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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새누리당 무상보육 파동 전철 또?

신성식
선임기자
경북 영천에 사는 임모(94) 할머니는 아무런 소득이 없는데도 기초수급자 보호를 못 받는다. 서울 성남에 사는 아들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도 일흔을 넘긴 노인(72세)이다. 소득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임씨가 수급자가 못 된 이유는 아들이 살고 있는 성남의 집(1억7800만원) 때문이다. 이 집을 소득으로 환산해서 따지면 수급자 선정기준을 90만원이나 초과한다. 집 한 채 달랑 있는 노인에게 구순 노모의 부양을 강요하는 꼴이다.



 서울 왕십리에 사는 지체장애인 김모(40)씨는 아버지(70) 때문에 정부 지원금이 매달 12만원 깎인다. 노동일을 하는 아버지의 월 수입이 135만원 정도. 아버지가 아들을 부양할 능력이 약간 있으니 김씨의 지원금에서 30%를 깎는 것이다. 서울 광화문 전철역에는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주장하는 장애인들의 농성이 125일째 이어지고 있다.



 부양의무자는 기초수급자를 선정할 때 자식이나 부모의 부양능력을 따지는 제도다. 소득·재산을 합한 소득인정액이 194만원(4인 가구 기준)이 안 돼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이 보호시설에서 자립하러 사회로 나왔을 때 이 제도 때문에 힘겨운 삶을 산다고 말한다.



 부양의무자 제도를 개정하려면 구순 노인 임씨와 장애인 김씨의 사례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무시하려는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기초수급자의 1촌 이내 혈족 및 그 배우자’로 된 부양의무자에서 배우자를 삭제하기로 했다. 며느리와 사위의 부양의무를 없애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아들 명의로 된 소득이나 재산을 며느리로, 딸 명의의 소득·재산을 사위한테 옮길 게 뻔하다.



 새누리당은 계획대로 내년 예산에 반영해 시행하려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바꿔야 한다. 제대로 된 정책은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해서 법을 바꾸고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다. 복지 확대의 우선 순위를 논의하지 않고 불쑥 내년 예산에 끼워 넣겠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이맘때 민주통합당과 함께 난데없이 0~2세 무상보육을 끼워 넣었고 이 때문에 집에서 키우던 7만 명의 애들이 어린이집으로 쏟아져 나오는 등 혼란을 야기했다. 또 부담이 늘어난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내내 반발했다. 새누리당의 방안이 시행되면 지자체들이 기초수급자 확대에 2700억원가량의 부담을 추가로 떠안게 된다.



 부양의무자는 도시에 사는 자식이나 부모한테는 가혹한 제도다. 이 규정 때문에 엄동설한에 떨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 117만 명을 구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1조원이 넘는 돈을 쓰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난해 국회가 야기한 무상보육 파동의 전철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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