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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가족제도, 이게 최선입니까 ?

양선희
논설위원
훤칠하고 여자도 좋아하는 치과의사 아들이 ‘결혼은 안 한다’며 버틴다.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다. 절절히 진심이다. “엄마·아빠 삶이 좋아보이지 않아서”란다.



 김수현 작가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Jtbc)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는 ‘행복하게 살자’가 인생의 모토인 이순재 할아버지와 그 세 아들네 식구들이 지척에서 복닥거리며 사는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활달하고, 자손들은 효성이 지극하고 우애가 넘친다. 요즘 보기 드문 복 받은 집안이다. 한데 이 집 손자는 이렇게 결혼이라면 치를 떤다.



 들여다보면 이 집에서 행복한 건 할아버지뿐이다. 국 한술 뜨면서도 잔소리가 만리장성인 할아버지를 인내하며 살아온 할머니는 몸에서 사리가 한 말은 나오게 생겼고, 고분고분한 이 집 큰며느리 얼굴은 중증 만성 화병 환자처럼 보인다. 여기까진 여성들의 헌신과 인내의 토대 위에 지탱하는 전형적인 한국 대가족 모습이다. 그런데 이 가족은 더 나아간다. 판사 출신 손녀는 미혼모고, 결혼 기피형 손자는 어쩌면 곧 동거하는 모습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 집안에서도 ‘가족해체’는 진행 중이다.



 가족해체는 이제 ‘화두’가 아니라 ‘대세’다. 통계로도 입증된다. 우리나라 가구의 절반이 1인 가구 혹은 부자·모자·부부·형제로 이루어진 2인 가구다. 미혼 풍토가 1인 가구 증가의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결혼하지 않는 게 남녀를 불문하고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여성들은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의 병행이 어려운 이 ‘빌어먹을’ 가족제도 때문에, 결혼해서 ‘수퍼우먼’이 되지 못하면 ‘나쁜 년’으로 몰아붙이는 사회 시선 때문에 결혼이 싫단다. 남성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남자에게 경제적 부양 책임을 지우는 부조리함을 지적한다. 여자들은 더 이상 가부장적 문화와 성별 분업을 용인하지 않기로 했는데 사회가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타박하고, 남성들은 세상이 변했는데 여자들은 결혼을 경제력 추구 수단으로 여기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공박한다. 이렇게 결혼은 점점 어려워진다.



 이 와중에 ‘비혼(非婚)’ 가족이 떠오른다. 결혼하지 않고도 혼자 살지 않는 방법은 많다. 많은 비혼자가 파트너와 함께 살고 개중엔 아이도 낳는다. 친구 혹은 마음에 맞는 타인들과 공동체를 이뤄 살기도 한다. 우리 민법처럼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구성된 사회 기본단위, 이성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 정상이라고 규정하면 이들은 가족이 아니다. 한데 이런 1인 가구 연합 형태의 유사 가족은 이미 우리 사회에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며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단독 세대주나 공동체 가족은 장기 임대주택 신청 자격이 없고, 건강보험에서 피부양자 설정이 안 되고, 고용 관련 법과 제도 및 각종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혼외 출산의 차별이 저출산을 부추긴다고도 주장한다. 일부 진보 진영에선 “가부장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정상 가족’의 특권적 지위를 해체하고, 누구라도 원하는 가족 공동체를 구성하고 정상 가족과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운동도 벌인다.



 물론 이런 논의는 아직은 설익은 면이 많다. 또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지키는 노력이 중단돼선 안 된다. 하지만 가족 역시 기존 틀에 가둬놓기엔 삶의 방식도, 가족의 개념도 다양해졌다. 이젠 여성들이 사리가 나올 정도로 참지 않으면서 이성애에 의존한 가족관계도 불안정해졌다. 젊은 시절 열정적 결혼이 인생 후반의 저주가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황혼 이혼과 가족해체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20년 후엔 전체 가구의 70%가 1, 2인 가구가 될 거란다. 고령화 때문이다. 사회는 점점 고독해진다. 역설적으로 이런 사회일수록 가족은 더욱 필요하다. 결혼과 혈연 가족만으로 이런 필요를 충족할 수 없다면, 우리의 가족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신년 벽두에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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