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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노인 기준 연령, 상향 조정 필요한가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정부가 현재 65세인 노인(고령자) 기준 연령을 중장기적으로 70~75세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에 대해 “성장 활력을 높이고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시각과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찬반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초고령사회 대비해 부양시스템 바로잡아야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전 보건복지부장관
정부는 지난해 12월 민관합동중장기전략위원회를 열고 중장기적으로 ‘100세 시대’에 맞춰 노인기준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75세로 높이고 정년제도도 노후에 일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 과제는 30년 이상 한 세대 앞을 내다보고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이와 같은 중장기 정책방향 설정은 타당하다고 본다.



 우선 노인기준연령의 상향 조정이 사회통념상 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통념상 노인의 연령 개념은 과거에는 60세 환갑을 기준으로 했다. 지금은 60세를 노인으로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변했다. 65세 나이도 동네 경로당에 가면 가장 젊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30년이 지나면 노인연령 개념은 그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평균 수명은 90세 내외로 늘어난다. 지금도 주변에서 보면 65세가 넘었는데도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노인이 급격히 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정책 면에서도 이 같은 사회통념상 연령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옳다.



 또 앞으로 30년 후 초(超)고령사회에서 예견되는 사회적 부양시스템의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2012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589만 명으로 전 인구의 11.8%에 해당한다. 그런데 앞으로 약 30년 후인 2040년에는 노인인구가 1650만 명(32.3%), 2060년에는 1762만 명(40.1%)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예측이다. 15세 이상 64세 이하의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로 계산하는 노년부양비를 보면 2012년 10대 1.6에서 2040년에는 10대 6으로, 2060년에는 10대 8로 높아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노인이 되고, 일하는 사람 10명이 벌어서 6명 내지 8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사회로 바뀐다는 의미다. 이처럼 전 인구의 30~40%나 되는 노인인구를 사회적으로 부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노인기준연령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이유는 다가오는 고령사회를 위기가 아니라 하나의 기회로 맞이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생산가능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초고령사회를 앞에 두고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 노인에 대한 부양부담과 노인복지재정 문제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고령사회를 보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노인기준연령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노인은 모두 노쇠하고, 병약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볼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일하고, 자립할 수 있는 존재로 봐야 한다. 그래서 60대, 70대 고령자층도 건강하고 일할 수 있으면 모두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년제도를 융통성 있게 조정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해서 2040년 1650만 명의 노인인구 중 1000만 명이 일하는 사회를 한번 상상해보라. 고령사회는 위기가 아닌 기회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노인기준연령은 노인 관련 제도의 각종 프로그램별로 조정해야 한다. 다만 언제 시작하든 시작할 때는 당시 이미 각종 노인복지급여 혜택을 받고 있는 노인에 대해서는 경과조치로 그 권리를 보장하도록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차 흥 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전 보건복지부장관



일할 여건 안 된 채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



이 심
대한노인회장
전 한국잡지협회 회장
정부는 현재의 65세 이상을 획일적으로 ‘피부양인구’로 간주하고 있는 현재의 고령자 기준을 재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이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기존 기준연령을 계속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혜자’ 특성을 고려해 기준연령을 개별 법률로 정하겠다고 한다.



 틀리지 않지만 수긍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30년 이상의 시계(視界)를 갖고, 일곱 차례의 민관 합동 중장기전략위원회와 30여 회의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마련한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라는데도 우려가 앞선다.



 첫째, 고령자 기준연령을 상향 조정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개별적인 법으로 접근한다고 해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65세에서 70세 또는 75세로 기준연령을 올린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6년마다 한 살씩 올릴 것인가, 아니면 30년 뒤 한꺼번에 다섯 살을 올릴 것인가. 어떠한 방식을 취하더라도 현시점에서만 180만여 명에 달하는 65~70세의 국민이 복지 사각지대로 쫓겨나게 된다. 실질적으로 65세 이상 정년이 보장되지도 않고, 국민연금 등 공적 부조에 기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노인 기준연령만 70세 이상으로 올린다면 이들과 이들이 책임져야 할 가족은 누가 부양할 것인가. 최근 조사에서 서울시민의 은퇴연령이 52.6세라는데 한국 사회가 30년 이내에 65세 이상 정년을 보장할 여건이 되는지 묻고 싶다.



 둘째, 고령자 또는 노인을 ‘피부양인구’ ‘수혜자’로 규정하는 인식부터 잘못됐다. 연령 고하를 막론하고 보살핌이 필요한 국민을 부양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어린이 중에도, 청년 중에도 병에 걸리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국가와 사회의 부양을 받아야 하는 수혜자는 많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의 결과로 부양 대상이 되는 노인은 당연히 더 많다. 이들 국민을 보살피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몫이다. 일정 연령을 넘어 노인으로 편입된다고 해서 천편일률적으로 부양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유독 노인인구 전체를 싸잡아 부양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은 어떠한 논리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대한노인회는 2010년부터 노인을 대상으로 ‘부양만 받는 노인이 아니라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 되자’는 사회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 각 지역의 노인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정신교육을 벌이고 있으며, 자원봉사클럽을 조직해 수만 명의 노인 자원봉사자를 양성하고 있다. 취업을 적극 알선해 노인의 경제활동도 장려하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 스스로 삶을 개혁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노인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보살핌을 받는 노인’에서 ‘사회에 봉사하는 노인’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그런데 중장기적 시계라면서 노인을 ‘피부양인구’나 ‘수혜자’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장기적으로 노인의 기준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부양 대상으로 노인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인적 자원으로 인식하는 것이 출발선이 돼야 한다. 이를 토대로 모든 국민이 적어도 70세까지는 일과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을 때 노인 기준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심 대한노인회장· 전 한국잡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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