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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폐지 팔아서…쪽방촌 기부릴레이 '뭉클'

인천시 만석동 쪽방촌 자활작업장에서 주민들이 파티용 모자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주민들은 여기서 번 돈과 폐지 판 돈에서 113만3560원을 모아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써달라”고 기부했다. 2008년에 처음 시작된 기부는 올해로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향자 할머니(71·맨 왼쪽)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기부의 즐거움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안성식 기자]


초등학생이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골목길, 10㎡(3평)도 안 되는 250개의 쪽방들,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 재래식 공동화장실 6개…. ‘괭이부리말’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인천광역시 동구 만석동 쪽방촌의 풍경이다. 주민 대부분이 홀로 사는 노인이고 30% 정도가 기초수급자다. 주택이라고 하지만 시유지에 지은 무허가 건물이 많다. 반쯤 채워진 기름통을 들고 지나가던 한 주민은 “냉기 가득한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산다”고 말했다.

인천 만석동 쪽방촌의 훈훈한 겨울



 4일 오후 쪽방촌 한쪽에 있는 자활작업장에서는 70~80대 노인 20여 명이 분주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캐릭터가 그려진 부채꼴 모양의 종이와 오색 빛깔의 풍선이 수북이 쌓여 있다. 부채꼴 모양의 종이를 말자 금세 파티용 고깔로 바뀌었다. 옆에선 오색 풍선을 색깔별로 분류해 포장하고 있다.



 노인들의 얼굴이 왠지 들떠 있다. 이날 오전 이들이 기부천사가 됐기 때문이다. 고깔을 만들던 변용녀(77) 할머니는 “기부는 무조건 기분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 쪽방촌 주민과 인천시 계산동 노숙인쉼터 노숙인 등 300여 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13만3560원의 이웃돕기 성금을 냈다. 자활작업장에서 파티용품을 만들거나 볼펜을 조립해 번 돈, 폐지·캔 등 재활용품을 모아 고물상에 판 돈 등으로 성금을 모았다. 노숙인들은 주머니에 든 10원, 50원짜리 동전을 내놨고 쪽방촌 사람들은 5000원, 1만원씩을 보탰다.



 이들이 처음 기부천사가 된 것은 2008년이다. 자활작업장 운영기관인 사단법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 이준모 상임이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기업 등에서 도움을 받던 주민들이 ‘도움만 받고 있을 수는 없다. 뭔가 보답을 하자’고 나선 게 기부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같은 사람도 남을 도울 수 있을까’라고 반신반의했다. 누군가가 “우리도 할 수 있다. 단돈 1000원이라도 해보자”고 제안했고 모금함이 만들어지자 주민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그해 12월 87만1110원을 모아 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상이 이들의 기부에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과 두 박스와 함께 감사 편지를 보냈다. 한 달 내내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그 성원에 힘입어 매년 12월 모금을 했고 올해까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5년 내내 한 번도 성금을 거르지 않고 낸 사람이 200명가량 된다. 어떤 사람은 4일 아침 쪽방상담소 박종숙 소장이 성금을 전달하려 나설 때 달려 나와 1만원짜리를 내놓기도 했다.



 박 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본부에서 성금을 전달할 때 지폐가 든 편지 봉투 두 개와 동전이 가득한 자그마한 돼지저금통을 통째로 전달했다. 돼지저금통은 노숙인들이 주로 모은 것이다.



 기초수급자인 김명광(72) 할아버지는 3년째 1만원을 내놨다. 할아버지의 한 달 수입은 생활보조금·기초노령연금 등 정부 지원금 30여만원, 자활작업장 5만원, 폐지·캔 수집 10만원 등이다. 방세와 각종 공과금, 식비 등을 지출하면 10만원도 채 남지 않는다. 여기서 1만원을 떼서 모금함에 넣은 것이다. 김 할아버지는 아프리카 주민 돕기, 교회헌금 등에도 돈을 내놓는다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우리가 비록 어렵게 살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성금을 모았다”며 “먹고 싶은 것 덜 먹고, 쓰고 싶은 것 덜 쓰고, 폐지·캔 등을 판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특히 부모가 없는 애들한테 돈이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재순(85) 할머니는 “자활작업장에서 일하는 게 너무 즐겁다. 그 돈으로 기부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김충렬(72) 할머니는 “장애인 손녀(12)를 생각하면서 어려운 아이들한테 도움이 가게 1000원이라도, 100원이라도 모금함에 또 넣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주현 사무총장은 “어려우신 분들이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정을 나누는 아주 특별한 기부”라며 감사를 표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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