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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금융 프라이버시 지켜지려면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시장경제의 중심에 ‘금융’이 있다. ‘금융’의 생명은 신뢰성과 투명성이다. 금융거래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경제질서 민주화를 위한 기본인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실명법과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이 1997년과 2001년에 각각 만들어졌다. 금융실명법에 따라 개인의 금융비밀은 엄격히 보호된다. 다만 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 따라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나 2000만원 이상의 고액현금거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된다. FIU는 이를 분석한 뒤 범죄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수사기관 등에 통보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원칙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세청이 금융거래정보를 직접 통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된 탓이다. 현재 미국과 호주는 과세관청의 금융거래정보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는 과세관청의 직접 접근을 통제한다. 미국의 경우엔 특수한 사정이 있다. 국세청의 금융정보 접근권이 입법부(법률)가 아닌 사법부(대법원 판례)에 의해 허용됐다. “금융거래정보를 담은 은행문서가 ‘영업문서(Business Record)’이므로 개인의 프라이버시 대상이 아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미국 의회는 금융프라이버시권법을 제정해 이에 맞섰다. 진통 끝에 국세청의 접근권이 인정됐지만 이는 판례법이 우선시되는 연방제 국가이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관련 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수집하려면 합리적인 법적 근거나 영장이 있어야 한다. 현재 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수사기관의 FIU에 대한 정보요구권에 대해서까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장주의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만일 국세청의 금융거래정보 접근권을 보장한 법률이 만들어진다 해도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과세 효율성을 위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금융정보를 제한 없이 이용하도록 허용할 수 있을까. 현행 법 원칙에 비춰보면 본인의 동의 없이 이러한 금융거래정보를 수집, 이용하는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조사는 영장에 따라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공권력이 부당하게 행사되거나 남용될 우려도 높다. 더 나아가 이런 예외를 허용하면 다른 유사기관의 비슷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가장 상위의 법 체계인 헌법 가치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본인에게 알리지 않고 국가기관이 금융거래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은 원칙적으로 영장에 근거하는 게 맞다. 탈세 방지와 경제민주화 실현 등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수단의 위법성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에 대한 국가기관의 접근 확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김 승 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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