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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려면 … 집에 여자 데려가 나쁜짓 하라”는 판사

“피고인 똑바로 앉아. 여기가 어디라고 몸을 비비 꼬고 비스듬히 앉아 있나.”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변호사는 지난해 수도권 한 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다른 증인을 심문하던 A판사가 갑자기 피고인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A판사는 이후 재판 내내 반말로 고함을 지르며 피고인을 나무랐다.

 재판을 주재하는 판사들의 고압적 태도와 막말이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변회는 9일 ‘2012 법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008년 첫 평가 이래 다섯 번째다. 소속 변호사 460명이 자신의 수임 사건 담당 판사 978명(전국 판사는 2700여 명)이 처리한 2686건을 공정, 품위·친절성, 직무능력 등 3개 분야로 나눠 평가(100점 만점)한 것이다. 판사들의 평균 점수는 74.86점으로 지난해(73.9점)와 비슷했다. 하위 10명 판사들의 평균 점수는 42.53점이었다. 하위권 판사 중에서 서울 지역의 모 법관은 2년 연속 ‘문제 법관’으로 선정됐다. 이날 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나쁜 평가를 받은 판사들의 문제점으로는 막말과 고압적 태도, 무성의한 재판 진행 등이 꼽혔다.

 이혼 사건을 담당한 B판사는 조정기일에 원고에게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피고(아내)의 집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가 나쁜 짓을 하면 된다”고 했다. 당사자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한다. C판사는 원고가 민사 사건 조정에 응하지 않자 “2억원이면 죽을 때까지 쓰지 않느냐. 무슨 돈이 그렇게 필요하냐”고 막말을 했다. 사건 관련 질문을 한 뒤 당사자가 당황하자 “내가 뭐라고 질문했는지 말해보라”고 다그친 판사도 있었다.

 김득환 서울변회 법제이사는 “나쁜 평가를 받은 법관 중 고법의 D부장판사는 21명의 변호사로부터 몰표를 받았다”며 “일부 법관이 시대적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권위주의적 모습에 빠져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성의한 재판 태도도 문제다. 소액사건 재판부의 E판사는 오후 2시 재판인데도 여러 차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출석했다. 총 4회 변론기일 중 세 번이나 한 시간 이상 지각했다. 대부분 당사자가 직접 소송에 참여하는 소액사건이라서 항의도 못했다고 한다.

 미리 자신만의 결론을 정해 놓고 끼워 맞추기를 하는 판사들도 있었다. F판사는 형사 항소심에서 변호사가 신청하는 증인에 대해 “뻔하게 거짓말 할 것 아니냐. 필요가 있겠느냐”며 예단하기도 했다. 또 “유죄가 되면 형량을 올려야겠다”며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G판사는 다른 법원으로 전출을 가면서 원고 측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후임자에게 계류 중인 관련 사건 모두를 패소판결하라고 인수인계하고 가겠다”고 말하며 화해권고를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소송대리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어 “판결문 쓰기가 어려워 기각할 테니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한 판사도 있었다.

  좋은 평가를 받은 법관들은 대체로 ‘재판은 양측 얘기를 선입견 없이 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 김대웅 부장판사는 평가에 참여한 변호사 6명으로부터 모두 만점 평가를 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에 “내가 말하고 싶을 때 한번만 참자”라고 늘 되새긴다고 한다. 당사자들의 입장을 들어주는 게 재판의 본질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법정에서 충분히 한 사람들은 소송에 져도 승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변회는 김 부장판사 외에 같은 법원의 김대성·김환수·박관근·이원범 부장판사, 성언주·안희길 판사, 서울행정법원 심준보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우라옥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한창훈 수석부장판사를 상위 10위 법관으로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점수는 97.54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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