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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또 찍었더니 궁극은 국악·한복이더라

김선녀 할머니가 ‘평창 아라리’를 읊조리고 있다.(부분) 대대로 전해 내려온 이 노래는 평창의 산과 세월, 할머니의 주름살에 오롯이 베어 있다. [사진가 김영일]

박송희(86) 명창의 고운 자태로 시작한 전시는 소리꾼 채수정(43)씨의 넉넉한 웃음을 거쳐 거문고 타는 정인령 등 20대 국악인의 옆얼굴을 비춘다. 그리고 서울 광장시장 쭈쭈한복과 평화주단, 동정할머니, 송곳아저씨(칠보장이)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끝난다.

 서울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10일부터 열리는 김영일(52) 개인전 ‘귀한 사람들’이다.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 매장 3층에 있는 현대미술 전시장이다.

 어둡고 좁은 전통시장 통로로 비단 짐을 지고 가는 일꾼, 한복 치마 위를 달리는 다리미, 다다다다 돌아가는 재봉틀 밑 굳은살 박인 손, 그와 대조적으로 찬란한 색의 실과 한복. 광장시장 영상 앞에서 김씨가 말했다. “저는 이분들이 한국의 ‘에르메스’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우리는 이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지만.”

사진가 김영일
 사진가 김영일, 그가 내민 명함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악당이반(樂黨利班) 대표. 그러니까 그는 사진 찍어 돈 벌고, 음반 찍어 돈 쓰는 사람이다. 재벌 총수나 전직 대통령 같은 이들을 고객으로 천만 원대 인물 사진 찍는 이로 알려져 있다. 그가 말을 잇는다. “그 사이 올랐어요. 개인 초상은 찍을 때 1500만원, 가족은 5000만원 받아요. 우린 작업할 때 발전차부터 가요. 사람 하나 찍는데 3만∼4만W(와트) 씁니다.”

 1996년 소리꾼 채수정의 사진을 찍다 그가 “아서라, 세상사 쓸 것 없다……”라며 단가 ‘편시춘(片時春)’으로 목을 푸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뒤 남도 한옥으로, 지리산 밑 구례여관으로, 강호의 고수를 찾아 다니며 밤새 놀았다. 이들의 소리를 녹음한 마스터테이프 300개를 들고 음반사들을 찾아 다녔지만 “우리 회사 망하게 할 작정이냐”는 지청구만 들었다. 2005년 악당이반을 설립, 72종의 국악음반을 냈다. 이 가운데 ‘정가악회 풍류 Ⅲ 가곡’이 그래미상 후보(2011)에 올랐다. 국내 음반 중 처음이다.

 -사진가로서 좋은 걸 많이 봐왔을 텐데, 그 미감의 궁극은 국악·한복·한옥인가.

 “그렇다. 나는 국악을 ‘국민 대다수가 모르는 음악’이라고 정의한다. 한복 입고 공연하는 여성 국악인, 그리고 광장시장에서 한복 만드는 장인들, 조만간 사라질 이들이며 아름답고 귀한 사람들이다.”

 -사진과 국악일을 하지만 둘을 한데 모은 전시는 처음이다. 그것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연다.

 “소위 비싼 거 판다고 하는 이곳에선 대단히 실험적이고, 될 수 있으면 이해할 수 없는 전시를 하더라. 여기 우리 전통의 무언가가 얹혀지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문턱이 높은 전시가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사진관 수준의 인물 사진을 전시하고 거기 찍힌 이들이 나와 공연할 거다.”

 국악 전문 레이블 악당이반은 2005년 첫해부터 자본잠식 상태다. 제 돈 들여 음반 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미상의 후광을 입은 ‘정가악회 풍류 Ⅲ 가곡’도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후보에 오르기 전엔 국내에서 8장, 이후엔 50장 팔렸다.

 -손해 보면서 왜 이런 일을 하나.

 “우리 음악은 정말이지, 내 목숨보다 훨씬 가치 있으니까.”

 전시는 3월 19일까지. 설 연휴를 제외한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국악공연도 열린다. 입장료 무료. 02-544-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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