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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영광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19세기 가장 위대한 문학작품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5권으로 출간된 게 1862년이니 올해로 탄생 150주년을 맞았다.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하며 24601이라는 수인번호로 불렸던 가난한 농민 장발장의 삶을 축으로 혁명의 시대였던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그렸다. 한국인에겐 학창시절 휴머니즘을 배우는 교재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영화, 라디오와 텔레비전 드라마, 연극·뮤지컬·게임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전 세계 수많은 예술가에게 ‘빵’을 제공해 왔다. 그런데 정작 이 위대한 프랑스 작가의 작품으로 가장 재미를 본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인 뮤지컬 제작자인 캐머런 매킨토시다. 81년 ‘캐츠’, 85년 ‘레미제라블’, 86년 ‘오페라의 유령’, 89년 ‘미스 사이공’을 연이어 무대에 올려 공전의 히트를 친 인물이다. 흔히 이 네 작품을 세계 4대 뮤지컬로 부르는데 이 모두를 한 사람이 무대에 올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영국 런던의 극장가인 웨스트엔드에서 흥행에 성공한 이 작품들은 곧 미국 뉴욕의 극장가인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80년대 브로드웨이에선 웨스트엔드산 뮤지컬들이 전성시대를 구가하며 영국 문화산업의 힘을 보여줬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매킨토시판 레미제라블은 전 세계 45개국에서 21개의 서로 다른 언어로 4만5000회 이상 공연됐다. 수백만 명이 관람하고, 수십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킨토시는 현재 재산이 3억~6억 파운드(약 5150억~1조300억원)에 이르며 기사 작위도 받았다.

재미난 것은 뮤지컬 레미제라블도 오리지널은 프랑스판이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작사가인 알랭 부빌이 1980년 9월 파리의 스포츠 행사장인 팔레드스포츠에서 처음 무대에 올렸다. 그는 런던에서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작품 올리버 트위스트가 ‘올리버!’라는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 프랑스 문학작품으로 뮤지컬을 만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부빌이 작곡가 클로드미셸 쇤베르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석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00회 공연을 하면서 흥행도 성공했다. 하지만 대관 문제로 장기공연을 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매킨토시는 83년 프랑스판 앨범을 들은 뒤 흥행사 기질을 발동해 영어판 제작에 들어갔다. 85년 10월 8일 런던 바비칸 극장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극장을 옮겨가며 아직도 런던에서 공연 중이다. 2010년 1만 회를 넘어섰다.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런던에서 둘째로 장기 공연되는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선 87년부터 2003년까지 6680회가 공연됐다. 워낙 탄탄한 오리지널 작품의 콘텐트에 매킨토시의 마케팅 능력이 결합됐기에 가능한 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프랑스 콘텐트가 영국 문화산업의 간판 상품이 된 것이다.

이 작품이 이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져 한국에서도 이달 19일 개봉했다. 불과 8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출이 이미 5000만 달러를 넘었다. 매킨토시는 이 뮤지컬 영화에도 공동제작자로 참여했다. 재주는 프랑스 예술가들이 넘고 돈은 영국인 매킨토시가 챙겨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법하다. 글로벌 문화산업의 냉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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