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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엔 야외로 ‘두두둥~’ “스트레스 풀려 진료 잘돼”

신경외과 의사이자 할리데이비슨 오너인 손진열 원장이 라이딩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두두둥, 두두둥…’ 말발굽 소리가 도로를 가득 메운다. 짙은 푸른 색의 육중한 동체가 천천히 기자의 곁을 스쳐가더니 이내 멈춰 선다.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엔진 소리와 가죽 자켓을 차려 입고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긴 모습으로 나타난 40대 남자의 직업은 의사다. 인생의 반환점을 달려온 그는 순전히 남들이 짜놓은 가치와 관념 속에 스스로를 옭아매 달려왔다고 깨닫는 순간 자신만의 일탈을 선택했다. 취미에서 찾은 작은 일탈 속 자유의 정신을 추구하는 그를 만나봤다.

글=김록환 기자 , 사진=장진영 기자

“원래 특별한 취미는 없었어요. 가끔씩 자전거 타는 것이 전부였고 남들 다 하는 골프는 예전에 정말 잠깐 하다 포기했죠.”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표정으로 바이크에서 내린 신경외과 의사 손진열(43) 원장의 첫마디다. 그의 취미는 독특하다. 서초구 반포동에 살며 작은 신경외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손 원장은 할리데이비슨의 2년차 ‘오너’다. 마음만큼은 베테랑이라는 그가 주행한 모델은 시가 3900만원짜리 ‘울트라 클래식 일렉트라 글라이드(FLHTCU)라는 푸른 색의 바이크다.

손 원장이 처음 바이크에 빠지게 된 계기는 우연 그 자체였다. 2년 전, 매일 반복되던 일상에서 뭔가 활력소가 필요하던 찰나에 번개같이 그의 머릿속에 꽂힌 생각은 다름 아닌 바이크였기 때문이다.

“곰곰이 여러 취미에 대해 생각하던 중 선글라스와 가죽 자켓을 입고 도로를 질주하는 바이크족들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막연히 바이크 하면 할리데이비슨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생각나 구입해 시작하게 됐죠.”

이후 그는 매일 일요일 아침만 되면 자신의 바이크를 몰고 집을 나섰다. 평일 내내 진료실만 지키던 의사 선생님의 작은 일탈이 시작된 것이다. 의외로 집에서는 흔쾌히 허락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나이도 있는데 무슨 바이크냐’는 분위기였고 위험하지 않냐는 얘기도 많이 들려왔지만 그는 안전한 주행과 나름대로의 철저한 수칙 관리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

“개인 취미활동도 중요하지만 가족도 소중하기 때문에 혼자 탈 때는 가급적 오전 중에 복귀하는 코스를 선호하죠. 주로 일요일 오전에 혼자 타는 것을 즐기는 ‘독립군’이라 보시면 됩니다.”

실제 그는 해가 긴 여름이 되면 오전 6시에, 해가 짧은 겨울에는 8시에 도로로 나선다. 한 번은 서쪽으로, 한 번은 동쪽으로 왕복 200㎞~250㎞에 이르는 코스를 4시간~5시간 정도 주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가 주로 이용하는 서쪽 코스는 제부도와 오이도, 시화방조제와 강화도를 지나는 오전 코스고 동쪽은 양평과 유명산, 홍천을 경유하는 주행이다.

무엇보다 손 원장이 보유한 할리데이비슨은 브랜드 내 바이크 대부분이 고속 주행 위주가 아니라는 것이 특징이다. 저속의 토크 중시형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약 80㎞~100㎞ 정도의 속도가 즐기기 가장 적합한 수준이다. 차분하게 라이딩을 하기에는 그만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바이크가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고급 취미로 선호되는 이유는 또 있다. 직선도로와 장거리 주행이 많은 미국 브랜드의 특성상 편안한 자세로 앉아 손을 앞으로 쭉 뻗고 여유로운 라이딩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제 바이크로 대표되는 ‘레플리카’와는 달리 탁 트인 도로에서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크루저 바이크’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바이크이지만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크고 특유의 말발굽 엔진 소리는 오너로서의 자부심마저 느끼게 한다. 고급 승용차와 비슷하거나 높게 형성된 고가의 가격도 할리데이비슨 오너들의 연령대가 30~50대에 주로 포진한 이유다.

또한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는 지포 라이터와 종종 비교된다. 디자인이 간단하고 오너의 주기적인 유지 및 보수를 필요로 하지만 평균 수명은 30년 이상으로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같은 것이다. 특히 각자의 취향에 맞게 바이크를 꾸밀 수 있고 오너의 상징과도 같은 가죽 자켓과 부츠는 라이딩의 스타일을 배가시킬 수 있다. 의사, 변호사, 기업체 사장 등의 다양한 직종을 가진 남자들이 할리데이비슨을 몰며 자신들을 오너라고 지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 원장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하다.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평소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손 원장은 “동호회와 함께 즐기는 것도 재미있지만 혼자 바이크를 탈 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지나온 한 주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다음 주의 계획도 차분히 정리할 수 있어서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바이크에 올라타 헤어지려던 그가 문득 한 마디를 건넨다. “독특하고 즐거운 취미 생활을 갖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는 대신 바로 행동에 들어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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