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나이 들수록 매너와 열린 마음 갖춰야 노년에도 남 함부로 대할 권리 없어”

“우리나라는 이제야 60세 정년 연장을 논하는 수준입니다. 65세를 다음 목표로 하되 장기적으로는 정년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습니다. 물리적인 나이만으로 일하고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뺏는 것은 곤란합니다.”주명룡(67·사진) 대한은퇴자협회장의 말이다. 그는 급속하게 고령자가 늘어가는 속에서 ‘정년’을 기준으로 일과 은퇴를 가르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30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뉴욕한인회장까지 지낸 주 회장은 10년 전 귀국해 미국은퇴자협회를 본떠 만든 회원 16만 명 규모의 대한은퇴자협회(KARP)를 이끌고 있다. 주 회장을 27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 인터뷰

-정년 연장은 기업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나.

“기업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수년 전 어느 토론회에서 한 경제단체 간부가 ‘정년 연장은 사치’라고 단언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기업들은 정년을 늘리면 생산성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본다. 하지만 정년을 늘리자는 것은 연공서열에서 벗어나 능력에 맞는 임금체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나이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면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안 되면 임금 수준을 낮춰 직장에 남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기업이 할 일 아닌가.”



-기업들은 조직을 젊고 활력 있게 만들고 싶은 욕구도 있을 텐데.

“그게 점차 불가능해지니까 하는 말이다. 5년, 10년 뒤만 해도 젊은 층의 인구가 확 줄어든다. 숙련되고 충성심 높은 직원들을 나이가 됐다고 내보내기만 하면 어느 순간 심각한 인재 부족으로 기업도 타격을 받는다. 젊은 인재들이 언제라도 몰려들 것이라는 환상을 기업도 버려야 한다.”



-그때 가서 대처하겠다는 기업이 많지 않겠나.

“사람을 키우고 다루는 일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나. 개인적으로 여러 기업의 퇴직 준비교육에 강연을 다닌다. 정년을 잘 지키는 직장과 실적 위주로 40대 중반만 되면 명예퇴직 등 압박을 가하는 기업은 직원들 눈빛부터 다르다. 오늘 당장 정년을 늘리라는 게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10년 뒤 어떤 인력 구조를 가질 것인지 고민하고 사람을 아낄 줄 알아야 기업도 미래가 있다.”



-심각한 청년실업과의 상충 문제도 있는데.

“극소수 대우 좋은 대기업이나 ‘철밥통’ 직장만 따지니까 상충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구인난이 심각하다. 엄밀히 말하면 청년에게 필요한 일자리와 장년·노년층에게 적당한 일자리는 크게 겹치지 않는다. 양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고 인식을 바꾸고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



-고령층이 늘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어떻게 보나.

“당연한 변화다. 서구에서는 제론톨로지(노년학)에서 따온 제론토크라시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 노년층의 의사가 정치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만 보면 한국도 제론토크라시의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다.”



-정치권이 노년층의 욕구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보는지.

“그렇지 않다. 보수 정당은 고령층을 자신들의 집토끼로 생각하고, 진보 정당은 어차피 자신들을 안 찍는 산토끼 보듯 했다는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 쪽이나 우리 계층을 이용만 하려 들지 정말 필요한 것에 대해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정년 문제 외에 은퇴자협회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10년 전 협회 창립 후 가장 힘을 쏟은 것은 주택 역(逆)모기지 제도 도입이다. 도입을 계속 주장해 왔고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도 도움을 줬다고 자부한다. 또 나이를 기준으로 차별하는 관행을 없애는 데도 노력했다. 최근에는 은퇴한 고령자들의 문화적 빈곤을 해결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어떤 문화가 필요한가.

“노년층만의 문화가 따로 있는 게 아닌데 많은 이가 오해한다. 그동안 60~70대 이상 노년층은 가난에서 벗어나려 평생을 일만 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준비도 부족하고 문화를 즐기지 못했다. 그러니 TV 보고 등산하고 술 마시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60대 들어선 이들은 1970년대 서구의 팝음악과 할리우드 영화를 즐기던 세대다. 노인들이니까 복지관 지어 주면 된다는 식으로는 신노년층의 문화적 욕구를 감당하지 못한다.”



-노년층도 변해야 할 게 있다면.

“우리 회원들 보고 늘 옷 깔끔하게 입고, 로션이라도 바르고, 젊은이들에게 먼저 다가서라고 당부한다. 정치적으로도 개방적이 되라고 권고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른 사람을함부로 대할 권리가 생기는 게 아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