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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시크릿' 전복사고, 도로 위 이것 때문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얇은 얼음막인 ‘블랙 아이스’로 덮여 있는 서울 순화동 도로. [김도훈 기자]


기온이 섭씨 영하 16도까지 뚝 떨어진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주택가의 이면도로는 제설 작업으로 전날 내린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이모(36)씨는 자신의 K5 차량을 몰아 출근길에 나섰다. 도로 가장자리의 빙판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한 그는 차선 중심을 따라 커브를 돌았다. 순간 뒷바퀴가 미끄러지듯 틀어지면서 차는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깔끔히’ 눈이 치워진 도로 위에는 잘 보이지 않는 얇은 얼음막이 형성돼 있었던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보험회사 직원은 이씨에게 “‘블랙 아이스’에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빙판 아니네” 방심하다 꽝 … 블랙 아이스 습격
염화칼슘에 녹은 눈 다시 얼어
두께 워낙 얇아 언뜻 봐선 몰라
지난달 차 사고 긴급출동 252만건



 유례없는 한파로 찾아온 불청객 ‘블랙 아이스’가 올겨울 교통사고의 주범이 되고 있다. 눈이 차곡차곡 쌓여 꽝꽝 언 빙판길과는 달리 블랙 아이스는 두께가 워낙 얇은 얼음이라 알아채기가 어렵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폭설과 강추위가 반복되면서 제설 작업으로 녹은 눈이 다시 빙판으로 변하는 현상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한파와 폭설이 잦았던 지난달 차량 사고로 인한 긴급 출동은 252만3091건이었다. 2011년 12월(157만여 건)보다 25% 넘게 늘었다. 인기 걸그룹 ‘시크릿’이 탄 차량은 지난달 11일 서울 성산대교 남단 커브길에서 미끄러지며 전복됐다. 같은 날 충남 당진에서는 승용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연못으로 추락해 운전자가 사망했다. 경찰은 이 모두가 ‘블랙 아이스’ 현상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 입구의 고가도로에서도 블랙 아이스 탓으로 추정되는 2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고가 난 장소는 대부분 그늘이 져 있는 곳이다. 특히 교량 위는 강풍이 불고 하늘 위에 떠 있어서 사고 발생 빈도가 높다. 전문가들은 “블랙 아이스의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은 그늘진 곳이나 교량 위에선 최대한 속도를 줄이는 것뿐”이라고 조언한다. 김필수 대림자동차대학 교수는 “일단 블랙 아이스 지점에 들어서면 차를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응달 지역에 진입하기에 앞서 앞차와의 간격을 두 배 이상 벌리는 식으로 사전 예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겨울 유난히 잦은 블랙 아이스 현상은 제설 작업을 위해 뿌려진 염화칼슘 탓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염화칼슘과 눈이 결합하면서 남은 수분이 도로 표면에 들러붙어 도로를 미끌미끌하게 만드는 ‘슬라이딩(sliding)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측정 실험을 한 결과 시속 50㎞로 달리는 승용차가 염화칼슘이 뿌려져 눈이 녹은 도로, 즉 ‘블랙 아이스’ 도로에서 급제동을 했을 때 제동거리는 19.9m였다. 마른 도로에서 급정거를 할 때(12.6m)보다 제동거리가 58%나 길어졌다.



 하지만 전국의 지자체는 예산문제 때문에 제설 작업에 중국산 저가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정준화 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실장은 “중국산 저가 염화칼슘은 순도가 정상 제품보다 떨어진다”며 “불순물이 녹은 눈과 결합해 도로에 잔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진·정종문 기자



◆블랙 아이스(Black Ice)=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녹은 눈이 다시 얇은 빙판으로 변하는 현상. 얇은 얼음막이 도로를 코팅한 것처럼 덮어서 검은색 아스팔트가 투명하게 비치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블랙 아이스’로 덮인 길은 사고 위험성이 눈길보다 크기 때문에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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