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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블루오션의 뿔로 위기 뚫는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혁신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혁신신약은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 경쟁력이다. [사진 유한양행]


제약업계 최대 화두는 미래 경쟁력 강화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제약산업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리베이트 규제로 의약품 영업환경이 바뀌면서 판매가 예전보다 힘들어졌다. 지금까지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던 복제약(제네릭) 분야 수익성은 점점 악화됐다. 여기다 글로벌 제약사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국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실제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로 의약품 가격이 평균 14%나 떨어졌다. 예전보다 약을 힘들게 파는데 남는 것은 별로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제약업계 내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 가시화되면서부터다. 이알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산업은 기존 복제약 중심에서 혁신신약·바이오베터·수출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해외 유명제품을 도입하는 품목을 늘리거나 의약품 중심에서 바이오·진단기기 같은 새로운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이런 노력으로 2012년도 하반기 제약업종 지수는 저점 대비 37% 올랐다. 

 ◆탄탄한 글로벌 신약 도입으로 외형성장 기대=국내 제약 환경변화에 발 맞춰 민첩하게 움직이는 곳 중 하나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의 2013년 키워드는 성장과 혁신신약 R&D 투자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은 중단기 전략과 장기 전략으로 세분화해 진행한다. 중단기적으로는 탄탄한 글로벌 신약을 도입하는데 집중한다. 외형적 성장과 이윤을 동시에 얻겠다는 것. 유한양행은 올해에만 7개 품목을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했다.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 폐구균백신 ‘프리베나13’,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수익성은 나빠지고 산도스·테바 등 글로벌 복제약 회사의 국내 진출이 계속되면서 점점 좁아지는 국내 제약 환경 속에서 유한양행의 이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단기적으로 회사 매출에도 긍정적이다. 이 연구원은 “탄탄한 글로벌 품목을 도입한 유한양행의 내년도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친밀도 높은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하기도 한다. 지난 2001년 의약분업 이후 위축됐던 일반의약품 시장이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 초 유한양행은 간판 품목 중 하나인 안티푸라민의 제형을 기존 바르는 연고제에서 파스·스프레이·로션 형태로 바꿨다. 소비자가 보다 편하게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형을 바꾼 이후 안티푸라민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8.6% 늘었다. 최근에는 종합영양제 삐콤씨의 성분을 보강한 제품을 출시했다. 

 ◆바이오베터·유전체 분석 분야로 사업 다각화=장기적으로는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제약사 도약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혁신신약을 포함해 바이오베터·유전자 진단제품 개발에 집중한다. 올해같이 제약업계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은 유전자 분석 서비스업체인 테라젠이텍스와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 판매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치료 위주였던 의료서비스가 예방 중심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새로운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수십 종의 질병이 발병할 확률을 확인하고 대비하면서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유한양행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셈이다. 테라젠이텍스는 한국인 10대 암을 포함해 주요 사망 원인인 심혈관 질환, 뇌 질환, 치매, 우울증 등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에 대한 분석 기술과 임상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베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식을 통해서다. 직접 개발하는 신약말고도 유망한 신약을 발굴·선점해 상업화를 주도하겠다는 것. 신약개발에 대한 초기 위험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효율적 R&D전략의 일환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바이오베터 개발에 열심인 한올바이오파마의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바이오의약품의 약효시간을 늘리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를 개발중인 엔솔테크의 지분 20%를 취득했다. 엔솔테크는 수술 외에는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디스크 부위에 직접 약물을 주사하는 근본 치료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좋은 의약품 원료로 해외 수출 주도=수준 높은 원료의약품 개발력과 인프라도 유한양행의 경쟁력이다. 좋은 의약품은 좋은 원료와 시설에서 만들어진다. 유한양행은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자회사 유한화학을 통해 cGMP(우수의약품관리기준) 시설을 갖춰 선진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 인프라를 조성했다. 이를 토대로 유한양행은 미국·유럽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대신 생산한다. 저가 원료로 만든 의약품과는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 유한양행은 가격경쟁력 둔화·환율 하락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에이즈치료제·C형 간염 치료제의 원료 수출로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2013년에는 원료의약품 수출로 1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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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