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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선행학습 규제법, 어떻게 봐야 하나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입법이 필요한지를 놓고 논쟁이 불붙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선행학습 유발 시험 금지 ▶교육과정 넘어서는 시험 출제 금지 등을 공약으로 내놓은 데 이어 대선 후보 토론에서 “선행학습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찬반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공교육 무력화시키는 ‘불량 교육’ 막아야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우리 단체는 지난 1년간 서명운동, 1인 시위 등을 통해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요구해 왔다. 우리가 주장하는 선행교육 금지법은 학생 개인이 혼자 하는 ‘선행학습’을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학교나 학원 등이 진도에 앞서 제공하는 ‘선행교육’을 금지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교육과정 바깥에서 출제돼 선행학습 부담을 부추기는 학교 시험과 상급학교 입시도 이 법으로 단속하자는 것이다.

 선행교육이 나쁘다는 판단에 대해서는 이 법 제정을 반대하는 쪽도 동의한다. 다만 이를 법으로 제정해서 규제할 수 있겠느냐는 데서 이견이 있다. 선행교육 금지법 내용 중 시험 규제 부분은 학원 관계자들조차 반대하지 않는 것이니, 핵심은 ‘선행교육 프로그램 규제’ 부분일 것이다. 혹자는 자유경제 시장에서 어떻게 학원의 선행교육 프로그램을 규제할 수 있느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사교육 상품 모두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교육과 같은 ‘불량’ 교육 상품만 규제하자는 얘기다. 기업의 ‘불량’ 식품 유통은 국가가 법으로 막는데, 아이들 정신을 좀먹는 ‘불량’ 교육 상품은 왜 규제할 수 없다는 말인가.

 단속하기 힘들어 법의 실효성이 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즉, 이 법이 제정되면 학원들의 교육 상품은 규제할 수 있지만 ‘개인 교습형’ 선행교육은 막을 수 없어서 개인 교습 시장만 키운다는 것이다. 개인 교습 영역에 대한 단속의 실효성이 낮은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법을 도입한 후 보완해야 할 사항이지, 그것 자체가 법 제정을 막을 이유는 되지 못한다. 그런 논리로 선행교육 상품을 규제할 수 없다면 실효성 떨어지는 기존 법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올해 국회를 통과한 ‘운전 중 DMB 시청 금지법’만 해도 그렇다. 과연 운전 중 DMB 시청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잡아낼 수 있을까. 그래도 문제가 심각하니 법을 제정한 것 아닌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법은 일단 만들고, 실효성을 높일 대책을 함께 보완해야 한다.

 또한 학교마다 진도가 달라 일률적으로 선행교육을 금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고등학교야 일부 타당한 지적이지만 중학교 이하의 교육과정은 학교 간 차이가 별로 없어 중학교까지의 선행교육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기타 남는 문제는 각 시·도 교육청 내 감독기구를 설치해 과목 특성과 현실을 반영해 구체적 기준을 정하고 규제하면 된다.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은 불가피하다. 법은 무엇인가. 약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고통이 존재하는데 이를 해결할 법을 만들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일이다. 선행교육에 아이들이 지금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학교 교육은 쑥대밭이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고 2 영어를 가르치는 11년 선행교육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이런 비정상을 바로잡을 법 하나가 없다니, 기가 막힌다. 모든 기술적인 난점은 법 제정 전후 과정에서 극복해야 한다. 난점을 이유로 법 제정을 막는다면 곤란하다.

 이 법률 제정은 시대의 요청이다. 설문조사에서 국민 60%가 이 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약속했다. 박 당선인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규제하는 것은 물론이요, 선행교육 그 자체도 규제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그 약속을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송 인 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단속 불가능하고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이번 대선 과정에서 ‘선행학습 금지, 학교 교육과정 밖 시험 출제 금지’ 얘기를 듣는 순간 학부모들은 체증이 내려간 듯 후련해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입 수능은 난이도 조절이 늘 초미의 관심사이고 논술 문제는 어렵기만 한 상황에서 학교는 대응에 애를 먹고 발 빠른 사교육은 필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음 학기 선행이 어쩌고저쩌고하면 촌스러울 지경이고 1년, 2년 선행은 해야 심리적 안정이 되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왜곡된 풍조 속에서 학생들의 미래가 멍들어 가고 있음을 누구나 통탄한다. 문제풀이식 선행을 한 아이들은 학교 진도에 흥미를 잃고 교실에서 잠을 잔다. 현실을 모르지 않는 교사들은 손쓰기조차 막막하니 학교는 존재 의의에 도전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금 선언적 의미에 환호하는 심적 카타르시스를 넘어 냉정히 따져보면 법제화는 결코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한마디로 실효성이 의심스러우면서 부작용 소지도 없지 않다. 첫째, 법제화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처벌 대상 선행학습의 기준을 정하고 단속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학습의 중요한 과정인 예습을 어디까지 처벌할 것인가. 사교육기관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선행을 무슨 수로 단속할 것인가. 사적 영역에서까지 교육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있을 수 있다.

 둘째, 교육과정을 벗어난 출제 금지라는 것 역시 정확히 어느 지점부터인가를 가늠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지영역 교육목표인 지식·이해·적용·분석·종합·평가의 여러 단계 중 분석·종합·평가 같은 고등정신기능과 관련된 문항일수록 교육과정 밖이라고 출제자, 단속자 모두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평준화 틀 속에서 수월성 담보 장치라고 할 수준별 이동수업에 대해서도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법제화 논의 이전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엄밀한 검증이 요구된다.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방식의 접근이 부작용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정 내 출제를 위한 교사, 학교 차원의 노력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우수 사례를 널리 알리는 정책을 예로 들 수 있다. 사교육기관은 지나친 선행을 지양하고 보습 기능에 중점을 두겠다고 차제에 학교, 사회와 신사협정을 맺고 이를 실천하기를 희망한다.

 근본 처방은 대학-스펙-취업의 죽기 살기 식 경쟁이 완화되는 교육 외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학벌, 학력이 인생의 모든 것을 지나치게 가르는 사회 환경을 상수로 놓아둔 채 학교에만 여러 주문을 해왔기 때문에 반세기가 지나도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이다. 평가 방식과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꾼들 누가 기회를 갖느냐의 규칙을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

 사교육 문제를 풀기 위해 역대 정부가 온갖 시도를 했지만 백약이 무효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고졸 취업 확대, 고졸-대졸 간 임금 격차 완화를 위한 획기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이다. 더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문제는 합심해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일이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일류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사회·경제적으로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 없는 세상이 돼야 학교에서 인성 교육도, 진정한 수월성 교육도 가능할 수 있다. 10년 앞을 내다보며 근본 처방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 선행학습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 혜 숙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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