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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피터팬 신드롬’과 중소기업 정책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새로 출범할 정부는 중소기업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겠다고 한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고용의 90%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발전해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균형성장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보호를 강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중소기업이 육성되고 우리의 경제구조가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우리나라만큼 많은 중소기업지원제도를 가진 나라도 드물 것이다. 각종 지원제도가 100개도 넘는다. 신용보증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수많은 금융·세제 지원으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전체 예산은 약 6배 증가했으나 중소기업 지원 관련 예산은 80배 넘게 증가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이런 지원의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기업을 쪼개거나 성장을 기피해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소위 ‘피터팬 신드롬’이라는 병폐도 낳게 됐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없애기 위해 다시 중견기업에도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 할 수 없다.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피하면 그때는 대기업에도 지원제도를 확대할 것인가? 오히려 그동안 방만하게 확대돼온 중소기업지원제도를 정비해 전반적인 지원과 보호를 줄이고 지원 대상을 재조정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에는 경제정책적 측면과 사회정책적 측면이 혼재되어 왔다. 대기업에 비해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지원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리가 강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그동안 막대한 납세자의 비용으로 시행해온 수많은 중소기업지원제도의 궁극적 수혜자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중소기업 발전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주로 피상적 논리, 정치적 필요에 의해 정책이 추진돼 온 것이다.



 중소기업은 약자일지 몰라도 중소기업인은 우리 사회의 약자가 아니다. 중소기업은 거의 모두 가족에 의해 소유·경영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부유층에 속한다. 주중에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도,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고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주로 이들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고용을 지원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 소유가족에게 돌아간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투명성이 부족하고 기업회계와 가족회계의 구분이 엄격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책은 유망한 미래 중소기업들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자금과 기술, 시장 실패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설립 초기 일시적으로 지원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이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기업들의 연명을 위해 지원되고 있다. 약 320만 개에 달하는 중소사업체 중 5인 이상 중소제조기업은 11만 개 정도이며 이들에 주로 지원제도가 집중되어 왔다. 반면 양극화의 주요인이 되어온 4인 이하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처절한 시장의 생존경쟁에 놓여있으며 대부분 이러한 지원제도의 외곽에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진입, 퇴출률은 이웃 대만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대만의 중소기업지원제도는 우리보다 훨씬 미약하나 오히려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이루고 있다. 진입과 퇴출이 원활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전반적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뚜렷한 방향성도 없이 오히려 퇴출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재의 보호지원제도를 정비해 지원의 대상을 기업으로부터 근로자의 재훈련, 고용서비스, 연구개발 투자, 산학협력 강화, 창업지원,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항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 지원 확대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향후 5년간 우리가 당면할 경제환경은 지난 5년간의 환경과 크게 다를 것이다. 그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환율 수준의 변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중에서도 그나마 우리 경제의 회복이 빨랐고 수출과 기업 이윤이 크게 증가한 주요인은 원화의 대폭적 절하였다. 그러나 향후 5년간 이런 여건은 반전될 것이다. 이미 시작된 엔화의 가파른 절하와 달러화의 신흥국 통화에 대한 약세로의 반전, 유로화의 약세 지속은 원화의 상대적 절상을 가져올 것이다. 지난 5년간 100엔당 1500~1300원을 유지해온 환율이 1000원대 또는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이것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가장 어렵게 마주치게 될 경제정책은 아마도 환율정책과 노동정책일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야 임금 안정을 기하고 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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