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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함부로 할 게 아니다… 세법·공직선거법은 바꿔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8일 고문으로 있는 서울 여의도 법무법인 넥서스의 사무실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인수위 운영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손수 법전을 찾아 관련 조항을 읽어 주며 “법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동 기자


김용준(74)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천생 법조인이었다. 위원장에 임명된 다음 날인 28일 중앙SUNDAY와 단독 인터뷰를 한 김 위원장은 인수위가 다룰 핵심 현안들에 대해 “법대로 한다. 지금 있는 법들을 잘 집행하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법전을 펴고 관련 법규를 읽어 주며 “이대로 해 나갈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50년 넘게 법을 다뤄 온 원로 법조인답게 ‘법의 지배’에 대한 강한 소신이 느껴졌다.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단독 인터뷰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 지원, 불공정 거래 규제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밝혀 온 경제민주화 조치를 실현하려면 새 법률을 제정하는 대신 공정거래위원회 등 기존 기구와 법 집행을 강화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과 관련해선 “현행 헌법이 웬만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검찰만 나쁜가. 나라 전체가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세법과 공직선거법은 “지키기 어렵게 돼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당선인에게서 언제 인수위원장직 제의를 받았나.

“(임명이 발표된) 어제(27일) 통보받은 건 아니라고만 답하겠다. 박 당선인과는 지난 20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이후로는 안 만났다.”



-일주일간 안 만난 건가.

“그렇다.”



-그럼, 최소한 그전에 인수위원장직 제의를 받은 것 아닌가.

“그냥, 뭐…. (박 당선인이 내게) ‘인수위원장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럴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하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될 때는 나름 고민이 있었지만 일단 발을 들여놨는데, 인수위원장을 한다고 큰 (변화의) 계기가 되는 건 아니잖나.”



-박 당선인과는 자주 만나나. 앞으로는 전화통화도 자주 할 것 같은데.

“그동안 만나기는 했지만 아직 깊은 이야기는 없었다. (전화는) 오면 받는 거지. 내가 바쁜 사람한테 뭐 하러 자꾸 전화하나. 실무적인 건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맡아 할 것이다. 그 사람이 1975년께 내가 부장판사 할 때 수습하러 밑에 있었다.”



-박 당선인의 어디가 마음에 들어 돕게 된 건가.

“개인적으로 연고가 없다. 처음 알게 된 것도 (90년대에) 무슨 시상식에서 같이 상 탈 일이 있어서다. 그래서 그 양반의 자세한 것까진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법치주의에 관심이 많은 거 같다. 나를 쓴 것도 그게 중요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또 하나 마음에 든 건 철저한 안보관, 그게 제일 중요했다.”



-어떤 점에서 박 당선인에게 그런 느낌이 들었나.

“대화를 해 보니까 법치나 안보관에 진정성이 느껴지더라. 기자도 누구랑 대화해 보면 ‘이 사람은 사기꾼 같다’ ‘이 사람은 믿을 수 있겠다’ 느껴지지 않나.”



-박 당선인이 밝힌 ‘민생, 약속, 대통합 대통령’이 되도록 돕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민생과 대통합은 정치적인 표현이고, 법률적으로는 헌법질서 수호, 법치주의 확립이 될 거다. 여기에 나도 일조하도록 노력할 작정이다. 나는 경제는 잘 모른다.”





-인수위를 어떻게 운영해 갈 방침인가.

“법에 따라 나도 인수위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해 위원 24명의 이야기를 다 듣고 합의로 결정하고, 그래도 안 되면 다수결로 할 것이다.”



-인수위가 의견을 올렸는데 당선인 뜻과 안 맞는다면.

“그럼, 당선인이 알아서 하는 거지. 인수위는 어디까지나 보좌기구니까 당선인이 꼭 따를 필요가 없다.”



-박 당선인이 강조해 온 경제민주화는 인수위에서 어떻게 다룰 생각인가.

“법대로 해야지.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 그러는데 대한민국 헌법 119조 1항을 보면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것이 먼저다. 즉 자유민주주의다. 이어 2항을 보면 이로 인해 경제 안정이나 소득 분배에 지장이 있으면 조정을 하게 돼 있다. 경제민주화는 바로 이 헌법정신에 따라 해야 한다. 실제적으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이 경제민주화를 위한 가장 ‘티피컬 (typical:전형적) ’한 것이 될 거다.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공정위 위상을 강화하는 법을 만들 건가.

“지금도 세다. 법을 자꾸 만드는 게 제일이 아니라 있는 법을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생각인가.

“전문가가 아니라 얘기하기 적절하지 않지만 지금 법 가지고도 될 거다. 적용하다 보면 더 강화할 수는 있겠지. 사실 법이란 게, 세종실록에도 나오는 얘기지만 만들기 어려운 게 아니라 시행하기가 어려운 거다. 우리 사회가 법대로 안 되는 이유 중에 제일 큰 게,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 자의적으로 집행하기 때문이다.”



-지킬 수 없는 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세법과 공직선거법이 대표적이다. 공직선거법은 불우이웃돕기도 못하게 하는 등 너무 경직돼 있다. 세법도 거지 빼놓곤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없다. 지키기가 참 어렵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걸 누구나 다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소득이 조금인 사람은 세금을 조금 내고, 많은 사람은 더 내고….”



-인수위에서 개정을 추진할 생각인가.

“국회에서 할 일이지. (인수위에서 한다고) 하루 이틀에 되는 건 아니다. 평소 내 생각이 그렇다.”



-검찰 개혁은 인수위에서 어떻게 다룰 생각인가.

“(검찰도) 뭐 개혁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거기뿐이 아니다. 나라 전체가 다 그렇다. 검사가 나쁘다고 하는데, 뭐 검사만 나쁜가, 형사만 나쁜가. 국민 수준하고 연관되는 거다.”



-개헌도 인수위에서 다루나.

“우리 헌법이 여러 번 개정됐는데 현행 헌법이 제일 수명이 길다. 25년을 견딘 건 웬만하니까 견딘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단임제를 하니까 레임덕이 생긴다고 개헌을 추진한다지만 중임제 하면 레임덕이 안 생기나? (헌법을) 함부로 고칠 게 아니다.”



-분권형 총리제에 대한 입장은.

“그건 내가 모른다. 하지만 지금 헌법만 해도 총리 권한이 약한 거 아니다. 운영이 제대로 안 된 것뿐이지. 장관도 총리가 제청하게 돼 있지 않나.”



-소아마비지만 미국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연구했다고 들었는데.

“루스벨트에 관한 책 서너 권을 읽은 것뿐이다. 루스벨트보다는 41세에 소아마비에 걸려 걷지도 못하는 그를 4번이나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인들을 존경한다. 한국에서 대통령이 다리 불편하면 되겠나. (선거에) 나가지도 못하지…. 그런데 이제는 여자도 됐으니까 앞으로는 되겠지.”



-인수위원장 마치고 새 정부에서 총리 같은 요직을 맡게 되지 않을까.

“전혀 생각 없다. 기대도 안 한다.”



-왜 그런가.

“법조인으로서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을 했으면 됐지 더 무슨 일을 할 생각 없다. 인수위 끝나면 (법무법인으로) 돌아올 거다. 돈을 더 벌려는 것은 아니고 정신력이 남아 있을 때까지는 억울한 사람을 도우려는 것이다.”



-인수위원으로 쓰려고 염두에 둔 사람은 있나. 인수위 조직에 대한 복안은.

“없다. 다 박근혜 당선인이 임명하게 돼 있으니까. (인수위)조직은 내가 좀 관여할지 모른다. 분과위라든지.”



-신설하고 싶은 분과위가 있나. 따로 설치된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위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건가.

“아직 모르겠다. (두 위원회와 관련해선) 그쪽 양반들이 인수위에 들어올 수도 있지.”



-헌재소장 때 사회적 파장이 큰 판결을 여럿 했는데 가장 보람 있었던 판결은 뭔가.

“과외 금지 위헌 판결이다. 국민 생활과 제일 밀접한 교육 전반을 재검토할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과외 붐이 일었다고 (비판)하는데, 그것도 사회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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