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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국가 그랜드 플랜, 복지·경제는 총리가 전담을

20일 ‘한국 사회 대논쟁’에 참석한 학자들이 토론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조흥식 서울대 교수,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 정용덕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장훈 중앙대 교수, 이호철 인천대 교수, 이양수 중앙SUNDAY 편집국장. 조용철 기자
이양수 중앙SUNDAY 편집국장=박근혜 당선인이 대탕평, 공생, 국민행복을 약속했다. 대탕평은 정치 혁신, 공생은 경제발전, 국민 행복은 복지 쪽으로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접점을 찾아 보자.

연중 기획 한국사회 대논쟁<25> 18대 대선 결과와 국정 리더십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대탕평은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서로 다른 지역·이념·세대·가치관을 아우르기 위해 인사에서의 통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로 과반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지만 동시에 그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48%나 되기 때문이다. 당선 전까지는 특정 세력이나 가치의 대변자가 됐지만 정부 출범 후에도 그런 접근법을 갖게 되면 국정 운영이 어렵다. 둘째는 격차 문제다. 우리 사회가 지난 10여년간 경제뿐 아니라 기대 격차, 인생이나 삶에 대한 희망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탕평 인사가 아니라 (인사에서) 계층·이념의 대표성이 적절히 조화되느냐에 달려 있다. 조세·복지 정책을 통해 격차를 좁히는 것만으론 해결이 어렵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5060세대의 혁명이라고 하는데, 2030세대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 사회복지학에서는 이를 ‘새로운 사회위험(new social risk)’이라고 부른다. 이런 위험은 선진국형 국가들이 갖고 있는 특징인데, 국가의 부담은 점점 늘어난다. 예전에는 복지국가라는 게 질병, 빈곤, 실업 문제에만 해당이 됐다. 이것은 구(舊)사회 위험이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하다 두 가지가 한꺼번에 왔다. 선진국들은 차분하게 50∼60년 동안 체계를 갖췄는데 우리는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관건은 자원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여야 모두 재정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복지를 한다면서 세금을 줄인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단기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세출 구조의 효율화다. 그동안 이명박(MB) 정부에서 추진해 온 토건사업 비용을 줄이고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할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는 소득세, 소비세, 사회보장세 등의 점진적 증세가 필요하다. 이것은 경제 성장과 맞물려야 효과적이다. 복지·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박근혜 정부의 과제가 될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세금을 통해 신뢰감을 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국민들이 증세 효과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했다 증세를 하려면 깨끗한 정부,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공생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는 결국 양극화의 문제인데, 현재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 5년 임기 동안 이것을 줄여나가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발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박 당선인이 70%의 중산층을 육성한다는데 지금 갖고 있는 파이를 나누는 것으론 턱도 없는 일이다. 우리 경제가 1~2년간 하강 상태다. 지난 3분기에는 성장률이 0.1%로 내려갔다. 이대로는 중산층 육성이란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MB 정부 후반기에 대형 투자가 많이 연기됐고,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대기업들이 투자를 제대로 안 했다. 이제 새로운 지도자가 나왔으니 2분기부터는 심리적으로 나아질 수도 있다. 요즘 원화 가치가 너무 올라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화의 비정상적 강세를 바로잡아 수출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기술 업그레이드도 필요하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막으려면 과학자, 기술자, 엔지니어에 대해 응분의 대우를 해준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보
내야 한다.

이호철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진행할 때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 19세기 말 청나라 외교관 황준헌이 조선의 지식인을 묘사한 표현이 있었다. ‘지붕에 불이 붙었는데 불난 줄도 모르고 처마 밑에서 즐겁게 지저귀는 제비와 같다’. 한반도 바깥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와 일본의 부상, 서구 국가들의 진출을 무시하거나 무지로 일관했던 모습이다. 한·미 FTA를 둘러싼 여러 가지 갈등을 보면 참 안타깝다. 우리가 가진 자원은 우수한 인력밖에 없다. 한국은 해외에서 벌어 먹고살아야 하는 지정학적 여건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박근혜 정부도 글로벌 시각이 약한 편이다. 센카쿠 분쟁으로 중·일이 다투고 있지만 영토가 중요한 게 아니다. 21세기에는 영역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가서 무역을 하고 해외 건설을 하며,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는 것으로 부를 창출할 수 있다. 19세기적 영토 확장이 아니라 21세기적 영역을 확장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시각으로 통상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장훈=이번 선거에서 여야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대외정책 이슈를 덜 다뤘다. 왜 그럴까. 여야가 쟁점을 비슷하게 가져갔다. 복지·사회 정책 등에서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접근이 달랐지만 대립적 접근을 가급적 피하려 했다. 가령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했을 때 문재인 후보의 첫마디가 ‘안보도 중요하다’였다. 이것은 민주당의 외교정책 기조와는 사뭇 다른 스탠스였다. 경제가 어렵고 사회적 격차가 커지면서 내향적인 사고를 했던 것 같다.

정용덕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지금까지 총론을 얘기해 봤다. 이제 논쟁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공생, 대탕평, 국민 행복의 화두가 있는데 네 분의 발언 중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어떻게 하면 경제도 성장하고 민생·복지도 돌볼 수 있나.

조흥식=경제가 발전했다지만 ‘소득이 올라가면 뭐하나, 내 삶이 없는데’라는 불만이 쌓였다. 대체적으로 소득 1만 달러를 전후해 사람들은 삶의 질을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복지를 논하는 것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수출 위주로 하되 내수 확대를 함께 하면 현재 소득 7만~8만 달러 되는 나라도 10만 달러를 달성하는 게 가능하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내수로만 갈 수 없다. 인프라에도 한계가 있다. 바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한반도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북한이 하나의 장벽이 되고 있다. 이 장벽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북방, 바이칼, 몽골, 시베리아에 주목해야 한다. 시베리아 철도가 다 단선인데 우리나라 건설업 역량으로 보면 1년이면 복선 건설을 할 것 같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나와야 한다. 경제, 복지, 안보 문제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로 묶어 역동적으로 봐야 한다. 영토보다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호철=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중 ‘경제공동체로 작은 통일을 먼저 이루겠다’는 말이 있다. 한국은 그동안 섬처럼 살아왔다. 지난 60년간 북쪽이 막혀 오로지 비행기와 배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육로로 접근이 불가능했다. 남북 경제공동체를 추진해 나가자는게 박 당선인이 말하는 작은 통일이다. 철도와 육로 교통을 잇는 것으로 경제협력을 시작하면 중국·러시아로 진출할 수 있다.

김인철=공생, 상생, 대탕평책 이게 왜 나왔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이 왜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가. 등록금이 낮아지면 너도나도 대학 가서 결국 (취업) 악순환이 되고, 선생은 적은 월급으로 잘 안 가르칠 텐데…. 학생들이 몰라서 그런 게 아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학생들을 보자. 흔히 말하는 SKY(서울대·고대·연대) 출신인가. 그렇지 않다. 소득 양극화도 마찬가지다. 현재 타깃이 된 현대·삼성 등을 재벌이라고 하는데 사실 법인이다. 법인이 돈 많이 버는 걸 양극화로 몰아가면 안 된다. 대기업 회장의 개인적인 부가 세계적으로 올라갔다고 해서 양극화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SKY 출신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학벌 타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권력이 민생에 영향을 주고 부패가 따라붙는다. 권력을 잡으면 안 내놓으려고 하니 탕평책이 나온 것이다. 부패와 패거리 자본주의를 고쳐야지 무작정 재벌 때리기 식으로 나가면 곤란하다. 죽어가는 경제를 갖고 복지를 하자는 건 다 죽자는 것이다.

정용덕=지난 30여 년간 우리가 경제 성장론자의 시각에 머물렀던 게 아니었냐는 지적도 있다. 반면에 조 교수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성장도 하고 복지도 할 수 있는 길이 없나.

조흥식=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시장을 넓히는 게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한다. 한반도뿐 아니라 바깥으로 더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 자원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언젠가 서해를 방문한 유럽 학자가 서해 갯벌을 보더니 ‘한국은 위치와 자연조건이 대단히 좋다. 삼면이 바다고 갯벌도 뛰어나다. 관광국으로 먹고살아도 되겠다’고 말하더라. 그러면서 바다, 갯벌, 스키 등 문화관광 육성을 권했다. 제조업적 사고만이 아니라 지식·문화 산업으로 폭을 넓혀야 한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정보기술(IT), 문화, 예술 산업을 더 육성해야 한다.

김인철=경제 위기가 이전보다 빠른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 외환 위기는 앞으로 또 올 것이다. 외환위기 때문에 우리나라 산업 베이스가 다 깨져 엄청난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었다. 중산층 70%는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정책 실패로 일어났다. 제대로 된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월가에서 돈을 벌던 사람들이 각료 자리에 앉아서 느슨하게 일처리를 하다가 터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 위기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국제금융국 인사만 봐도 심각하다. 외환·금융 위기 관리 같은 전문성 높은 일을 하는데도, 장관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리가 아니라며 안 가려 한다. 중국에선 사회주의 정책 하에 적재적소에 인사를 한다. 우리나라는 전문성을 무시한다. 대한민국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많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오너나 회장의 말이 법이다. 기업·정부의 거버넌스 문제를 고쳐야 한다.

장훈=의지의 문제다. 제도는 그동안 많았다. 중앙인사위원회를 만들었다가 권한을 바꾸기도 했고, 다시 장관에게 (임명권을) 줬다가 청와대로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식인이나 국민에게 높은 점수를 못 받았다. 특히 MB 정부는 초기부터 문제가 있었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커질수록 당연히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집권 초반의 인사가 갖는 정치적 의미가 매우 크다. MB 정부는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이해가 부족했다. 임기 말까지 좁은 인재풀을 갖고 사람을 썼다. 미국은 정권 인수인계 때 인재풀 리스트를 거대한 책자로 준다. 우리는 인수인계가 잘 안 된다. 능력도 문제지만 개인적 자질이나 배경에 관한 인사 정보나 인사 관리의 영속성이 필요하다.

이양수=이번 대선의 양대 이슈는 민생과 외교안보였는데, 물밑에선 외교안보 특히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진영논리가 강하게 작동했다. 남북관계와 4강 외교에 대해 말해 달라.

이호철=안철수 사퇴 전에 세 캠프의 외교 안보 담당이 TV토론에 나와 얘기하는 것을 봤다. 놀랐다. 세 캠프의 공약이 60%쯤 같았다. 예컨대 남북대화 재개에서 ‘선 대화, 후 사과냐’ ‘선 사과, 후 대화냐’의 차이가 있었다.

북핵 문제도 비슷하다. 새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은 북핵 문제 진전에 상응해서 하겠다고 했다. 더 전향적이었으면 한다. 이번 선거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쟁점이 됐다. 이에 관해서는 이미 남북 합의 내용이 있다.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남북이 합의하기 전까지는 (북한이) NLL을 수용하기로 했다. 박 당선인이 이를 진척시켜야 한다. 서해 황금어장을 중국 어선에 내줄 게 아니라 남북 양쪽 어민들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대북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임기 5년 사이에 뭐가 되겠나. 6·15공동선언과 10·4 정신은 계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내년이 한·미 동맹 60년이다. 박근혜 정부가 21세기에 걸맞도록 한미연합사, 전시작전권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한·미 관계는 통일을 할 때까지 대단히 중요하다. 수업시간 중 가끔 학생들에게 묻는다. ‘한국은 중진국이냐 강대국이냐 약소국이냐?’ 다수가 중진국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합치면 전 세계 10위권이다. 이 정도면 강대국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중진국 또는 약소국이라 생각하느냐. 초강대국인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인 여건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진짜 안보’ ‘가짜 안보’ 얘기를 했다. 과거 햇볕정책을 통해 북에 여러 가지 지원을 하면서 도발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짜 안보다. 반면에 우리가 강한 힘을 갖춰 도발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게 진짜 안보라고 생각한다.

이양수=영·호남 지역 갈등과 기득권 논란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장훈=이미 제도정치권에서 공약이 많이 나왔다. 먼저 선거구 획정 문제다. 현역 의원들이 자기들 유리하게 선거구를 마음대로 조정한다. 죽기살기로 투쟁한다. 이번 대선 이후 선거구 획정은 현역 의원이 손댈 수 없게 됐다. 비정치권 시민 대표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권한을 넘긴다고 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의원연금도 폐지해 나가기로 했다. ‘국회의원 몇 % 삭감’에 비해서는 미진해 보이지만 차분하게 계속 해나가야 한다.

조흥식=희망적인 건 두 후보의 복지 공약이 80% 이상 같았다. 경제민주화 면에서도 재벌을 손보겠다고 한다. 안보도 마찬가지다.

각 분야 공약의 공통점이 절반 이상 된다는 것은 통합의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제까지는 진보·보수가 각을 완전히 세웠는데 지금은 공통점이 훨씬 많다. 다만 염두에 둘 것이 하나 있다. 5060세대에 의해 2030세대의 표가 묻혔다. 젊은 세대의 숨겨져 있는 불만을 포용해야 한다. 국가 발전이 되려면 현재·미래세대가 화합하고 미래세대에 줘야 할 부분을 남겨놓아야 한다. 세대 통합이 첫 번째 문제다. 두 번째는 지역갈등인데 영·호남 차이는 큰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그보다 이념이라는 게 무섭다는 걸 느꼈다. 이념 대립을 완화시켜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탈이념적인 정책 부분이 많은데, 앞으로 이것을 잘 다듬어야 한다. 세대·이념 문제를 잘 포용한다면 공생의 희망, 대타협, 대탕평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장훈=문재인 후보가 19일 밤 개표를 다 끝내지 않은 상황에서 승복 연설을 했다.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네거티브 선거전도 지난번에 비해 덜했다. 또 하나 긍정적인 것은 선거 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국가지도자 연석회의, 국정쇄신정책회의를 약속했다. 야당 추천 인사와 시민대표가 공약을 같이 점검해 우선 추진할 부분을 공통으로 추출하자고 했다. 박 정부는 분점 정부가 아니라 단일 정부다. 국회와 행정부를 다 장악했다. 당분간 큰 선거 없이 3년쯤 갈 것이기 때문에 공생과 상생, 협의가 중요해질 것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1이 반대하면 모든 주요 법안을 중단시키거나 진행 절차를 중지할 수 있다. 집권당의 일방적인 법안·예산 처리가 어렵게 됐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제도도 없앴다. 새 대통령과 여당이 짊어질 책임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크다.

조흥식=복지 공약 가운데 여야가 근접한 부분이 많다. 문 후보는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도 재작년에 사회보장기본법을 전면 개정했다. 복지정책의 내용을 제대로 만져야겠지만 복지발전 5개년 계획 같은 명칭을 쓰면 어떨까. 마치 경제계획을 추진하듯 복지발전 계획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다. 몇 년간 얼마를 쓴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인수위 때부터 마련했으면 한다. 효율적인 복지전달체계를 만든다는 것도 두 후보가 비슷했다.

정용덕=언제부턴가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을 만나는 일이 적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원들을 직접 만나고 야당 당사도 찾아가 대화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여의도정치 자체를 무시해선 곤란하다. 국가적 난제가 있을 때 대통령이 여야를 설득하고 전문가·시민대표들과 격식 없이 대화하면서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또 대통령이 모든 걸 다 하려 하지 말고 복지·경제 같은 분야는 총리나 부총리에게 전담하도록 하면 어떨까. 대통령은 국가 그랜드 플랜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

김인철=대통령은 중요 현안에만 나서되 나머지는 그 분야에 평생을 바쳐 일한 사람에게 맡겨서 해결하게 하자. 언론의 쓴소리도 듣고 각계각층의 얘기를 들으며 국가정책을 중·장기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조흥식=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대통령령(令)이 있다. 대통령령으로 결정되는 게 굉장히 많아 우리 생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많다. 그런데 법을 만들고 고치는데만 신경을 쓴다. 대통령령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 밑의 장관령도 있는데 법보다는 실질적으로 영향력이 크다. 방치되고 있는 수많은 영(令)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호철=21세기에는 산업화·민주화가 같이 어우러진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찾아내야 한다. 산업화·민주화 세대가 보수·진보로 나뉘기도 하는데 두 세력을 아우르는 거버넌스 패러다임이 중요하다. 남북관계는 양자 대화든, 6자회담이든 우리가 주도적으로 대화를 재개해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 60년, 정전체제 60년인데 전시작전권, 한미연합사 등의 문제를 전쟁 억지력 차원에서 처리해야 한다. 남북대화를 시작으로 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장훈=프랑스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삶의 질과 행복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제 국민행복지수로 나라수준을 측정하자고 했다.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분배에 관해서도 국민 만족도가 높아져야 한다. 정부나 정치에 대한 신뢰 역시 중요하다. 신뢰가 높으면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새 정부가 이 세 가지를 어떻게 균형 있게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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