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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그곳] ‘늑대소년’ 물영아리오름

늑대 소년과 아이들이 뛰놀던 제주도 용눈이오름(왼쪽)과 물영아리오름.




그 지독한 순애보도 여기서라면 …

영화 ‘늑대소년’은 인간 소녀를 향한 늑대 소년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다. 외딴 산골로 요양을 온 소녀는 늑대 소년을 만나 인간 세상에서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둘은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피치 못할 이별의 순간, 소녀는 울며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47년간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일생 하나의 짝에게 헌신하는 늑대의 본성을 감안한다 해도 다분히 판타지다. 그럼에도 여성 관객은 백이면 백 늑대 소년의 순애보에 마음을 빼앗겼다. 세상 어딘가엔 저런 사랑이 존재하길 간절히 바라면서…. 지난해 12월 16일 ‘늑대소년’은 개봉 47일 만에 관객 7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 배경도 판타지답다. 1960년대 외딴 산골이란 설정뿐이다. 제작진은 전국을 뒤져 동화에나 나올 법한 순박한 시골 마을을 영화 속에 절묘하게 빚어냈다. 편백나무숲은 전남 장흥, 갈대밭은 순천만에서, 경기도 포천에선 비둘기낭폭포를 빌려왔다. 수려한 비경보다 더 정감이 간 건 늑대 소년이 천진하게 뛰놀던 동네 벌판과 언덕이었다. 모두 제주도에서 촬영했다.



 늑대 소년과 소녀가 눈사람을 만들기로 약속한 곳은 성읍승마장, 아이들의 축구 장면은 용눈이오름에서 찍었다. 가장 눈길을 끈 촬영지는 남원읍 수망리의 물영아리오름이다. 늑대 소년이 동네 코흘리개들과 야구를 하던 장소다. 늑대 소년이 힘껏 던진 야구공은 넓은 풀밭 위를 한참 동안 날아 빽빽한 삼나무 숲으로 사라져갔다. 숲 뒤로 봉긋한 오름이 어우러져 아련하고도 원시적인 풍광을 자아냈다.



 지난해 12월 19일 물영아리오름으로 향했다. 오름은 해발고도 508m로 덩치가 제법 컸다. 정상부 분화구 내 습지에 멸종위기 2급인 물장군과 맹꽁이·물여귀 등 희귀한 습지생물이 살았다. 2006년 그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국내 다섯 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습지를 보려면 영화에서 야구를 하던 풀밭 둘레길을 지나 나무계단 820여 개를 올라야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숲이 깊어지더니 이내 탁 트인 창공이 시야를 메웠다.



 물영아리오름의 습지는 하천이나 지하수가 흘러들지 않고 비가 내려야만 물이 고인다. 그럼에도 날이 가물어도 습지가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전설이 있다. 먼 옛날 도망친 소를 쫓던 목동의 꿈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 소들이 물을 찾아 헤매지 않게 해주겠노라 장담한 뒤부터 분화구에 물이 찰랑이게 됐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봄부터 가을이면 물영아리오름 일대는 황소 수십여 마리가 풀을 뜯는 장관이 펼쳐진다. 겨울이라 텅 빈 풀밭에 노루떼가 껑충 나타나 삼나무 숲으로 휙 사라졌다. 늑대 소년 같은 순애보도 여기서라면…. 돌아서기가 못내 아쉬웠다.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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