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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정원 댓글 논란, 과학으로 풀자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선거가 끝났지만 국정원 여직원의 비방 댓글 사건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1차 발표를 믿지 못한다는 주장이 네티즌과 일부 정치권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경찰 발표와 이에 대한 반박을 사이버범죄학과 디지털법과학(digital forensics) 측면에서 풀어볼 필요가 있다.



 국정원 여직원이 컴퓨터를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을 달았는지에 대해 경찰은 그 직원의 PC와 노트북 컴퓨터에서 정치적 댓글을 단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컴퓨터에는 해당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기록을 보관해 두는 쿠키(cookie)와 임시파일(temporary files)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를 분석해보면 사용자가 어떤 곳에 접속했는지 등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문서는 완전삭제(wiping)를 하지 않고 단순 삭제했다면 컴퓨터 포렌식 기술을 통해 복원이 가능하다. 기술적인 측면만 보면 단순하고 명백하게 흑백을 가릴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국정원 여직원의 PC나 노트북에서 관련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만 가지고 “경찰이 엉성하게 부실 수사했다”는 주장은 과학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경찰이 의도적으로 관련 사실을 은폐·조작했다면 그건 다른 차원의 얘기다.



 일부에선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컴퓨터의 IP, MAC 주소를 확보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조회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개인이 인터넷에서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보여주는 통신기록이기 때문에 통신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등 인권과 직결된 자료다. 국정원 직원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그의 인권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법원 영장이 있어야 해당 내용을 조회할 수 있다. 얼마 전 개인정보를 경찰에 무단으로 제공한 인터넷 포털에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NHN·다음 등은 법원 영장이 없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불응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 국정원 직원이 범법행위를 했음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나온다면 곧바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정원 여직원이 20개 이상의 ID를 가지고 있음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ID 개수는 생각보다 많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해킹이나 ID 도용 등 보안문제로 인해 여러 개의 다른 ID를 사용하고 있으며, ID를 관리해주는 프로그램까지 나온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08년도에 네티즌 한 명당 평균 49.68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ID 20개’ 자체는 의심의 근거도, 범법 면죄의 근거도 아닌 것이다.



 사이버범죄 수사에는 과학적 전문성이 필요하다. 우리 경찰 사이버수사대는 매년 관련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다른 국가들에서 모범사례로 배우러 올 정도로 우수한 수사능력과 과학적 식견을 갖고 있다. 특히 디지털법과학의 전문성에 관해서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경찰의 실력 자체는 믿을 만하다는 얘기다. 다만 경찰이 정치적 압력을 받거나 눈치보기를 했다는 주장은 이 글의 검증 대상이 아니다.



 지금 경찰은 1차 수사 발표만 했을 뿐이다. 앞으로 미진한 사항은 경찰이 적법한 절차를 따라 추가 수사를 한다고 하니 차분히 남은 수사를 믿고 지켜봤으면 좋겠다. 오히려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신분 노출의 책임은 국정원의 정체성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시 짚어보아야 할 문제다. 2006년 미국의 리크게이트 때는 CIA 여직원의 신분을 기자에게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체니 부통령이 소송을 당하고 측근이 처벌당했을 정도로 민감한 문제였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댓글 사건 수사도 정치적인 공방에서 벗어나 다시 과학으로 돌아올 때다.



임 종 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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