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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중국을 정부가 만들었다고? 노, 틀린 말이다”

시진핑 중국 총서기가 지난해 12월 30일 허베이(河北)성 푸핑(阜平)현 빈민촌의 한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신화통신]


중국의 주요 정치인들이 새해 첫날 한곳에 모여 ‘신년 차화회(茶話會·신년 하례식)’를 열었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이날 연설을 통해 중단 없는 개혁을 강조했다. 전날(12월 31일) 열린 정치국 집단학습의 주제 역시 개혁이었다. 시 총서기의 개혁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8일 이뤄진 광둥성 선전의 덩샤오핑 동상 참배는 개혁 행보의 첫걸음이었다. 그가 당시 대동한 4명의 원로는 ‘시진핑호(號) 중국’의 앞길을 가늠케 한다.

중국 우파 경제학자가 보는 ‘차이나 제3의 길’



그들 4인의 원로들은 1992년 1월 이뤄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남부 도시를 돌며 연설을 함) 때 덩샤오핑을 수행했던 인물들이다. 당시 중국은 천안문 사태(1989년 6월 발생한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개혁·개방은 중단됐고, 중앙 정치권은 보수 세력이 장악하고 있었다. 덩은 남순강화로 분위기를 바꿨다. 2년 반여 동안의 퇴보기를 끝내고 개혁의 기치를 다시 든 것이다.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교수는 “덩샤오핑이 천안문 사태 이후 주춤했던 개혁·개방의 물길을 다시 열었듯이 시진핑 총서기 역시 지난 10년의 개혁 공백기를 끝내고 개혁의 깃발을 다시 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한다. ‘개혁의 물줄기를 잡아 가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장웨이잉 교수는 지난 20년간 줄곧 개혁을 역설해 온 중국의 대표적인 우파 자유주의 경제학자다. 그러나 지난 수년 동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좌파의 목소리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시진핑의 등장과 함께 그의 주장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개혁의 담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체제 출범 후 50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 중국 개혁의 길을 물었다.



- 뭘 개혁하자는 건가.



 “지금의 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닌 국가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2008년 터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의 무리한 저금리 정책과 이로 인한 신용 버블이 불러온 재난이었다. 유럽의 위기는 구멍 난 국가 재정이 원인이다. 중국의 경우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개입이 부정부패와 빈부격차를 낳았다. 국유기업이 주요 산업을 독점하면서 그동안 성장을 이끌었던 민영기업은 힘을 잃어 가고 있다. 국가의 독점을 깨고 시장을 살려야 한다. 그게 개혁의 시작이다.”



- 국가 주도의 성장 패턴인 ‘차이나 모델’이 찬사를 받지 않았나.



 “정부 정책이 오늘의 중국을 만들었다고? 노(No), 틀린 말이다. 중국의 경제 발전은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민영 부문을 부단히 확대했기에 가능했다. 성장동력은 민간에서 나왔다. ‘차이나 모델’이 각광받았던 지난 10년 동안에는 오히려 부정부패와 빈부격차가 심화됐을 뿐이다. 차이나 모델은 폐기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다고 ‘시진핑호(號)’의 개혁이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가 선전을 방문했던 날, 도시의 한 인쇄공장에서 30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게 이를 말해준다. 잔혹한 노동 조건이 문제였다. 지난해 말까지 마련키로 했던 소득분배 개정안은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인 반발로 무산됐다. 부패는 뿌리 깊다. 중앙에서 아무리 청렴을 강조해도 지방 관리들의 부패는 근절되지 않는다. 한 해 중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시위가 약 18만 건이다. 이 중 대부분은 관리들의 부패와 연관된 것이다.



- 시진핑 개혁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이익’과 ‘이념’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개혁 이념을 가진 지도자들은 기득권 타파에 나설 것이고, 기득권층은 자신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할 것이다. 문제는 리더십이다. 덩샤오핑은 혁명 지도자였기에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약하다.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3~4명만이라도 시진핑과 이념을 공유할 수 있다면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장웨이잉
-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올해 총리가 될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는 최근 ‘중국 성장은 개혁 덕택이며, 개혁 없이는 더 이상의 동력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철강·에너지 등 지난 10년의 발전을 주도해 온 국유기업 독점 산업은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 지방 정부는 그동안 농민들로부터 토지를 싼값에 사들여 비싼 값에 팔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못할 것이다. 농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재정이 취약해진 정부는 통신·은행·철강 등 국유기업의 지분을 팔아야 할 처지다. 국가 독점이 자연스럽게 깨질 것이란 얘기다. 10년 뒤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국유기업 비중은 지금의 약 35%에서 10%로 낮아질 전망이다. 민간이 다시 성장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정부 부문과 국유기업의 부패 근절을 위한 개혁이 진행될 것이다.”



 개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정치개혁이다. 장 교수는 이 분야에 대해서도 명쾌한 입장이다. ‘정치개혁이 없다면 경제개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민주국가는 모두 독재국가에서 발전했다. 한국도 그랬다. 중국도 민주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다만 좀 더 천천히 실현될 뿐이다. 중국 헌법 35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선거권 등 인민대표의 권리에 대한 규정도 있고 3권 분리도 규정하고 있다. 당이 이를 지키면 된다. 향후 30년 동안 중국 개혁은 정치개혁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앞으로 5~10년이 중요하다. 이 기간이 지나면 중국의 정치제도는 정상적인 민주국가 수준에 이를 수 있다. 30년 전 한국인들은 지금과 같은 민주화된 정치체제를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중국도 20~30년 뒤 한국과 비슷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이 거의 동시에 지도부를 개편했다. 그러나 동아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일본과 중국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도 독도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 여기에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으로 갈등의 파고는 더 높아지고 있다.



- 아시아가 문제다.



 “아시아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해서는 관련국이 서로 문을 열어야 한다. 이는 전적으로 신임 지도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지도자끼리 만나서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장쩌민 전 주석은 친구를 잘 사귀는 사람은 아니지만 식사 자리에서도 문제를 많이 해결했다. 정치가의 개인 매력과 개성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치가는 솔직하고, 성실해야 한다.”



- 시진핑 총서기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은 앞으로 10년간 연 7%의 성장률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다. GDP 총량이 미국을 추월했다고 해서 그게 곧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중국은 국력 향상에 따른 국제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발전에만 관심을 뒀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안목이 필요하다. 자유와 민주를 중요시하지 않는 국가는 절대로 리더십을 갖춘 국가로 성장할 수 없다. 민주·자유·법치·인권 등 보편적 가치가 중국에서도 충분히 인정돼야 한다.”



 장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이 시진핑 시기에 얼마나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장 교수를 ‘친(親)서방주의자’로 보는 학계 일각의 시각도 여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진핑 체제 등장 이후 그를 비롯한 자유주의 학자들의 주장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공산당은 지난해 11월 열린 18차 당대회에서 개혁 퇴보에 대한 반성문을 썼다. ‘부패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도 망하고, 당도 망한다(亡國亡黨)’고도 했다. 반성은 새로운 다짐이다. 롄화산 방문으로 표출된 ‘시진핑 시대 중국의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장웨이잉(53)은=중국의 대표적인 우파 경제학자. 우징롄·리이닝 등과 함께 자유주의 학파를 이끌고 있다. 그가 1990년대 초 제기한 2중 가격제도(시장가격과 계획가격의 공존)는 시장개혁의 핵심 정책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82년 시안(西安)의 시베이(西北)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90~94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지난해 말 베이징대 MBA 스쿨인 광화(光華)관리학원 원장에서 물러난 뒤 평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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