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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견기업과 벤처 창업이 새로운 대안이다

한 사회의 가치 생태계는 가치의 생산-관리-가치의 분배라는 사슬로 이뤄진다. 대선 과정에서 복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가치의 분배에는 너무 친절한 청사진이 쏟아졌다. 구체적으로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등이 그것이다. 가치의 관리도 차근차근 강화되는 조짐이다. 이미 세법 개정을 통해 고소득층의 세금 공제를 줄이고, 금융소득세 기준금액을 낮추는 등 ‘부자증세’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반면에 가장 중요한 가치의 생산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분위기다. 성장과 일자리 없이는 가치의 관리·분배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도 말이다.



 중앙일보는 새해 ‘다시 대한민국’의 어젠다를 통해 휴마트(humanity+smart)와 ‘창업국가’를 제안했다. 다시 한번 가치의 생산을 고민해 보자는 주문을 담고 있다. 한국 경제는 비대한 머리와 발, 빈약한 허리의 기형적인 구도다. 이미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는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생산 전략에 따라 더 이상 성장과 일자리의 화수분 노릇을 하기 어렵다. 지난 30여 년간 수많은 중소기업 지원책 역시 과(過)보호에 따른 피터팬 증후군을 불렀다. 기업가 정신을 잃고 성장을 멈추는 부작용만 남긴 것이다. 이제 한국 경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로선 중견기업과 벤처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허리인 종업원 1000명, 자산 5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기업 가운데 0.04%로, 독일(11.8%)이나 일본(3.7%) 등에 까마득히 못 미친다. 독일의 경우 세계시장 1위인 중견기업만 2000여 개를 헤아린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독일이 꿋꿋하게 성장하는 비결도 이런 ‘히든 챔피언’ 덕분이다. 우리도 성장 탄력을 회복하려면 건실한 중견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 2015년까지 중견기업을 현재의 3배로 늘리는 ‘중견기업 3000+ 프로젝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숙제다.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활로는 벤처다. 저성장과 청년실업의 복잡한 함수를 푸는 해법도 여기에 있다. 국내의 세대갈등을 넘어 드넓은 세계와 호흡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는 과감히 벤처에 도전하고, 우리 사회는 그들의 실패까지 품어 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들도 평균 2.8번 만에 성공한다고 한다. 우리도 연대보증제 폐기, 패자부활제 도입을 통해 청년 벤처들의 아프지만 값진 ‘삼세번’의 좌절을 끌어안아야 한다.



 중견기업과 벤처 육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의 회복이다. 중소기업이 성장을 망설이고, 청년들이 철밥통 직장만 좇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과감한 지원으로 수많은 성공사례가 쏟아져야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다. 다만 1999년의 마구잡이식 현금 지원이 초래한 도덕적 해이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통해 중견기업·벤처들이 기술력을 축적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유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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