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선거 대리전을 치르듯 뜨거웠던 곳, 바로 영화판입니다.
후보들은 영화에서 민심을 읽고 영화 시사회장을 유세에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선거만큼 치열했던 영화와 정치의 동행, 정종문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임금이라면, 그대들이 죽고 못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갑절 백갑절은 더 소중하오.]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린 영화 '광해'는 백성을 보듬는 지도자를 내세워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진정 그것이 그대가 꿈꾸는 왕이라면, 진짜 왕이 되시던가 나는 왕이 되고 싶소이다.]
천민의 몸이지만 왕의 마음을 지닌 주인공 하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판의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 실화를 다룬 영화 '남영동 1985'는 유신체제와 보수 권력을 정조준하며 정치적 의도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여기가 남영동입니까? 여기가 VIP룸이야. 말 안 듣는 꼴통새끼들 특별과외수업 받는 곳이지.]
[정지영/영화 '남영동1985' 감독 : 이 작품이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미칠지 저는 모르겠지만, 미치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가 박근혜 당선인의 과거사 발언과 맞물려 화제가 되자 시사회장은 제2의 유세장으로 달아올랐습니다.
[문재인/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민주주의나 인권은 우리가 조금만 소홀하게 하면 금세 시들어 버리거든요. 오늘 이 영화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국민께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여성 대통령'을 내세웠던 박근혜 후보 역시 여성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성폭력을 다룬 영화의 시사회를 이용했습니다.
[박근혜/새누리당 대선 후보 : 제가 당 대표할 때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했었고 이런 끔찍한 범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예방하고 처벌해야한다는 뜻…]
영화로 말하고 영화로 답했던 2012년 대선 현장. 답답한 현실을 스크린에서 위로받은 민심에게 이제 새 정권이 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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