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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가진 물건이 명품이면 사람도 명품인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설 명절(2월 10일)을 앞두고 200만원짜리 굴비 세트가 나왔다고 한다. 굴비 한 갓(10마리)에 2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상품인데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농담인가 싶어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보니 진담이다. L백화점 쇼핑몰에 전시돼 있는 굴비 세트 중 제일 비싼 ‘법성포 영광굴비 세트 특품 4호’의 가격은 247만2500원이다.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특별 세일 가격이란다. ‘장인 정신이 만든 최고의 명품’이란 설명이 요란하다.



 아무리 맛있는 명품 굴비라 한들 한 마리에 20만원이 넘는 굴비를 제 돈 내고 사먹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샤넬이나 프라다 핸드백도 아니고, 먹고 나면 없어지는 먹거리 아닌가. 부담스러워서 먹다가 체할 것 같다. 제 돈 주고 직접 사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99% 선물용일 것이다. 하지만 이쯤 되면 선물보다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때문에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라고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유한계급론』에서 “상층 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지각 없이 행해진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 용어다. 고가의 명품 굴비 세트가 잘 팔리는 것을 베블런 효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 과시적 성격의 명품 소비가 많은 건 사실이다.



 몇 년 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은 ‘럭셔리 프렌들리(luxury friendly)’ 국가”라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명품 친화적인 나라란 것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명품 구매에 전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고 응답한 한국인 비율은 46%로 일본(6%)이나 미국(6%), 유럽연합(EU·5%)은 물론이고 중국(44%)보다도 높았다. ‘명품을 과시하는 것은 나쁜 취향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은 22%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명품 구매에 돈을 쓰면서 죄책감을 느낀다’는 응답률도 한국(5%)이 제일 낮았다.



 과시욕이든 뭐든 제 돈 내고 제 물건 사는 걸 뭐라 할 순 없다. 비싼 만큼 제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정 계층에 속한다는 소속감이나 자기 만족을 위해 명품을 구매하는 심리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바람에 한국이 해외 명품업체들의 최고 ‘봉’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좀 안타깝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수시로 가격을 올리다 보니 핸드백 하나 값이 소형 승용차 값과 맞먹기도 한다.



 북유럽에선 명품을 자랑하면 모자란 사람 취급을 받는다. 자존감(自尊感) 부족이란 것이다. 그 탓인지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가진 물건이 명품이라고 사람도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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