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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변화 시발점, 우주 티끌인 당신

1 캘빈 도(왼쪽)와 데이비드 센게. © MIT 미디어 랩 블로그. 2‘스모리즈’ 사이트(위)와 이를 만든 리사 스웰링, 랄프 라자르 부부.
영국 런던에 살던 랄프 라자르, 리사 스웰링 부부는 2009년 2월 아프리카 남서부 칼라하리 사막으로 긴 여행을 떠났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모래밭을 달리던 날, 무료함에 지친 여덟 살 큰딸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자신이 큰소리로 동화책 읽는 모습을 아이팟으로 촬영해 두 살 어린 동생에게 보여 준 것이다. 둘은 금세 신기한 놀이에 빠져들었다.

‘나도 혁신가’ 물결 지구촌

부부는 무릎을 쳤다. 만화가이자 작가, 그래픽아티스트이기도 한 이들은 평소에 고민이 컸다. 책을 좋아하는 딸들이지만 한편으론 틈만 나면 컴퓨터에 접속하려 들었다. 이 ‘동화 구연 동영상 놀이’는 인터넷상에서 안전한 즐거움을 제공할 뿐 아니라 아이들의 글 읽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제격일 듯했다. 무엇보다 더 많은 아이에게 무료로, 마음껏 새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봤다.

자아실현을 사회혁신운동으로
부부는 당장 실행에 나섰다. 몇 달을 매달려 이듬해 ‘스모리즈닷컴(Smories.com)’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이 읽는 스토리’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사이트는 소셜네트워크를 타고 전 세계로 순식간에 확산됐다. 많은 작가가 앞다퉈 저작권을 기부했다. 사이트 메인 화면에 들어가 보면 세계 각지 어린이들의 귀엽고 해맑은 얼굴이 가득하다. 사진 위에 커서를 놓으면 아이의 이름과 스토리 제목, 몇 살배기를 위한 낭독인지가 뜬다. 부부는 “이 사이트가 작가들이 자기 작품을 더 분명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테스트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장될지 모르는 작품이 빛을 발하고, 이야기를 통해 세계 아이들이 교통하고 성장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했다. 이처럼 요즘 세계 각지에선 개인의 경험과 깨달음을 확장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부(富)와 지식의 전 지구적 양극화, 심화되는 환경 문제…. 그러나 어둠의 골이 깊은 만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 또한 강렬하고 절박하다. 때마침 강력한 우군이 등장했다. 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환경과 모바일 혁명이다. 이제 누구든 남다른 아이디어와 공동선(善)을 향해 뚜렷한 가치를 제시한다면 세상의 변화와 사회 혁신에 동참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미국 MIT대 미디어랩 박사 과정 연구원 데이비드 센게는 혁신(innovation)의 전염성과 실행의 값어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청년이다.

센게는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연안국 시에라리온의 소년 발명가 캘빈 도를 발굴한 인물이다. <1면 참조> 센게 역시 시에라리온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내전을 피해 가족과 미국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그도, 함께 도망친 동족 누구도 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센게는 이를 애써 피하기보다 뭔가 하는 데서 치유를 얻기로 했다. 시에라리온처럼 전쟁이 빈발하는 곳엔 총포 탓에 수족을 잃은 이들이 많다. 의족·의수 같은 보조기는 너무 비싼 데다 사람마다 신체 절단면의 형태가 달라 대량 보급이 어렵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센게는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IT대로 왔다. 연구만 한 게 아니다. 고국 청소년들에게 삶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주고자 후원자들을 모아 현지에서 여름 발명캠프를 열었다. 그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며, 실행을 통해 배우는 것이야말로 혁신의 길임을 강조한다.

캠프에서 캘빈을 만난 센게는 역시 행동을 개시했다. MIT대를 설득해 소년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세계적 DIY(Do It Yourself) 콘퍼런스인 ‘메이커 페어 인 뉴욕’의 연사로 추천했다.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과의 면담도 주선했다. 소년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은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캘빈은 미국 여러 대학으로부터 장학금 제안을 받았다. 센게는 “캘빈이 자기 세계를 확장한 만큼 나 역시 캘빈 덕에 내 세계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 이루는 것, 이를 통해 개인의 역량 그 이상의 성장을 이루는 것. 21세기형 혁신 모델의 표본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가 21세기형 혁신
2000년대 초 한때 침체기를 맞은 세계 최대 라이브음악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SXSW)를 되살린 것도 공동체를 매개로 한 소통과 공감이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명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에서 이름을 따온 이 축제는 시작부터 혁신적이었다. 1987년 미 텍사스주 오스틴의 지역 주간지 기자이던 롤랜드 스웬슨은 두 동료와 조촐한 음악 이벤트를 열기로 한다. 하지만 돈도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포기를 모른 세 남자는 작은 주차장을 빌렸다. 차량 29대의 오디오를 스피커 삼아 노래를 틀었다. 150명이나 올까 싶던 행사에 700여 명이 몰렸다. 이후 축제는 계속 커졌다. 94년엔 행사 영역을 영화와 멀티미디어로 확장했다. 핸슨 형제, 노라 존스 같은 스타들이 이곳을 거쳤다.

하지만 축제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유사한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이미 SXSW를 누구보다 사랑하게 된 오스틴 시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인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더 혁신적인 음악과 영화, 디지털 서비스를 유치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2007년 트위터, 2008년 포스퀘어가 이 행사를 통해 이름을 알리면서 SXSW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가는 콘텐트·스타트업 페스티벌로 격상됐다. SXSW가 지난해 지역 공동체에 더한 경제적 가치는 1억6800만 달러(약 1790억원)로 추정된다.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혁신은 기업들에도 큰 과제다. 최근엔 아예 설립 배경은 물론 운영방식까지 공동체적 가치에 기반한 기업들이 각광받는다. 예를 들면 스위스의 리디자인(redesign) 기업 ‘프라이탁(Freitag)’ 같은 곳들이다.

이 회사 창업자는 마커스와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다. 그래픽디자이너인 이들은 93년 북구의 습한 날씨에서 스케치북을 안전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남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버려진 트럭 덮개 천과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타이어로 가방을 만든 것이다. 오늘날 프라이탁은 할리우드 톱스타들도 사랑하는 브랜드가 됐다. 재료에 남겨진 생활의 흔적 덕에 어느 것 하나 같은 제품이 없다. 창업자들은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빗물을 받아 공업용수로 쓰고, 버려진 컨테이너에 매장을 낸다. 이런 친환경, 자연친화 비즈니스 스타일과 디테일들이 프라이탁의 혁신가치를 배가시킨다. 나로부터 세계로, 생각보다 행동으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그 어떤 거대한 변화도 시작점은 우주의 티끌인 바로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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