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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한국도 ‘국부펀드’ 키우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드는 큰손’ ‘금융시장의 총성 없는 전쟁’….



 국부펀드를 일컫는 말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는 헤지펀드가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것 같았다. 지금도 헤지펀드의 영향력은 상당하지만 주도권은 이미 신흥국 중심의 국부펀드로 넘어온 것 같다. 필자가 영국 런던에서 근무했던 1990년대 쿠웨이트투자청(KIA)의 한국 주식 매매 주문을 받는 날이면 국내 주식시장이 상당히 출렁였던 기억이 난다.



 중동의 ‘오일머니’로 상징되던 국부펀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현재 아시아 국가의 국부펀드 비중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3조2000억 달러(약 340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기반으로 중국투자공사(CIC)를 포함해 이미 전체 국부펀드 규모가 1조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도 대규모 가스전에서 나온 자금을 기반으로 국부펀드를 설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스탠리 피셔를 중앙은행 총재로 영입하는 등 국부펀드를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렇듯 세계 각국이 국부펀드를 통한 국부 증대와 세계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 경쟁 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전 세계 국부펀드는 지난해 5조 달러에서 2019년에는 10조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국부펀드의 덩치가 웃자라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부펀드의 팽창이 자산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높이고 국제 금융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 달러가 넘는다. 그런데 한국투자공사(KIC)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현재 약 500억 달러에 그친다. 전 세계 국부펀드 자산 총액의 1% 남짓한 수준이다. GDP가 3000억 달러밖에 안 되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규모가 4000억 달러를 웃도는 것과 비교된다.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국부펀드 규모가 너무 작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왜 국부펀드가 있어야 하는지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부펀드 무용론 은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국부펀드는 단기적 시장 상황에 연연하지 않는 장기투자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며 세계 금융시장의 효율화와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따라서 각국의 금융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실례로 싱가포르에서는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테마섹(Temasek)이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며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아시아 금융위기를 비켜 갈 수 있었다. 또 싱가포르가 세계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데 국부펀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KIC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용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GIC처럼 일정 수준의 자산을 확보해야만 전 세계 유수의 국부펀드와 경쟁이 가능하고, 국부펀드 본연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국가의 소중한 자산을 관리하는 만큼 투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국부펀드는 미래 한국 금융산업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 국부펀드를 통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최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선진 자산운용사의 축적된 노하우를 국내 금융기관으로 전파해 국내 금융시장을 키우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저성장·고령화 국가로 접어들었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KIC는 전략적 투자 담당자로서 미래의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금융산업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또 과도한 외환 보유로 발생하는 기회 손실을 줄이고 국가 자산의 ‘대외구매력(International Purchasing Power)’ 보전을 통해 세대와 세대를 이어 주는 연결고리 역할도 해야 한다. 늘어만 가는 외환보유액을 미래도 불투명하고 금리도 낮은 선진국 국채에만 묻어 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유 상 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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