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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볜롄과 황금 균형점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중국 대부분 지방극(劇)에서 빠지지 않는 게 볜롄(變<81C9>)이다. 연기자의 가면이 얼굴 한번 돌리거나 소매 한번 스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데 관객들에게 마술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요즘 중국인들은 연말연시를 맞아 술 대신 좋아하는 지방극 보는 게 유행이다. 얼마 전 볜롄의 백미(白眉)라는 쓰촨(四川)극을 볼 기회가 있었다. 다행히 무대 앞 자리여서 “이번에야말로 볜롄의 속수(俗手)에 속지 않으리라” 각오를 했다. 그러나 웬걸, 가면이 20여 차례나 바뀌는데도 변롄의 순간을 잡기 어려웠다. 포기하려는 순간 연기자 한 명이 발을 헛디뎌 볜롄 순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 쪽으로 가면이 올라가고 동시에 위에서 가면이 내려오는 게 분명했다. 눈 깜박할 사이였다. 짐작건대 다양한 가면을 머리 위에 겹겹이 숨겨놓고 연기자는 제어장치로 순간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분명했다. 동석한 중국인 친구에게 “혹시 방법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연기자들도 3년을 공부해야 스승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는다고 들었다”며 고개를 흔든다. 고대 중국 농촌에서 맹수를 쫓아내기 위해 농민들이 얼굴에 무서운 형상의 가면을 썼다. 이것이 명대에 들어 볜롄이라는 형태로 극이 됐고 전국으로 퍼져 지방극의 감초가 됐다. 특히나 수많은 전란 속에서 살기 위해 순간 변신에 능해야 했던 민초들은 자신들의 생존역정(生存歷程)이 녹아있다며 좋아한다. 2005년에는 중국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한국 대선 이후 중국이 박근혜 당선인을 대하는 걸 보면 볜롄을 보는 것 같다. 언론은 박 당선인이 중국어에 능통하고 삼국지 조자룡(趙子龍)에 가슴이 설렜으며 어려운 시절 중국 철학사를 읽고 안위를 받았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양국 발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유는 뻔하다. 박근혜 정권에 친중(親中), 친북(親北) 정책을 기대하는 거다. 친중은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외교를 해달라는 것이고 친북은 대북 강경책으로 한반도 불안을 조성하지 말라는 뜻일 게다. 역설적으로 대미 외교를 중시하고 대북강경책을 편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도 숨어 있다.



 그래서 최근 중국국제문제연구소의 중견 연구원에게 “중국이 아닌 한국 입장에서 바람직한 대중, 대북 정책을 얘기해 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 남한과 북한 사이 외교의 황금 균형점을 찾으면 된다.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이 같은 균형점을 실사구시(實事求是)에서 찾는다는 걸 참고했으면 한다.” 볜롄 외교를 통해 외교의 유연성을 키우라는 거다. 물론 공연 도중 다리를 삐걱해서 볜롄의 순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면서 말이다. 상대 얘기지만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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