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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입술

입술 - 허수경(1964~ )

너의 입술이 나에게로 왔다

너는 세기말이라고, 했다

나의 입술이 네 볼언저리를 지나갔다

나는 세기초라고, 했다

그때 우리의 입김이 우리를 흐렸다

너의 입술이 내 눈썹을 지나가자

하얀 당나귀 한 마리가 설원을 걷고 있었다

나의 입술이 너의 귀 언저리를 지나가자

검은 당나귀 한 마리가 석유밭을 걷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거리의 모든 쓰레기를 몰고 가는 바람

너의 입술이 내 가슴에서 멈추었다

나의 입술이 네 심장에서 멈추었다

너의 입술이 내 여성을 지나갔다

나의 입술이 네 남성을 지나갔다

그때 우리의 성은 얼어붙었다

말하지 않았다

입술만 있었다

이 많은 ‘~었다’를 어찌해야 할까? 왜 이런 순간은 언제나 시 속에서 ‘~었다’나 ‘~으면’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 순간에는 시도, 노래도, 말도 다 녹아버려서 따로 말도 노래도 시도 소용에 닿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그 순간 속에서 ‘나’와 ‘너’를 흘려 넣어버리고, 그 순간이 이미 지나갔거나 아직 오지 않은 때에는 또 여기 덩그렇게 있는 ‘나’와 ‘너’를 그 순간 속으로 흘려 넣어버리고 싶은 것일까? 우리가 끝없이 ‘나’와 ‘너’를 주장하지만, ‘너’이거나 ‘나’인 것은 애초에 뿌리부터 고통인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었던’ 그 순간, ‘~할’ 그 순간에 마음의 말뚝을 세워두고 거기 고삐를 매는 것일까? 이 많은 ‘~었다’를 어찌해야 할까?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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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