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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월세 시대… 세 가지 난관, 세 가지 제언

시곗바늘 움직이는 방향이 원래부터 지금과 같이 돼 있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핸들이 오른쪽 좌석에 달린 차가 있듯이 시계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시계를 쓰는 사람이 늘면서 표준이 된 것이다.

이상영 교수의 부동산 오디세이

우리나라 주택 임대시장에서도 이런 조짐이 엿보인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산다고 하면, 특히 아파트의 경우엔 대개 전세였지만 월세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임대계약의 주류가 월세로 바뀔 지경에 이르렀다. 2010년 인구주택센서스 통계를 보면 주택 월세 임대계약이 49.7%에 달했으니까 지금쯤 월세가 과반이 됐을지 모른다. 이러한 변화는 지방에서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월세가 58.7%로 이미 전세 비중을 웃돌았다. 반면 수도권은 근자에야 이런 추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월세, 지방부터 수도권으로 확산
그러면 주택임대의 월세화는 왜 지방에서 더 빠르게 진전됐을까. 지방 주택 매매가 장기간 침체돼 왔기 때문이다. 지방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 전이다. 그전에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 시중금리가 낮아지면서 지방에서 전세를 놓은 사람들은 전세금을 받아 굴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됐다. 전세금 자체도 올라가기 시작해 지방의 주택 전세가는 매매가의 65~70%에 달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주택 매매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올라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일이 많았다. 이에 따라 전세가 상승률도 비교적 낮았다. 그렇지만 4년 전부터 수도권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전세가가 급등하고 전세 받던 곳이 월세로 전환하는 곳이 급증했다. 여기에다 처음부터 아예 월세 소득 추구형 원룸이나 도시형생활주택 건설이 보태져 월세가 임대시장의 주류로 떠올랐다. 문제는 세 들어 사는 임차인들이 여전히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대략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월세를 시중금리와 비교해 보면 전세 임차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하는 꼴이다. 우선 전세의 월세 환산 전환율이 꽤 높다. 전환율이란 전세를 월세로 받을 경우 적용하는 일종의 환산이율로, 대개 시중금리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저금리 기조로 전환율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시중금리보다 높다. 한마디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주거비용이 더 든다.

둘째, 우리나라 월세의 특징은 보증금이 많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보증금은 월세의 두석 달치 정도다. 빌려준 집을 파손했을 때 원상복구 수리비 조로 보증금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월세 연체에 대비한 것이라 명도소송까지 예상해 월세 열 달치 이상을 받아 놓는다. 계약 기간 내내 연체할 것에 대비해 24개월, 나아가 연체와 명도소송을 함께 고려해 30개월 이상 금액을 받기도 한다.

셋째, 월세와 관리비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광열수도비처럼 임차인이 직접 납부할 것들도 있지만 건물 청소나 경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 임차인을 관리하는 비용 등을 월세 항목에 넣기 일쑤다. 특히 수십 가구 이내의 동 단위 임대건물의 경우 관리비가 월세에 포함돼 월세 자체가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반대인 경우도 있다. 관리비 성격의 경비가 월세가 포함돼 월세는 오르지 않는데 관리비가 오르는 경우다.

이상의 문제는 전세의 월세화 추세에서 임차인들을 괴롭히는 것들이다. 임대비용의 증가, 관리의 어려움 등을 초래하는 것들로 개선과제다. 전·월세 전환율의 경우에는 전세가가 비싼 아파트일 때 더욱 문제가 된다. 그래서 대부분 반(半)전세나 부분 전세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전셋값이 오르면 그 부분만 월세로 받는 방식이다. 추가 전세금 목돈 마련의 부담을 덜고, 월세 부담 증가를 최소화하려는 고육책이기도 하다.

값비싼 아파트는 부분 전세 고육책
그런데 주택 경기 침체 장기화로 월세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 과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둔 것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값조차 몇 년째 내리막인 마당에 전세 낀 집을 사두는 것의 재테크 매력이 크게 감소했다. 전·월세 전환율이 시중금리의 두 배가량 돼도 세입자들이 감수한 것은 집주인이 무이자인 전세금을 빼주는 대신 금융비용과 기회비용을 감수한다는 명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월세 전환 과정에서 시중금리 이상으로 높은 전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약해지고 있다. 오히려 세놓는 쪽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마당에 전환율을 낮춰 월세 수요를 조장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과제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월세 연체 보증제도의 확충이다. 월세를 낮춰도 임대보증금을 여전히 많이 받는다면 주거비 하락의 실효가 적을 것이다. 따라서 보증금을 획기적으로 낮추려면 월세 연체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줘야 한다. 제3자의 지급보증이 그것이다. 우선 연대보증인 제도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친구나 친인척 간에도 보증은 잘 서주지 않는 풍토가 됐다. 보증보험이 유력한 방안이다. 이 역시 추가 비용인 만큼 저렴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공적보증기관이 들어오거나 임대인과 보증료를 분담하는 방안 등 실현 가능한 방법을 당국은 고민해야 한다.

둘째, 주택 유지관리 비용의 조달 문제다. 수익형 부동산처럼 임대 전용 건물을 소유한 경우 임대인이 장기적 관점에서 유지보수 비용을 마련하고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지속적인 관리와 보수를 하려면 개인보다 임대관리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일본·미국처럼 이런 일을 체계적으로 전담할 임대관리 전문회사를 키워야 한다.

셋째, 임대소득과 관련된 세금 등 공과금의 부담 문제다. 전세의 경우에도 3주택 이상 소유자는 임대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월세의 경우는 대부분 임대사업소득으로 과세 대상이 되고, 동시에 임대사업자로서 등록하면 각종 사회보험료도 부담하게 된다. 이처럼 임대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이나 공과금 부담이 적잖아 이와 관련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지금도 일정 요건을 갖춘 임대사업에 대해서는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하는 경우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임대주택과 관련된 세금 문제는 다주택자라는 관점보다 임대사업자라는 관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이상영 서울대 경제학 박사로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일했다. 부동산114를 설립해 경영하기도 했다.『 내일의 부동산파워』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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