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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정절벽 위기, 인플레 유발 땐 주식투자 호기

이 글을 읽는 한국 독자 중에는 요즘 미국 주식시장에 대해 낙관보다 비관론을 지닌 분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미국은 막대한 부채에 짓눌려 있는데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재정절벽 (Fiscal Cliff)’의 공포까지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다. 아시는 대로 재정절벽은 세금 인상과 정부지출 축소가 자동 발효되면 그 후유증으로 경기가 절벽에서 추락하듯 급격히 침체할 수 있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미의회에서 증세와 감세안 연장 등을 놓고 여야가 벌이는 협상 줄다리기가 불발된 채 연말이 지나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재정절벽이 발생하면 큰일이다. 미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동시에 장기간 내연해 온 유로존(유로화 통용 17개국) 부채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다. 그뿐인가. 주춤거리는 중국 경제에도 더 짙은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은 투자자 입장에선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재정절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장기적으로 미 증시의 투자 매력도는 더 커졌다는 게 내 견해다. 물론 어디까지나 장기투자자 관점에서다. 타이밍을 노려 치고 빠지는 단기투자자들 눈에는 작금의 미 증시에 숨어있는 매력이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증시의 매력 포인트가 뭔지 하나씩 살펴보자.

S&P 500 기업, 30년래 현금 보유 비율 최고
우선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와 우려는 대부분 금융시장의 각종 지표에 이미 반영돼 있다. 올 들어 미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줄곧 빠져나간 반면 미 달러·국채를 비롯한 안전자산에는 뭉칫돈이 들어왔다. 투자자들이 비관론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 증시의 우량주 중에 주가가 확 빠진 종목이 많다. 하지만 비관론에서 한 발 떨어져 관망하면 장기투자자 눈에는 흥미로운 투자기회가 여기저기서 엿보일 것이다. 말하자면 누구나 다 아는 악재 대신 미 증시를 떠받치는 의미있는 호재들을 주시해 보라는 것이다. 앞으로 수년간 장기적 수익을 올릴 만한 종목이 다수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최근 몇 년간 미기업들이 과거와는 다른 ‘특이한 성과’를 거둬왔다는 것이다. 매출이 완만하게 늘어난데 비해 이익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수익률 개선은 우선 기업들이 과감하게 비용절감에 나선 덕분이다. 미 정부의 통화팽창 정책과 기업의 신중한 자금운용이 이익 개선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QE, 돈 풀기) 같은 느슨한 통화정책을 계기로 많은 기업이 대차대조표를 정비하고 높은 금리의 부채를 저금리 부채로 대체했다. 부채 비용을 과감히 낮추고 현금을 쌓은 덕분에 미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유례없이 탄탄해졌다. 지난해 3분기 현재 미 증시의 대표적인 우량주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소속 기업의 총 자산 대비 현금 보유 비율은 30년래 가장 높았다. 금융업을 제외한 S&P500 소속 종목의 현금·단기투자 규모는 최근 5년간 50% 증가해 2분기 현재 1조9000억 달러에 이른다.

게다가 당장 어려움은 있지만 미 경제
가 개선 조짐을 보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2008~2009년 주택 거품이 붕괴한 뒤 어려움을 겪은 주택시장이 회복 단계다. 은행 시스템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앞으로도 주택시장과 은행권, 이 두 분야에서 더 개선된 지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 기업의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증거는 또 있다.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10년간 S&P500 소속 기업의 순이익은 147% 증가한 데 비해 S&P500 지수는 거의 제자리다. 이익이 늘면 주가도 덩달아 오르는 게 정상인데 그동안 이익만 올랐다는 건 그만큼 미 기업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이자수익으로 따져봐도 채권 같은 안전자산을 앞선다. 3분기 현재 상당수 S&P500 기업들의 배당 수익률은 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을 웃돈다. 여기에 S&P500 기업의 배당률(총 이익 대비 배당 지급액)은 9월 현재 32%였다. S&P500 소속 기업의 지난 75년간 평균 배당률 52%보다 무려 20%포인트 낮다. 따라서 앞으로 미 기업 이익 증가세가 설령 둔화된다 하더라도 배당은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주가 저평가… 배당도 많아질 듯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위험 회피 성향의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쪽에 눈을 돌린다. 하지만 자산을 가장 안전한 현금에 묻어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자산가치를 잠식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이 하락해 결과적으로는 자산가치가 줄어든다는 사실 역시 많은 투자자가 간과한다.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 시기에 주식 가치는 오름세였다. FRB가 당장 기준 금리를 인상하진 않겠지만 경기가 더 나아질 조짐을 보이면 금리가 오를 거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과도해지자 미 주가는 채권에 비해 현저하게 저평가됐다. 투자자들의 맹신이 지나쳐 안전자산의 리스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어느 한 순간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험자산 쪽으로 돌아선다면 그때까지 안전자산에 몰빵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금융시장의 역사가 주는 교훈은 위험과 공포가 최고조에 달할 때야말로 가치 있는 주식을 발굴할 호기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미 경제에 재정절벽이라는 리스크의 환영이 아른거린다고 해도 실제 존재하는 기업의 이익 전망과 금융시장의 큰 흐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주식 투자의 좋은 기회다. 누구도 다음 몇 주, 몇 달, 몇 년 안에 증시 전체나 개별 종목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 맞힐 수 없다. 다만 누구나 알고 있는 공포를 이겨내면서 미주식에 적당한 비중의 자산을 묻어두는 투자자가 종국엔 웃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켄트 셰퍼드(Kent Shepherd) 미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의 주식운용그룹에서 미 주식 운용을 총괄한다. 성장 대형주에 장기 투자한다는 철학을 내세운다. 기관투자가용 펀드인 ‘프랭클린 미주식펀드’를 직접 운용한다. 노스웨스턴대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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