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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총리제는 개헌 필요” vs “인사권 넘기면 가능”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재임 2006~2010)는 선거 유세 때 “대통령이 되면 장관직 상당수를 여성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당시엔 “지킬 수 없는 공약이고, 실책이며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비난이 컸다.

하지만 그는 당선 후 남녀 동일 성비로 내각을 꾸렸다. 경제·국방·광산 장관 등 핵심 요직도 여성에게 맡겼다. 양성평등은 그의 강력한 모토였다. 그의 재임 중 칠레 여성의 지위는 크게 향상됐다.

▶여성 발탁 ▶공약 이행 ▶책임 총리 구현 ▶친박 인사 관리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이자 궁금 사항이다.

1. 여성 요직 발탁

박 당선인은 여성을 과감하게 발탁해왔다. 김성주 MCM 회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고, 4월 총선 땐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로 부산 사상에 출마한 27세의 손수조를 적극 도왔다. 대선 기간 내내 조윤
선 대변인을 대동하며 여성 대통령론을 전파했다.

‘여성 인재 10만 명 양성’은 그의 대선 공약이다. 여성 장관 및 정부위원회 내 여성위원비율을 단계적으로 대폭 확대하고, 여성 교수 및 여성 교장 채용쿼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인재 아카데미를 설립해 사회진출을 확대하고, 임신·육아 부담을 줄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박근혜 시대’에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얼마나 늘어날까.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20일 “성 격차지수(GGI)가 135개국 중 108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녀 임금격차 1위인 게 우리나라”라면서 “그런 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기대감을보였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이나영(사회학) 중앙대 교수는 “정책 실현의 진정성 여부가 관건이다. 당선인의 여성 정책은 여성에 대한 이해 부족 부분이 있다. ‘레토릭’은 있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먼저 여성 대통령·총리를 배출한 나라에서도 여성 지위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경우는 많지 않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보좌관에게 손수 저녁을 준비해 주거나 내각 인사에게 차를 끓여 대접했다. 하지만 정작 정당이나 내각에 여성을 참여시키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장관직을 여성에게 주려고 노력했지만 내무·국방·외교 등 핵심 요직에 여성이 배치되지 않았다.

2. 대선 공약 이행

올해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 이행률이 9월 말 현재 27.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인하, 사모펀드 활성화 등이 이행됐지만 기름값 인하, 보
육비 전액 지원 등의 상당수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18대 국회의원 197명의 총선 공약 4516개를 분석한 결과 이행률은 35.2%였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20대 분야 201가지를 약속했다. 지역별 개발 공약은 별도다. 공약 이행은 어떨까.

야당과 업계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후보 캠프는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진정성 없는 득표를 위한 쇼’라고 비판하는 등 대부분의 공약을 비판했다. 순환출자, 금산분리 강화 등 경제민주화 정책엔 재계 반발도 여전하다. 이 외에 실효성과 재원은 걸림돌이다.

언제 실행되느냐도 문제다. 박 당선인은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정년 60세 연장’을 약속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유기정 사회정책본부장은 “일반 기업에서 당장 시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년 연장은 임금 피크제뿐 아니라 계도기간, 직업훈련, 실시 시점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일본은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인 1994년에 관련 법을 만들고 4년이 지나서야 의무화됐는데, 우린 2017년께 생산 가능 인구가 줄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대략 2020~2021년에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는 게 바람직한데, 그렇지 않다면 중소기업보다 공기업과 대기업 근로자만 혜택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3. 책임총리제 구현

박 당선인은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및 장관의 인사권(부처 및 산하 기관장) 보장'을 약속했다. 정치쇄신특위안대희 위원장은 “책임총리·장관제를 실시할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실질
총리가 대통령과 실질적으로 권한을 나누는 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2인자를 두지 않고 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박 당선자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책임총리나 분권형 총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대중 정부에선 김종필 총리, 노무현 정부 땐 이해찬 총리가 실세 총리로 불렸지만 이는 정권 지분, 대통령의 전폭적 신뢰로 가능했을 뿐이란 것이다.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이 총리 임명권을 가진 상황에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총리는 힘들다. 총리를 국회에서 임명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러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도 “대통령제 아래서 실질적 책임총리는 어려울 것”이라며 “개헌은 여러 사회적 논란을 부를 대형 프로젝트여서 쉽지 않다”고 못박았다.

임성호(정치학) 경희대 교수는 “어느 대통령이나 처음엔 권력을 나누겠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급한 일이 닥치고 업적을 내야 하면 무의식적으로 권력을 집중시키려 한다”며 “정치·경제·복지 등 쉬운 게 하나
도 없기에 권력 분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대 섞인 반론도 있다. 조화순(정치학) 연세대 교수는 “총리에게 어느 정도 인사권을 줄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지금처럼 청와대에서 인사권을 쥐고 있으면 똑같겠지만 상당한 인사권을 주면 총리에게 힘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쇄신특위 위원으로 참여한 장훈(정치학) 중앙대 교수는 “박 당선인은 워딩(단어)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긍정 쪽에 무게를 뒀다.

4. 친박 인사 관리

친박(親朴) 인사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2007년 대선 경선 후보 시절부터 보좌한 최경환, 유승민, 유정복, 이혜훈, 이성헌 등은 구박(舊朴)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입지가 강화된 서병수, 이학재, 윤상현, 이
정현 등은 신박(新朴)이고 황우여, 이주영, 권영세 등은 중립지대에 있다가 비교적 최근 박근혜계로 온 ‘신신박(新新朴)’이다. 친이로 돌아섰다가 복귀한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진영 등의 ‘복박(復朴)’도 있고, 이준석·손수조 같은 ‘박근혜 키즈’도 있다.

박 당선인은 사람을 쓸 때 ‘사람 빚’을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또 ‘입이 무거운’ 사람을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친박 내부에선 “뭔가 해보겠다고 적극 나서거나 튀면 오히려 박근혜와 멀어진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21일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이한구 원내대표, 이학재 의원 등이 새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며 줄줄이 ‘기득권 포기’를 선언한 건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인수위와 조각(組閣)을 앞두고 친박 인사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믿고 맡기는 사람을 쓰는 인사 스타일상 상당수가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대통합을 주장한 만큼 진보 진영 등에서 새 인물을 깜짝 영입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어쨌든 “새 정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박 당선인이 친박 인사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은 공통적이다. 최진 대통령 리더십 연구소장은 “박 당선인이 비판받는 부분이 불통과 폐쇄성이다. 측근의 자발적 2선 후퇴는 긍정적”이라며 “보다 중요한 건 합리적이고 능력 있는 인사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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