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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4700여 시간 봉사 … “남 도우면 절로 행복 느껴”

봉사의 달인이라 불리는 이복수(왼쪽)씨가 20일 목욕 봉사에 참가해 어르신을 인솔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 - 아산 이복수씨



20년간 지역의 독거노인과 저소득 가정을 꾸준히 도와줘 봉사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사람이 있다. 아산 인주면에 거주 중인 이복수(67·여)씨가 그 주인공. 이씨의 봉사 공식기록은 4700여 시간이나 된다. 독거노인 목욕시키기부터 환경정화, 행사지원, 반찬나눔 등의 다양한 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달 5일에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인천에서 열린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아산지원봉사센터 김복순 홍보팀장은 “4700여 자원봉사시간은 물리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은 기록”이라며 “이씨는 오랜 시간 봉사를 해왔지만 겉으로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겸손하다”라고 칭찬했다.



자궁암 투병 회복되면 남 도우며 살겠다 다짐



“남을 돕다 보면 저도 모르게 행복함을 느끼죠. 도움 받는 사람들이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 건네줄 때면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사랑을 받을까’하며 기분이 좋아져요.”



20일 오후 2시. 아산 신천탕(온천동437번지)에서 만난 이씨는 봉사의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씨는 이날 인주면 부녀회원 5명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30여 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목욕 봉사를 했다. 입구에서부터 어르신들을 안내하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어르신 계단 조심하셔요. 천천히 제 손 잡으시고요.”



“아이구 추운데 뭘 나와서 기다리고 있어. 어여 들어가.”



인솔 차량에서 내린 어르신들은 목욕탕입구에서부터 신경을 써주는 이씨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한지 그냥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하지만 이씨는 “에이 하나도 안 추워요”라며 화답했다.



사실 그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건 20여 년 전 암에 걸려 투병을 하면서부터다.



“자궁암 2기였어요. 제 동생도 제가 병이 걸리기 4년 전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래서인지 병실에 누워있는 동안 서글프고 불안했지만 한가지 다짐했죠. ‘회복만 된다면 남을 도우며 열심히 살겠다’고요.”



이씨의 바람대로 그는 투병 2년 만에 다시 정상의 몸으로 회복했다. 그리고 재발의 위험이 있어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남을 돕기 시작했다. 반찬을 손수 만들어 동네 독거 노인 가정 20여 곳에 전달하는가 하면 미용 기술을 배워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수 이발을 해주기도 했다.



“남을 도우면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다 보니 오히려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봉사를 멈추지 않을 예정입니다.”



양로원 어르신 장례식엔 꼭 참석



20년, 그리고 4700여 시간 동안 봉사를 하면서 이씨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이별’이었다.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다 보니 어느 날 예고 없이 숨을 거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까지 10년을 돌봐온 신창균 할아버지의 사연은 지금까지도 그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지인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한 노부부를 알게 됐고 10년간 꾸준히 도와드렸어요. 신창균 할아버지의 경우 심성이 정말 고우셨는데 지난해 갑자기 돌아가셨죠. 항상 저를 딸같이 생각하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어요. 아직도 그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양로원에 봉사활동을 다니면서도 수 차례 이별을 할 때면 늘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이씨는 별다른 사정이 없으면 모셨던 어르신의 장례식은 꼭 챙겨 다닌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거나 늙어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요. 제가 봉사활동 하는 동안만큼은 어르신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자식들이 말려도 주 5회 봉사활동



이씨의 봉사활동이 계속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노후 준비에도 모자란 시간을 남을 돕는 데만 쓴다고 자식들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씨는 “내가 즐거운데 어쩌겠니”라며 자식들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아들 셋이 모두 제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심했어요. 물론 저를 걱정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봉사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한걸요.”



 이씨는 현재 주 5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은 김장을 하느라 더 분주하다. 이씨는 매년 인주면 부녀회 회원 20여 명과 김장을 담가 저소득 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다. 올해도 3000여 포기의 김장을 했다고 한다.



 이런 고된 일정 속에 이씨는 얼마 전 갈비뼈세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큰 화를 입은 것.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지만 이씨는 봉사활동 일정 때문에 포기하고 약물치료만 하고 있다고 한다.



 “연말연시에는 봉사활동 일정이 많이 잡히죠. 아프다고 병원에 누워있으면 함께 봉사를 하는 이들이 제 몫까지 일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이에 대해 인주면 부녀회에서 이씨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방옥분(64·여)씨는 “이씨의 선행은 이웃사람 모두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며 “자신도 함께 늙어가는 처지지만 손수 봉사를 하는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봉사를 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진심이 우러나 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아쉽다”며 “진정으로 나눌 수 있는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고 봉사를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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