고, 국민들은 1.7배를 받도록 연금을 설계해 놓았다. 2009년 공무원연금을 개혁했어도 그렇다. 여전히 소득 대체율이 공무원이 훨씬 높은 데다 연금 지급 개시연령도 공무원이 더 빠르다. 연금을 설계한 것이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론은 뻔하다. 소득 양극화가 연금 때문에 가속화된다.



 인수위가 박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을 실행하겠다면 국민연금을 건드려선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 국민은 공무원과 군인, 교사들보다 훨씬 적은 연금을 받는데도 늘 연금 고갈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이대로만 가도 국민연금은 30년 뒤 적자로 돌아서고, 40년 뒤에는 바닥난다. 소득 대체율을 더 낮추고, 연금보험료를 더 내야 할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를 더 앞당기겠다는 인수위의 방침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차제에 공무원 등 특수직역 연금을 국민연금 하나로 통합해 연금 기득권을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출범 초기 새 정부의 힘이 강할 때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의원들도 또다시 의원연금을 만들자는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특수직역 연금 적자를 메워주는 국민 세금으로 기초연금 재원을 충당할 수도 있다. 게다가 통합 연금(commom pension)은 세계적인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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