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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신발에 왜 뽀뽀 그림 그렸을까

자그마한 운동화를 고민스레 바라보는 어린아이가 있다. 이쪽이 오른쪽일까? 왼쪽일까? 운동화를 신을 때마다 좌우를 구분하는 것은 이 아이에게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 痛點)’다. 좌우를 바꿔 신으면 엄마한테 혼나니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아이에게는 고통이다. 또한 아이에게 좌우 구별법을 가르쳐야 하는 엄마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경제·경영 트렌드] ‘2불 4고 복 받자’ ③ 고통

2011년 세계 3대 디자인상의 하나인 ‘iF’에서 한국과학기술대팀이 ‘에듀케이션 슈’라는 작품으로 이 고민을 깔끔하게 해결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좌우 운동화에 각각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옆 얼굴을 그려서 제대로 신었을 경우는 마주보고 뽀뽀하는 모습이 되고, 좌우가 바뀌었을 경우에는 마치 싸운 것처럼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 된다. 덕분에 아이들은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좌우를 구별할 수 있다. 이 기막힌 디자인은 엄마들과 아이들의 고통을 몇백 년 만에 사라지게 했다.



양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양말 한 짝을 찾지 못해 야단맞는 아이들과 속상해하는 엄마들의 페인 포인트를 보고 미국의 리틀 미스 매치드 삭스(Little Miss Matched Socks)라는 회사는 아예 다양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짝짝이 양말’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짝짝이니까 잘못 신을 수도 없고, 한 짝이 없어져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과 엄마들의 고통을 속 시원히 해결해 준, 이 기가 막힌 제품은 당연히 인기만점! 이제 양말의 역사 또한 수백 년 만에 바뀌게 되었다.



경영인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 대목에서 궁금했다. 아이들과 엄마들의 이 작은 고통을 해결하는 데 왜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일까? 아마도 고통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그 페인 포인트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신발사업 혹은 양말사업을 하는 아빠들은 소비자인 아이들과 아내가 겪고 있는 이렇게 작은 고통을 알고 이해하지 못했다. 이처럼 고통은 다 아는 것 같지만 힘이 없는 당사자들은 피하기에 급급하고,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 고통의 심각성을 몰라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며칠 전 영화 ‘레 미제라블’을 보았다. 프랑스어로 ‘불쌍한 사람들’을 뜻하는 이 영화는 1862년 발표된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고난을 겪고 있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인간애를 다룬 웅장한 스토리로, 잘 알려진 내용에도 불구하고 새삼 눈시울이 뜨듯해지고, 가슴이 뭉클했다.



레 미제라블의 원작 뮤지컬 공연은 영국에서만 27년째 최장기 연속 공연 중이며, 42개국 308개 도시에서 21개 국어로 공연했다고 한다. 대한민국도 레 미제라블 열풍이다. 뮤지컬은 전국 공연을 하고 있고, 5권으로 된 완역판 도서는 예약 주문만 몇만 부를 돌파했는가 하면, 연극으로도 공연이 진행되는 가운데 영화는 개봉 즉시 박스오피스 상단을 차지했다. 150년이 지난 이 작품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오늘의 한국을 강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사람들의 페인 포인트를 너무나 통렬하게 담아낸 살아 있는 드라마인 동시에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싸우고 헤쳐나가야 할지 길을 알려주는 희망의 바이블이기 때문일 것이다.



극중에는 제목처럼 너무나 많은 불쌍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아픔과 고통이 얼마나 애절한지 마치 나의 아픔처럼 페인 포인트들이 가슴 깊이 전해져 함께 아팠다. 이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노래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인간적인 고통을 노래하고 있다. 첫 장면에서는 배를 끌고 가는 죄수들의 절망을 노래하고(Overture/Work Song),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은 미혼모가 겪는 육아와 생활의 이중고를 노래하며(I Dreamed a Dream), 젊은 혁명가들은 민중들의 고통을 노래한다(Do You Hear The People Sing). 또 에포닌은 빗속에서 짝사랑의 안타까움과 고통을 노래하고(On My Own), 장발장은 위기에 처한 청년들을 아파하며 노래한다(Bring Him Home).



에듀케이션 슈나 짝짝이 양말을 만든 디자이너들과 ‘레 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 사이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페인 포인트’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페인 포인트’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찾아내는 순간 혁신과 창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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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불 4고 복 받자’는 불편·불안, 고통·고독·고비용·고령화, 복잡 등 고객의 아픔을 압축한 7개 단어로 만든 일종의 구호.





강신장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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