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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당 최고위원이 당선인 비서?

고정애
논설위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 이정현 최고위원.

 최근 언론에서 종종 마주하는 문구가 낯설다. ‘비서실 정무팀장 이정현’이나 ‘이정현 최고위원’ 부분이 이상했던 건 아니다. 둘의 조합이 기묘했다.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다. 공식 서열이 9위권 내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이정현 전 의원은 그중에서도 7위다. 최고위원이 어느 정도 센 자리인가, 당헌·당규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고위원들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함께 최고위원회의 멤버다. 공직 후보자를 의결하고 당무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정리하고 결정한다. 대표최고위원이 가장 세지만 지명직 최고위원의 발언권도 만만치 않다.

 반면 비서실 정무팀장은 비서 중 한 명이다. 권력 실세이든 장차 실세가 되든 지위 자체가 높다고 보긴 어렵다. 과거에 유사한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서도 짐작 가능하다. 대통령(당선인 포함)이 평당원이 된 2002년 이래 당선인 비서실에서 정무팀장 계열의 타이틀을 달았던 이는 안희정(노무현), 신재민·권택기(이명박) 정도다.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하던 당권·대권이 통합돼 있던 그 이전엔 다르지 않았느냐고? 적어도 박정희 대통령 이후 관례는 비서는 겸직하지 않는다는 거다. 1990년 중반 이후엔 아예 당적(黨籍)도 못 갖게 됐다.

 “한두 달 임시직인데 어떠냐”고 반론할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비정상인 건 비정상이다. 한 당료는 “부끄럽다”고까지 했다. 최고위원이 박근혜 당선인 체제에선 정무팀장급밖에 안 된다고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이 전 의원이 박 당선인 몫 최고위원이니, 역으로 박 당선인이 정무팀장급인데 이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논리적으론 새누리당이 박 당선인보다 못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표현하면 ‘사당(私黨)’ 말이다.

 이번 건은 사퇴를 늦춰 벌어진 해프닝일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유의 일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택시법 처리 과정은 또 어떤가. 대선공약집엔 택시업 대책으로 대중교통의 ‘대’자도 나오지 않는다. 택시법 당론을 정한 바도 없다. 그저 국회 본회의 직전에 열린 의원총회에 안건으로 고지된 정도다. 그런데도 처리된 건 박 당선인의 의중 때문일 거다. 특정인의 뜻이 당론 형성 과정을 생략할 정도로 압도적이란 얘기다.

 사실 우리 정치사에서 사당 논란을 극복할 적임자가 있다면 박 당선인과 당 지도부일 거다. 가장 먼저 당권·대권 분리 등 정당 민주화를 외쳤고 결국 수용되도록 한 이가 박 당선인이기 때문이다. 2004년 당 대표 시절에도 “누군가 그 일(정당 민주화)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정당은 사당이 되고 말 것이다.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들은 손만 들 줄 아는 거수기가 되고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명박계가 2011년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후퇴시키려 할 때 막아선 이들이 지금 지도부인 박근혜계다. 이 대통령의 강한 입법 드라이브에 때때로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그렇게 제 목소리를 내왔기에 대선 국면에서 차별화될 수 있었다.

 박 당선인과 당 지도부엔 발등의 불이기도 하다. 박 당선인은 3김 이래 당 장악력이 가장 센 지도자다. 반면 당내엔 현 정부에서 박근혜계가 했듯, 차기 정부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만한 세력이 없다. 박 당선인이 방심하면, 당 지도부가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여당이 국정 동반자가 아닌 추종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당과 대통령의 거리가 가까운 듯 보일 순 있으나 민심과는 멀어진다. 그러다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면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가 파괴적으로 바뀐다. 서로 불행한 일이다.

 다행인 건 인수위원 중 “한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임기 전반엔 제왕적 대통령, 후반엔 레임덕 대통령이 된다. 이걸 해소하기 위해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제도적·물적·인적 기반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가 있다는 거다. 중앙대 장훈 교수다(『20년 정치실험』). 그는 “국회의 강한 견제가 반드시 대통령의 약화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고 했다. 당선인도 당도 깊이 새겨야 할 얘기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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