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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정독의 균형 잡힌 글 읽기로 영어 문장 구조 찾는 습관 들여야

남용호 기영인농어학원 원장
“문법에 연연해하지 말고, 의미단위로 읽어나가라.” 수능영어 독해 문제에서 지문을 읽어나가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 등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문구이다. 문법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글의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는데 주력하라는 좋은 취지인 듯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의도를 달리 해석할 수 있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어휘력과 문장구조 파악능력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을 보여주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법응용에 취약한 아이일수록 문장의 구조를 신경 쓰지 않고 직관에 의존해서 여러 개의 단어를 빠르게 읽어나가면 된다고 이해할 수가 있다.

영어문장에서 의미단위는 문법단위에 의해서 정해진다. 의미단위가 붕어빵이라면 문법단위는 붕어빵을 찍어내는 틀이다. 모국어의 경우 그 틀은 자연 습득돼 화자의 머릿속에 내면화된다. 소위 언어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외국어인 영어에서 문법을 의식하지 말고 의미단위로 읽어나가라는 것은 마치 붕어빵의 틀이 없이 재료만으로 붕어빵을 찍어내라는 것과도 같다.

문법응용의 일차 기능은 ① 문장을 문법단위(구, 절)로 나누고 ② 나뉘어진 문법단위간의 상호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 ①과 ②의 작업을 문장의 ‘구조 파악’이라고 한다. 의미단위에 내포된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문장의 구조 파악이 선행될 때 가능하다.

가령 ① I will give it (if she comes) ② I don’t know (if she will come)의 문장 ①과 ②에서 ‘if절’이 하나의 의미 단위임을 굳이 문법을 의식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if’가 종속접속사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if절이라도 ①과 ②에서의 ‘if’절의 의미는 서로 다르다. ① ‘만일 그녀가 온다면’ ② ‘그녀가 올지, 오지 않을지를’이다. 문장 ①과 ②는 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if절 문법 단위의 성격도 달라지고, 그래서 의미도 다르다. 이런 현상은 문장이 길고 복잡해질수록 심화된다.

상당한 독해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영어문장을 읽을 때 문장의 구조와 관계없이 단어만 알면 직관적으로 글이 이해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문장을 읽음과 동시에 내면화된 문법 능력이 자동적으로 가동되는데 단지 단순한 문장일수록 그 사실이 의식되지 않는 것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정도의 문법능력이 갖춰져 있지는 않다. 구조파악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학생에게 외국어인 영어의 문장에서 문법을 의식하지 말고 의미 단위로 읽어나가라고 하는 것은 마치 수영의 기본기가 몸에 배지 않은 아이에게 형식에 구애 받지 말고 빠르게만 헤엄치면 된다고 가르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저학년 때는 영문법과 독해를 쉽고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국어의 틀로 영어를 보게 한다. 그런데 정작 제대로 된 영어의 틀을 훈련시켜야 되는 고학년 때 속독과 문제풀이를 구실로 제대로 된 구조파악을 외면하게 한다면 저학년 때의 습관으로 말미암아 영어문장을 계속 국어의 틀로 보게 된다.

하나하나의 문장구조를 외면하는 습관은 문장의 집합체인 글의 구조 역시 보려 하지 않는 나쁜 습관으로 이어지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장이 주부와 술부 등의 기본 단위로 나뉘듯(설명문, 논설문의 경우) 수능 지문은 주장과 입증의 부분으로 구성된다. 문장을 단위로 나누고 단위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습관은 지문을 주장과 입증으로 나누고 또 연계시켜 이해하는 읽기 습관으로 발전된다. 문장에서 주어를 찾는 학생이 수능 지문에서도 역시 주제문을 찾으려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장의 주부(주어)와 술부(동사)의 관계, 지문의 주장과 입증의 관계를 파악해야만 어법문제와 높은 난이도의 독해문제가 해결된다.

제대로 된 교육은 수능영어에서 높은 점수를 보장해준다. 현 고2부터 시행되는 높은 난이도의 수능 B형과 낮은 난이도의 A형의 가장 큰 차이점은(2012년 11월 고2 전국모의고사를 기준으로 볼 때) 지문의 구조파악을 묻는 문항 수에 있다. A형은 지문의 구조보다는 단순 독해로 풀리는 문제가 B형보다 많다. 반면에 B형은 지문의 구조를 파악해야만 정답을 골라낼 수 있는 문항이 A형보다 많다. 또한 어법문제에서도 A형은 두 개의 선택지 중에 고르는 문제인 반면에 B형은 밑줄만 그어 놓은 유형이다. A형과 달리 B형의 경우는 문장구조를 능동적으로 파악할 때 풀리는 문제이다.

어휘의 의미에만 의존해서 국어의 틀로 영어를 보려 하거나 지문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충분한 어휘를 암기하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정답을 고르지 못하게 된다. 문장의 구조와 지문의 구조를 찾는 올바른 습관이 다독과 정독의 균형 잡힌 글읽기를 통해 형성될 때만이 만족스러운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영인농어학원 남용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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