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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몰표' 50대, 10년 전 누구 뽑았나보니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287만 표. 10년 전인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40대 유권자들은 노무현 후보에게 이만큼의 표를 주었다. 투표한 40대 유권자 598만 명(투표율 76.3%) 중 48.1%였다. 이회창 후보는 286만 표(47.9%)를 얻었다. 당시 40대 유권자들은 두 후보를 공평하게 지지했다.

 이들 40대가 이번 18대 대선에서는 50대가 됐다. 강산이 한 번 바뀌자 이들의 표심이 확연히 달라졌다. 투표율부터 89.9%(699만 명 투표)로 뛰었다. 이 중 문재인 후보 지지는 37.4%인 261만 표에 그쳤다(출구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에게 간 표는 62.5%(437만 표)나 됐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은 축구 경기가 끝난 뒤 하는 관전평 같다. 이미 드러난 승패를 놓고 해석하는지라 그럴싸하지만 그렇다고 다 맞지도 않는다. 다만 모두 인정하는 건 박 후보에게 간 50대의 몰표가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는 점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10년 사이 진보 진영에 간 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287만 표(2002년, 40대)와 261만 표(2012년, 50대). 진보 후보를 찍을 만한 사람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게 표를 던졌다. 보수후보 쪽은 달랐다. 10년 사이 지지자가 151만 명이나 더 생겼다.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진보 진영이 무너진 건 아니다. 그동안 외연을 확대하는 데 실패했을 뿐이다. 왜? 이번 선거에서는 카(카카오톡)·페(페이스북)·트(트위터)가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적중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뜨거웠다. 진보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전사들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닫혔다.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우리끼리’만 소통했다. 거기까지였다. 나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을 용인하지 않았다. SNS 공간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무참히 공격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알바단이 은밀히 뛰었다는 의혹이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진보 진영의 패권이 훨씬 강했다. 심지어 소득별·학력별 득표율을 논하면서 저소득·저학력자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더 많이 주었다며 비아냥대는 진보주의자도 있었다.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진보. 이게 독버섯처럼 퍼졌다. 중도층이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등을 돌린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파워 트위터리안은 트위터에 ‘진보 학회나 모임에 가면 비운동권, 비서울대 출신은 나밖에 없구나.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참석자는 아무도 없구나’라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진보 진영을 걱정했다. 진보는 지금 흐느끼고 있다. 좌절감에 세상이 무너진 듯하지만 1469만 표라는 희망의 홀씨는 또렷이 남아 있다. 이 홀씨를 키워 가려면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그들을 ‘적’으로 돌리는 구태를 깨야 한다. 지금 진보에 필요한 건 포용이다. SNS는 서로 감싸는 한마당이 돼야 한다.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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