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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는 서프라~이즈, 오직 하나!”

1 ‘청출어람’ 속 한 장면.
박찬욱-박찬경 형제 감독, 송강호 주연-. 또 하나의 대작이 탄생하는 것일까.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를 함께 해 온 ‘박-송 콤비’가 3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 ‘청출어람’은 대작이라기보단 특별한 작품이다. 러닝타임은 18분, 게다가 의류 브랜드와 협업해 만든 ‘패션 필름’이라서다. 코오롱스포츠가 내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기획한 ‘필름 프로젝트’의 일환인 것. ‘패션 필름’은 샤넬·보테가베네타·필립 림 등 웬만한 패션하우스에서 앞다퉈 진행 중이지만 국내에선 아직까지 낯선 마케팅 방식이다. ‘청출어람’이 28일 온라인 개봉을 앞두고 일찌감치 입소문을 타며 이슈가 되는 이유다.

2 ‘청출어람’ 감독과 출연진. (왼쪽부터) 송강호, 박찬욱, 전효정, 박찬경.
이를 기획한 이는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장 콜로나다. 그는 1990년대부터 장 폴 고티에, 카를 라거펠트, 클로에 등 각기 성격이 다른 여러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해 오며 내공을 쌓아오다 2011년 코오롱스포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됐다. “아웃도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전을 담아 보겠다”는 초창기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아니라는 듯 필름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선보였다. 18일 강남 서초동 코오롱스포츠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박찬욱 감독의 팬…그에게 모든 것 맡겨”
콜로나는 한 달에 2~3일씩만 서울에 머무른다. 그래서 한국에 올 때마다 숨가쁜 일정을 보낸다. 의상 디자인부터 프레젠테이션 방식, 패션쇼 등까지 모든 것을 체크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서울 시내 구경 한번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고, 한국 친구는 ‘사무실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창립 기념 프로젝트로는 단박에 한국 감독과의 협업을 택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프랑스인 디자이너의 당연한 선택’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프랑스는 전 세계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그 덕에 나는 10년 전부터 한국 영화를 접했다. 요즘은 주말에 TV를 틀면 한국 영화가 나올 정도다. 내가 볼 때 한국의 감독들은 자기만의 비전과 개성이 있는 것 같다. 이 점이 코오롱스포츠와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대중에게 오래된 매체이지만 감독의 메시지에 따라 새로운 비전을 담아내지 않나. 마찬가지로 40년 된 패션 브랜드라면 꽤 지루하지만 표현 방식만 달리한다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찬욱 감독을 택한 이유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7~8년 전 이미 봤던 작품이다. 그는 이미 세계적 거장이고, 나 역시 그의 팬이다. 그가 영화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찍고 싶다고 찍을 수 있는 분이 아닌데, 다행히 박 감독 일정이 우리와 잘 맞았다.”

-기획자로서 그에게 무엇을 요구했나.
“처음 박 감독과 얘기할 때 나는 완벽한 자유를 줬다. 시나리오, 캐스팅, 러닝타임 등등 모두 그에게 맡겼다. 이 영화는 물건을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브랜드와 감독의 협업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의 일하는 스타일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시 뜸 들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맡겼지만 너무나 완벽하다. 포스터부터 초대장까지, 아름다움 그 자체다. 이건 그냥 코오롱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박찬욱의 영화라고 보면 된다.”

판소리 스승·제자의 특별한 하루 담아
‘청출어람’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고집불통 판소리 스승(송강호 분)과 철부지 소녀 제자(전효정 분)가 보내는 특별한 하루다. 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받지 못해 우울해하는 제자를 달래주고 싶은 스승은 소녀와 함께 평소처럼 득음 연습을 위해 초겨울 산을 오른다. 그리고 소녀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조금씩 실력을 보여주며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전효정양은 연기 경험이 없는 ‘차세대 꿈나무 명창’ 출신의 판소리 전공 학생이기도 하다.

-판소리라는 소재가 낯설지 않았나.
“판소리가 뭔지 몰라 처음엔 공부도 하고 질문도 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완벽한 소재라 생각했다. 판소리라는 것 자체는 옛것이지만, 한국인이라면 미래에도 이어질 문화이고 전통 아닌가. 또 한편, 전통은 지루하지 않으려면 늘 변모해야 한다. 내가 역사 깊은 브랜드를 맡아 고민하는 부분과 완벽하게 닮았다.”

-패션 필름인 만큼 브랜드 의상 노출에도 신경 썼을 텐데.
“전혀. 내가 요구한 건 딱 하나다. 창립을 기념해 만든 한정판 점퍼, 그 한 벌만 노출해 달라는 것이었다. 부분만 나와도 상관없다고 했다. 소품 역시 브랜드와 관계된 것이 없다. 어쨌든 작품 속에서 한 벌뿐이지만 영화 속에서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더 이상은 스포일링이다.(웃음)”
그러면서도 그는 영화 속 점퍼에 대한 설명을 한참 했다. 티타늄 소재에 히터 시스템을 도입한 최첨단 기능성 의류라는 얘기였다. 혹시 작품에 그런 대사가 나오느냐며 농담처럼 물었더니 “판소리 하다 말고 갑자기 이런 얘기가 나오면 이상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어쨌든 브랜드를 인지시키기 위해 관객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을 텐데.
“그저 ‘서프라이즈(놀라움)!’ 그 자체다. 사람들이 ‘코오롱스포츠도 이런 작업을 하는구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성공이다.”

-앞으로 필름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나.
“2~3편을 더 내놓을 계획이다. 김지운·봉준호 감독과 협업 가능성을 조율 중이다. 한국 영화·감독들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참 행복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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