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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한가운데 소년과 호랑이만 남았는데 …

리안 감독이 인도 소년과 호랑이의 227일 표류를 다룬 ‘라이프 오브 파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파이의 가족은 정부 지원이 끊기자 캐나다 이민 길에 오른다. 하지만 이들이 동물들을 가득 싣고 가던 침춤호는 폭풍우를 만나 침몰해버린다. 살아 남은 이는 단 한 명, 열여섯 소년 파이뿐. 아니다. 그런데 또 다른 생존자가 있었다. ‘리처드 파커’, 벵갈호랑이다. 파이와 파커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e·내년 1월 3일 개봉)의 얼개다. 이야기와 영상, 어느 쪽도 모자라지 않은 수작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색, 계’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타이완 출신 리안(李安) 감독이 처음 빚어낸 3D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결론부터 말해 결과는 만족스럽다. ‘아바타’로 3D 영화의 새 경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제임스 캐머런이 “3D 영화가 특정 장르에만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깼다. 관객들은 인물에 감정을 이입해 바다 한가운데 혼자 남게 된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극찬했다.

 탄탄한 원작 소설의 힘도 컸다.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은 2002년 부커상을 수상한 후 전 세계적으로 7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종교에 대한 성찰, 인간의 믿음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발랄한 문체와 멋지게 어울렸다. 특히 전반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도 문화 이야기는 번역자 공경희씨가 “인도 소설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고 말할 만큼 섬세하다.

 영화는 소년과 호랑이가 227일 동안 바다에서 펼치는 생존싸움을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압권은 3D로 재현된 태평양이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바다, 그 바다에서 포효하는 호랑이의 울음소리, 날아오르는 물고기들, 집채만 한 고래, 밤바다를 수놓는 해파리떼 등은 영상언어의 파워를 보여준다. 특히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장면은 결코 놓칠 수 없는 부분. 실제 벵갈호랑이처럼 보이는 ‘리처드 파커’는 99%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됐다.

 망망대해가 배경인 데다 주인공도 소년과 호랑이 둘뿐이라 중반부가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장면이 그런 ‘불평’을 덮어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말미에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느 이야기를 믿고 싶은가. 그 믿음이 바로, 당신이 보는 세계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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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